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 제조공정용 장비시장에 「적신호」가 켜졌다. 반도체 설비투자 추이를 나타내는 북미반도체 장비 출하대수주(BB)율은 지난 4월 1.36으로 정점을 기록한 이후 5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세계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가 공식 집계한 북미지역 9월 반도체 장비 BB율은 8월의 1.23보다 0.07 낮은 「1.16」를 기록했다. 이는 올초에 비해서 0.3이나 떨어진 수치다. 지난 9월 장비 수주액도 28억3410만달러로 8월(29억8670만달러) 대비 5% 하락했다.
특히 반도체 제조 앞공정 장비보다 후공정 장비 분야가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9월중 테스트·조립 등 반도체 후공정 장비의 BB율은 전월 대비 0.07 낮은 0.91을 기록해 올들어 처음으로 1 이하대로 떨어졌다.
BB율은 북미지역 반도체 장비 생산업체들이 세계 각국의 반도체 소자업체들부터 주문받는 반도체 제조용 장비를 출하되는 장비로 나눈 비율. BB율 지수가 보통 1을 넘으면 설비투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BB율의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는 것은 이미 지난해부터 상당한 투자를 단행한 반도체 소자업체들이 설비투자 과잉 우려에 대응해 「숨고르기」에 들어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테스트·조립장비 BB율이 1 이하대로 하락한 것은 설비투자 둔화세를 여실히 반증하고 있다.
반도체 소자업체들이 반도체 제조 앞공정 장비를 발주한 후 가동에 들어갈 때까지 보통 6∼9개월 정도 걸리는 데 비해, 테스트·조립 등 후공정 분야 장비는 2개월 정도로 짧아 소자업체들의 설비투자 축소 움직임을 곧바로 반영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테스트·조립장비 분야가 웨이퍼 가공장비산업 경기보다 몇개월 정도 선행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테스트·조립장비 BB율이 1 이하대로 떨어진 것은 설비투자가 둔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반증하듯 삼성전자·현대전자 등은 최근 반도체 현물가격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대응해 내년도 설비투자를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축소하기로 한 데 이어 대대적인 설비투자를 해온 대만 등 동남아 반도체업체들도 주춤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반도체 장비업계도 앞으로 2년∼3년 동안 장비시장이 고성장할 것이라는 당초 예측에서 다소 후퇴해 시장 관망으로 돌아섰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반도체 장비시장은 올해 시장호조에 따른 「관성」에 힘입어 괜찮겠지만, 하반기까지 영향이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고 내다봤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