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회 무역의 날>사이버무역엔 불황 없다

사이버무역 전문업체인 티페이지(http://www.tpage.co.kr) 무역팀 최창규 과장(31). 아침에 출근해 PC를 켜자마자 e메일부터 확인한다. 오늘도 세계 각 국에서 날아온 문의(Inquiry)가 편지함에 수북하다. 『초도구매분 60만달러 분량 선적 가능 여부 확인 요망.』 석달째 협상중인 플라즈마 액정표시장치(LCD) 모니터 수출건에 대해 미국 바이어업체에서 보낸 메일이다. 바로 답장을 보내고 새로 들어온 수십통의 메일을 꼼꼼히 읽고 답한다.

4년간의 종합상사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4월 사이버무역 시장에 뛰어든 최 과장. e메일 확인과 답장보내는 작업에만 꼬박 오전 시간을 보낸다. 이제는 e메일 제목과 내용 몇 줄만 읽어도 가능성 있는 문의사항인지 어림해낸다. 『하루에도 100여통에 가까운 메일을 받고 또 답합니다. 그중 거래성사 단계에 이르는 것은 한두 건 정도죠. 하지만 인터넷무역은 대세입니다. 인내를 갖고 꾸준히 임하고 있습니다.』

음주측정기 전문제조사인 에이스텍(http://www.ca2000.co.kr) 무역부 우동하 부장(43)은 국내 무역 사이트 파인드코리아(http://www.findkorea.com)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지난 5월 파인드코리아를 통해 알게 된 캐나다 바이어에게 음주측정기 10만달러어치를 수출한 것을 시작으로 폴란드에 60만달러, 그리고 미국 바이어와는 지난 8월 1차 선적을 마치고 현재 1000만달러 상당의 추가계약건을 협상중이다.

『중소제조업체의 경우 기술개발이나 국내 영업 등에 신경을 쓰다 보면 해외 마케팅에 소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넷은 이런 중소업체의 수출 활성화에 이제 없어서는 안될 존재입니다.』

사이버무역이 활성화하고 있다.

최근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국내 사이버무역 이용실태」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18.7%가 사이버무역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8.8%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제 해외 출장과 카탈로그 및 샘플 우송 등을 통해 이역만리 바이어를 찾아 다리품을 팔던 시대는 서서히 지고 있다. 특정 바이어나 해당 지역 네트워크를 통해서만 이뤄지던 수출입 거래도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이뤄질 수 있게 됐다.

사이버무역은 거래 비용도 획기적으로 단축시켜준다. 최근 산업자원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기존 무역 거래시 수출의 경우 한 건당 13만3420원의 무역거래 비용이 소요된 반면 사이버무역은 이를 2만5320원까지 절감시킬 수 있다. 수입의 경우도 건당 9만8820원을 2만950원까지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절대적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직 사이버무역이 무역업계에서 보편적 정서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선 거래 성사 후 신용조회·대금결제·통관 등의 무역업무가 아직 기존 거래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IMF 이후 무역 유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우후죽순 생겨난 무역 사이트의 운영 난맥상도 풀어야 할 숙제다.

대외무역법 등 관련법령의 미비는 제도적 보완이 뒤따라야 할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사이버무역을 전담할 인력 부족의 문제는 현재 일선 수출입업체들이 피부로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다. 산자부는 이 같은 추세라면 오는 2010년에는 6만3000명가량의 무역 전문인력 부족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최근 사이버무역 인프라 확충계획을 발표하고 대외무역법 개정작업에 한창이다. 관련업계 역시 트레이드·볼레로넷 등 전자무역 결제수단을 속속 개발하고 있다. 특히 국제무역인증기관의 설립이 논의되는 등 국제적인 사이버무역 활성화 방안이 점차 마련되고 있다.

오는 2004년께면 1조4천억달러 규모의 물동량이 사이버무역을 통해 전세계를 넘나들 것으로 예상되는 등 바야흐로 지구촌은 사이버무역시대에 성큼 다가서고 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