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원부와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지난 21일 구로공단내 키콕스벤처센터에서 열기로 했던 서울디지털산업단지 선포식을 12월 14일로 연기했다.
이번 선포식은 구로공단을 경공업 위주의 기존 산업공단을 고도기술·벤처·패션디자인·지식산업 등 4개 첨단 분야의 업종으로 재배치하는 것을 선언하는 행사였다. 이같은 상징성 때문에 산자부와 산업단지공단이 오래전부터 공을 들여 준비해왔다.
행사이름을 단순히 키콕스벤처센터 개관행사로 하는 대신 디지털산업단지 선포식으로 바꾼 것에서도 이같은 기대감이 묻어나온다. 산자부도 행사에 맞춰 대대적으로 「디지털산업단지 종합계획」을 발표하려 했다.
산업단지공단은 행사가 연기되자 부랴부랴 초청장을 보낸 내빈·관련 기관·언론 등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이를 통보하는 등 부산을 떨어야 했다. 선포식의 부대행사로 잡혀있던 음악회(20일), 사진전(22∼25일) 등 개별행사는 어쩔 수 없이 예정대로 치러야만 했다.
산자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행사를 연기한 이유는 단지 대통령이 일정상 21일 행사에 참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정작 연기된 선포식 행사에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고 대신 이한동 국무총리가 참석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행사가 일정을 미뤄가면서까지 대통령이 꼭 참석해야만 하는 행사인지, 또 그만큼 큰 행사를 이렇게 허술하게 준비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고위 인물이 참석해 행사의 빛을 더 낼 수 있다는 점을 모르는 바 아니나 무조건 큰 인물이 참석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연기할 수 있다는 생각은 구시대적 발상이다.
더욱 큰 문제는 연기를 결정한 이후의 행태다. 이처럼 큰 행사를 연기하면서 산업단지공단측은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았다.
기껏 연기사유라고 댄 게 『말할 수 없는 이유로 행사가 연기됐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도 윗선(?)의 눈치살피기는 여전하다.
초청장을 받은 한 인사는 『산업단지공단은 누구를 초청하기 전에 일정부터 확인하고 부득이 행사를 미룰 때는 최소한 이유는 알려주는 기본 예의부터 배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전자부·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