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설비투자 축소 움직임, 반도체 장비주에 악재

삼성전자와 현대전자 등 반도체 생산업체들이 내년도 설비투자를 축소할 계획이어서 장비업체들의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설비투자의 감소로 반도체 현물가격이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지만 장비업체들은 내년도 매출감소라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전자는 설비투자를 어느정도 축소할 것인지 정확히 밝히고 있지 않다. 하지만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가격 급락에 따라 설비투자를 대폭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당초 내년 설비투자를 7조8000억원 수준으로 계획했으나 올해 4·4분기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과감히 축소해 5조5000억원 규모로 낮출 것을 검토중이다. 현대전자도 당초 2조원의 설비투자를 예상했지만 현재의 기업 유동성과 반도체 가격의 약세를 고려할 때 내년 설비투자는 5000억원에서 최대 1조5000억원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설비투자의 축소는 삼성전자와 현대전자 등 반도체 생산업체에는 비용 감소라는 점에선 긍정적이다. 또 세계 주요 반도체 업체들도 투자규모를 축소하고 기존 생산라인도 줄일 가능성이 높아져 반도체 가격은 내년 하반기나 2002년부터는 본격적인 반등을 나타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설비축소가 본격적인 반도체 산업의 경기하락을 의미한다는 지적도 있다. SK증권 전우종 팀장은 『반도체 생산업체들의 설비투자 감소는 장비업체 등 관련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내년에는 경기둔화 현상이 더욱 뚜렷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반도체 설비투자 축소에 따른 삼성전자와 현대전자의 득실관계에 대해서는 분석이 엇갈리고 있지만 장비업체들은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증권 유승진 애널리스트는 『내년 삼성과 현대의 반도체 설비투자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3조원 가량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럴 경우 내수비중이 높은 유니셈과 주성엔지니어링·코삼·피에스케이 등의 장비업체들이 내년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고 수출비중이 높은 아토·케이씨텍 등의 업체도 정도 차이만 있을 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엠케이전자·유원컴텍 등 재료업체들은 설비투자의 축소가 감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서 직접적인 타격은 없을 것으로 점쳐진다. 현물가격의 하락으로 반도체 생산업체들의 재료에 대한 가격인하 요구가 있을 수는 있지만 반도체 생산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설비축소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