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사이에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인형뽑기」 기구는 게임기인가 아니면 자판기인가. 28일 오전 9시 영상물등급위원회(위원장 김수용, 이하 영등위) 주최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자동판매기류 게임물의 법률적 성격에 관한 공청회」에 참석한 관련단체와 업계는 「인형뽑기」류 기구의 성격과 법률적인 성격을 놓고 둘로 나뉘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게임 관련단체들은 경품 제공용 게임기로서 당연히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실제로 인형뽑기 기구를 운영하는 업소의 이익단체들은 단순히 상품을 인출하는 기능만이 있는 이상 자판기라며 음반·비디오물및게임물에관한법률(이하 음비게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반론을 펼쳤다.
◇논쟁의 핵심=일명 「인형뽑기」는 동전을 넣고 크레인을 이용해 인형 등을 집어 올리는 기구다. 동전을 집어 넣으면 무조건 인형이 나오는 것이 아니고 기계를 작동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일정 수준의 게임적인 요소가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경품 게임기(일명 메달 게임기)와 비교하면 자판기에 가깝다.
이처럼 모호한 성격 때문에 관련법의 적용에 있어 혼선이 빚어 지고 있다. 게임물로 간주하면 음비게법의 적용 대상이며 당연히 영등위의 등급 심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자판기로 보면 전기용품안전관리법의 형식 승인만 받으면 된다.
업계에서는 전국에 50여만대가 깔려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영등위의 심의를 받아 게임물로 등록한 기구는 전체의 60% 수준이며 자판기로 등록·운영되는 기구도 4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엇갈리는 양측의 주장=영등위 주체의 공청회에 참석한 한국크레인자판기협회의 박성문 회장은 『인형뽑기 기구는 상품을 인출하는 기능과 함께 교육용 카드를 인출할 수 있어 단순 게임물이 아니라 자판기로 분류돼야 한다』며 『상품판매 방식이 다양화되면서 구매상품 이외의 다양한 보너스가 지급되고 있는데도 단순히 투입한 금액에 상응하는 물품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형뽑기 기기를 게임물로 간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자판기류 게임을 운영하고 있는 업주들의 단체인 전국학습용크레인자판기협회 이종일 회장은 『대법원의 판례나 그동안의 관행에 비쳐볼 때 5년 전부터 이 기계는 유기기구가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며 『영세한 슈퍼마켓, 문방구의 주요 생계수단이 되고 있는 인형뽑기 기구를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가 정비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영상물등급위원회 조명현 심의위원은 『인형뽑기류는 정액을 투입해 상품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성과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므로 게임물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 은덕환 회장 역시 『인형뽑기 기기는 사회통념상 게임기로 받아들여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작동방식, 기계구조 등에서도 경품제공용 게임기구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특히 전국컴퓨터유기기구유통협의회 조정환 회장은 『인형뽑기 기구는 영등위의 심의필증을 부착하지 않기 때문에 개변조된 제품이 범람하고 있다』며 『유통의 안정화와 건전한 게임육성을 위해서 게임물로 분류해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향후 대책 및 전망=법률적 논쟁이 분분함에 따라 인형뽑기류는 법률의 사각지
대에 속해 있는 것이 문제다. 실제로 일부 업소에서는 인형뽑기류를 이용한 사행성 행위를 비롯해 탈법 행위가 자행됨에도 불구하고 속수무책이다. 특히 문화부가 일방적으로 음비게법을 적용, 강력한 단속을 시행함에 따라 선의의 피해자까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어느쪽이 됐던 확실한 지침을 결정하고 각종 탈법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을 세우는 등 제도권 안으로 흡수해야 하며 이를 위해 문화부·산자부 간의 정책 조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에 대해 문화부의 한 관계자는『현행 음비게법이 내년에 개정 시행되면 슈퍼마켓·문방구 등 게임방 이외의 장소에서 각종 게임기를 설치 운영할 수 있는 싱글로케이션이 허용됨으로써 인형뽑기 업소들이 법률적인 테두리에서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것』이라며 『인형뽑기 기구를 게임물로 보아 영등위의 심의를 받도록 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