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알선 사이트, 한계를 극복하라

우리나라는 지난 한해 1436억달러 어치를 수출한 교역규모 세계 12위의 무역대국이다. 수출입 거래가 국가경제의 중심축으로 자리잡고 있는 국내시장의 특성상 사이버무역은 우리 경제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이버무역의 중심에 서 있는 국내 무역알선 사이트는 대부분 거래알선기능 위주의 「디렉터리 서비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문제점 =이들 사이트의 회원수나 사이트 방문객수 및 보유 상품·기업DB는 세계적으로 수위를 다툴 만큼 방대하다. 지난 3∼4년전부터 정부의 강력한 지원으로 지금의 세계적 명성을 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같은 태생적 한계가 현재 이들을 「허약체질」로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사이버무역사업은 산업자원부를 중심으로 무역협회와 KTNET, 지자체 등서 대외무역법상 「무역자동화 촉진」의 일환으로 추진된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늦은 감이 있지만 대다수 무역사이트 업체들이 민영화 또는 분사된 만큼, 지금부터는 철저한 수익기반 위주의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올들어 국내 종합상사들의 사이버무역사업 축소·폐지 움직임과 알리바바·미트차이나·볼레로·백스콤과 같은 해외 사이버무역 관련 업체의 국내진출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 토종 사이버무역 업체들이 향후 1∼2년내 확실한 수익모델을 찾지 못할 경우 앞으로 국내 인터넷무역 시장은 외국업체의 독무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 업계 움직임 =무역업무의 온라인화에 대한 현실적 한계를 인식한 업체들은 무역대행 부서를 신설하는 등 오프라인 영업강화에 한창이다.

티페이지는 종합상사 근무경력자 위주로 무역팀을 조직, 기존 오퍼상과 같은 형식의 수익창출을 꾀하고 있다. EC플라자는 무역업체에 특화된 웹호스팅 사업, KTNET XML/EDI망을 이용한 유료 「웹EDI」 서비스를 시행중이다. EC21도 운송업체, 보험회사, 은행, 신용기관 등과의 제휴를 통해 거래알선 이후 작업을 해결하려 하고 있다.

EC21 권태경 사장은 『신용평가·결제·통관·물류 등 각 무역절차의 관련 업체와의 활발한 제휴를 유도하고 있다』며 『2만여 회원사의 바잉파워로 이들 업체 서비스의 각종 요금을 대폭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 발전방안 =국내 거래알선 사이트의 현실적 문제는 거래알선 이후 대부분의 무역업무가 기존 오프라인 거래관행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것에 귀결된다.

이같은 문제의 해결을 위해 거래알선 사이트는 e마켓플레이스 시장의 허브 및 인프라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즉 보유 회원의 구매력 등을 바탕으로 물류·금융·신용평가 관련 특화 e마켓플레이스와의 활발한 공조를 통해 거래알선 이후의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이들과 연계시켜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른바 「M2M」(Market to Market)방식의 거래로 현재 미국 상무부의 지원을 받는 「미트차이나」(http://www.meetchina.com)가 추진하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관세청 사무관 출신의 이노마켓 유재형 이사는 『현재 국내 거래알선 사이트업체는 대부분 영세해 거래알선 이후의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자력으로 감당할 여력이 없다』며 『이를 맡아 전담할 수 있는 e마켓플레이스와의 M2M거래를 통해 업무부담을 줄이면서 수익을 공유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