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회 무역의 날>고단한 한국경제 수출이 희망이다

「21세기 신통상국가로 진입하기 위한 수출의 닻을 높이 올려라.」

세계 경제가 전자·정보통신산업을 새로운 과녁으로 삼아 급속한 선회를 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로 「무역의 날」이 37개 성상을 맞았다.

중장년기라 할 「대한민국 무역호」는 수출제품의 고도화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전자상거래를 통한 세계적 교역확산 추세에 발맞추며 새로운 무역사를 써야 할 출발선에 서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64년 무역의 날이 지정된 이래 65년부터 지난 99년까지 연평균 19.4%의 높은 교역증가세를 기록했다. 그리고 37회 생일을 맞은 올해엔 지난해보다 21.4% 성장한 1740억달러의 수출을 예상할 정도로 자랐다. 외환위기에도 불구하고 세계 13위의 교역국으로 성장한 우리나라는 수출의 돌파력으로 IMF의 위기속에서 버틸 수 있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수출사를 살펴보면 양적, 질적으로 커다란 변모를 겪어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지난 65년 총 수출상품 712개로 시작해 70년 1504개, 80년 6010개, 90년에 7062개, 그리고 지난해 8297개를 기록하는 등 수출다양화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더욱이 60년대 이래 수출드라이브 정책으로 비롯된 무역은 우리 국민경제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성장해 교역을 우리경제의 중심축으로 자리잡도록 하는 데 커다란 기여를 했다.

우리의 GNP대비 무역의존도는 지난 65년 21.2%에서 77년 56.7%로 증가했고 81년 70.6%를 정점으로 감소하다가 지난해 99년 65.5%를 차지할 정도로 제자리를 찾았다. 우리에게 수출은 직접적으로 생산 및 소득을 유발하고 간접적으로 국내 기업에 대한 규모의 경제효과를 부여하면서 우리나라 고도경제성장을 견인한 일등공신으로 인식됐다.

이러한 무역을 이끄는 국내외 상황도 신세계 무역질서인 WTO체제의 파고를 한번 겪은 뒤 이제는 디지털교역, 즉 전자상거래라는 새로운 물결을 맞아 이 흐름을 타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전자·정보통신분야 중심의 수출비중 확대와 함께 인터넷 혁명이 세계 교역질서까지 재편하도록 하는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는 전자·정보통신산업 중심의 수출상품구조 고도화가 무역에 관한 한 첫번째 과제였다. 이는 올해 예상되는 반도체 수출액이 255억달러를 기록하면서 우리나라 총수출의 15%를 차지하는 최대 효자 품목으로 등장하고 있는데서도 단적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인터넷 혁명의 파고가 날로 거세게 밀어닥치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사이버 교역에 대한 무관세화 주장도 날로 힘을 얻고 있다. 수출시장에서 정보통신의 영향력 증대에 대해 눈을 뗄 수 없도록 하는 상황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이제 세계 교역환경이 종이서류시대를 거쳐 디지털시대로 옮겨가고 있고 첨단 통신관련 품목 중심의 수출고도화가 급속히 진행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올해 무역의 날을 맞아 정부포상 및 수출의 탑을 수상하는 업체들의 상당수가 전자·정보통신관련 업체로 구성돼 있음은 이를 잘 말해준다.

국제 반도체 가격이 날로 하락하고 고유가, 그리고 국내 경제사정악화로 고통을 겪는 제조업체도 이제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결합을 통한 미래의 전자상거래 시대에 대비하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리고 내수시장 환경의 악화는 결국 수출이란 해법으로 푸는 수밖에 없다.

정부가 올해 들어 무역인프라 확충을 위한 기본 계획을 수립한 가운데 특히 사이버 수출환경 조성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사이버 무역의 확산과 서비스 교역의 확대, 지식교역의 확대, 기업내·산업내 무역의 증대라는 특성도 이러한 인터넷 혁명의 흐름을 타는 움직임이다.

국가경제 성장 엔진으로 시작된 수출 드라이브 정책방향도 이제 새로운 무역상황을 맞아 시공을 초월한 무역을 지향해야 하는 새로운 환경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인터넷 무역에 대한 법제도 마련, 수출경쟁 여건의 지속적 보완, 무역관

리체제의 선진화를 통해 사이버 무역시대를 맞이한 우리 무역에 대한 또다른 성장과 도약의 카드를 준비하고 있는 것은 이를 잘 말해준다.

국내 경기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경제위기의 가장 유력한 해법은 여전히 전자·정보통신산업의 활성화, 그리고 수출확대와 함께 새로이 등장한 사이버 무역의 주도권을 잡는 것이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이 인터넷 시대의 문제는 인터넷 시대의 열쇠로 풀어야 하는 것이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