[CRM 현안과 과제]4회-활용방안 부재

어떤 정보시스템이건 성패는 사용자에 의해 좌우된다. 시스템이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사용하는 사람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가치가 퇴색되게 마련이다.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도 예외가 아니다. CRM은 특히 고객과 지속적인 유대관계가 필수적인 「역동적인」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사용자가 가지고 있는 마인드가 CRM 성패에 결정인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내기업을 보면 고객관리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이 없다. 유행과 경쟁만이 있을 따름이다. 정확한 방향도 없다. 시스템만 구축하면 끝이라는 생각이 전부다.

◇전략부재=CRM은 고객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나 도입할 수 있다. 금융·통신·유통·서비스 전 분야가 고객관리가 이루어져야 하는 곳이다. 하지만 방식은 모두 다르다. 증권이나 생명보험사, 자동차 영업에서 대상고객이 다르듯 CRM을 구축하는 것도 각 특성에 따라 다르게 해야 한다.

고객 수나 성격에 따라서도 CRM 구축방식은 다르다. 고객이 1만명인 기업과 50만명인 기업은 달리 접근해야 한다. 전체 고객을 대상으로 할지 상위 20%만 대상으로 할 것인지도 중요한 변수다.

즉 정확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CRM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데이터를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한국유니시스 구정완 부장은 『목표를 수립한 이후에야 구체적인 전략과 시스템 아키텍처를 설계할 수 있다』며 『CRM을 특정 부서에서 사용하는 개별 시스템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기업의 비전을 실현하는 경영도구로 장기적인 안목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CRM을 추진하는 기업들에서 고객관리 전략이란 찾아볼 수 없다. 「일단 구축하고 보자」는 식의 유행이 주류를 이룬다.

위세아이텍 김형준 팀장은 『공급업체에서 솔루션만 도입하면 고객관리가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생각하는 기업이 많다』며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담 지원부서 부재=CRM은 고객과 지속적인 유대관계 속에서 데이터가 갱신돼야 하는 특성상 유지보수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인터넷이나 모바일 등 고객과 접점이 다양해지는 것을 감안할 때 태스크포스팀과 같은 전담조직이 필요하다.

CRM의 대표적인 실패사례로 꼽히는 A사는 시스템 구축이 완료된 이후 태스크포스팀이 해체되고 CRM도 유명무실해졌다. 데이터베이스(DB)마케팅 일부 업무에 CRM이 사용되고 있지만 전산실 담당자가 누구인지도 불분명하다. DB마케팅실 직원들도 기왕이면 수작업으로 하거나 다른 방법을 찾고 있다.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해결해줄 인력이 없는데다 CRM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는지 제대로 관리하는 사람도 없는 터에 굳이 어려운 CRM 솔루션을 사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외산선호=『무조건 시벨을 찾습니다.』 PwC 장진호 팀장의 말이다. CRM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이면 첫마디가 「시벨」이라고 할 정도로 무의식적으로 외산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장진호 팀장은 『기업의 업무환경과 고객에 따라 적합한 솔루션과 방법이 다르다』고 전제하고 『외국 제품이라고 해서 항상 최고의 답이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외산 솔루션으로 CRM을 구축중인 B사는 홍역을 치르고 있다. 제품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전문가가 없어 커스터마이징이 힘든데다 외국 전문인력을 부르자니 비용이 상당히 비싸 이래저래 고민이 되기 때문이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