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주권시대>상-높아가는 소비자 불만

◆오는 12월 3일은 「제5회 소비자의 날」이다. 첨단 전자제품의 대량 등장과 인터넷 이용인구의 확대로 소비자의 요구와 권리가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방법으로 표출되면서 소비자 주권에 대한 새로운 조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소비자의 요구는 전자제품의 품질과 기능 위주에서 AS와 부당판매, 과장광고 등으로 확대·변화하고 제조물 책임법 등 소비자의 권익을 실현하는 굵직한 정책들도 잇따라 시행될 예정이다. 과연 소비자 주권시대는 열리고 있는가. 전자제품에 있어 소비자의 주권은 얼마나 실현되고 정착됐는가. 「소비자 보호의 날」에서 처음 「소비자의 날」로 바뀐 올 소비자의 날을 맞아 명칭의 변화처럼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수세적인 입장에서 소비자권리가 중심이 되는 적극적인 입장으로 소비자 주권이 신장되고 있는지 3회에 걸쳐 점검해본다. 편집자◆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한 삼성전자나 LG전자의 전기·전자제품 수준만큼 국내 사용 소비자의 수준도 상당히 높아졌다.

급속한 전기·전자제품의 보급확대 속에 과거 AS만 가능해도 감지덕지했던 소비자가 이제는 제조사의 AS수준까지 평가해 항의와 시정을 요구하는 세태로 변했다.

소비자의 불만과 피해사례 및 요구사항은 제품의 품질과 기능 중심에서 AS문제로 변했고, AS에서도 향상된 AS와 AS의 자세를 문제삼는 것으로 그 중심이 옮겨지고 있다.

이와함께 이동통신 단말기를 필두로 MP3플레이어, DVD플레이어, 디지털카메라 등 첨단 전자제품이 속속 등장하면서 관련 과장광고나 과거에는 생각조차 못했던 미세한 결함의 지적까지 소비자의 요구는 다양한 부분으로 확대·변화되면서 표출되는 상황이다.

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전기·전자제품 관련 소비자의 피해상담 유형을 살펴보면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그 변화된 상황을 일정부분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냉난방기 분야에서 소보원이 접수한 소비자피해 구제건수는 107건. 이중 품질관련이 37건, AS관련 28건, 계약해제 13건, 제품안전 관련 8건, 표시광고 관련 5건, 기타 16건이었다.

반면 올해 10월까지 접수된 137건 중에는 품질 관련이 36건, AS 34건, 부당행위 37건, 계약해제 16건, 제품안전 및 광고 관련이 각각 5건 등으로 나타났다. AS와 부당행위 관련 소비자 피해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을 알 수 있으며 이와 관련해 제조 및 판매업체와 소보원에 바라는 소비자의 요구도 비례해 증가했다.

여기서 품질관련 피해는 물론, AS나 부당행위 관련 소비자 피해는 소비자가 먼저 제조업체나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피해사실을 알리고 시정이나 보상을 요구한, 즉 1차로 한번 걸러진 상황에서 접수된 것이기에 알려지지 않은 사례는 더욱 많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이 변화된 소비자의 다양하고 높아진 욕구와 개별 소비자의 불만, 그리고 피해사례에 비해 제조사와 관련 정부기관의 대응은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대형 제조업체들은 소비자를 위한 별도의 창구를 마련하고 소비자 피해와 불만에 대해 빠른 대응을 하고 있다지만 소비자단체의 항의가 뒤따르지 않거나 개인적인 피해가 전체로 확산되지 않으면 소수의 소비자 항의를 여전히 무시하기 일쑤다.

또한 제품에 하자가 발견되거나 판매과정에서, 또는 광고에서의 부당행위도 투명한 해결보다는 다른 쪽에 원인을 돌리거나 덮어두려는 경향이 많다.

정부기관 중 소비자 권익을 대변하고 있는 소보원 역시 MP3플레이어, DVD플레이어 등 최신 전자제품과 대중화되지 않은 고가 전자제품에 대해서는 코드 분류 미비를 이유로 제대로된 피해 집계를 못하고 있다는 것은 단적인 사례다.

특히 이동통신 단말기는 매년 소비자 피해 상담이 크게 늘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객관적으로 비교 평가할 수 있는 통화 및 대기시간 등의 일반적인 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