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자금난으로 벤처업계 실리주의로 전환

『이제 「외세」보다는 「실리」를 추구하겠다.』

자금난이 심화되면서 벤처기업들이 비즈니스 형태를 실리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회사 이미지를 위해서라면 무료 서비스나 업무제휴선을 가리지 않던 벤처기업들이 점차 실질적으로 매출확대에 기여하고 비즈니스에 도움을 주는 쪽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동안 절정에 달했던 벤처기업과 벤처기업, 벤처기업과 관련업체 및 기관간의 업무제휴가 최근에는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으며 무상으로 제공되던 콘텐츠나 솔루션의 유료화가 급진전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 공짜가 사라진다=일단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해서라도 회사이름을 알리고 사용자를 늘려보겠다는 벤처기업들이 최근들어 부쩍 줄고 있다. 자금경색으로 우선 비용을 줄여보겠다는 업체가 늘면서 이른바 공짜가 줄고 있는 것이다. 제휴업체들에는 무료로 ASP서비스를 제공해온 웹이지는 최근 서비스에 상응하는 반대급부가 따르지 않으면 신규 서비스 제공을 자제하고 새로운 제휴업체들에는 합당한 비용을 부과할 방침이다. 코스메틱랜드에 의학 콘텐츠를 1년 정도 무상제공하기로 한 메디다스도 최근 서비스를 중단했다. 지속적인 유지비용이 들어가는 반면 이로 인해 얻어지는 가시적인 성과는 없기 때문이다.

◇ 무의미한 제휴는 싫다=벤처조정기에 들어선 이후 벤처업계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던 것이 다른 업체나 기관과의 업무제휴였다. 비즈니스 효과는 차치하고 회사를 대외에 알리는 데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벤처위기론이 고조되면서 최근에는 외적인 포장보다는 실리에 치중, 실질적인 시너지 효과에 따라 업무제휴가 결정되는 추세다. 에드게이터컴 김종박 사장은 『두세달 전까지만 해도 1주일에 10여건에 달하던 업무제휴 제의가 최근에는 1주일에 1∼2건 정도로 줄었다』며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는 제휴에 비용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 콘텐츠의 유료화=인터넷 서비스의 수익구조가 도마위에 오르고 펀딩 실패 등에 따라 자금난이 심화되면서 「인터넷 콘텐츠=무료」라는 등식이 깨지고 콘텐츠의 유료화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일단 사용자를 확대하는 데 초점을 두고 나중에 유료 서비스하겠다는 생각이 바뀌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중소 콘텐츠제공자(CP)들이 과금(빌링)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빌링시스템 「앳빌」의 서비스업체인 퓨처테크 이상원 사장은 『그동안은 기술적으로도 PC통신과 달리 인터넷에서의 과금이 그리 쉽지 않았지만 이제는 다양한 과금이 가능해졌다』며 『최근에는 CP들이 유료 콘텐츠 제공에 부쩍 관심이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없는가=이같은 현상은 일단 벤처기업들이 비즈니스의 방향을 수익모델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는 자발적인 것이라기보다는 벤처금융시장 냉각이라는 외부요인에 따른 미봉책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전문가들은 『벤처는 네트워크 비즈니스인데다 일정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이미지 제고나 사용자층 확대를 수반해야 한다』며 『실리와 외세를 적절히 결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