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램 저 「서양문화의 역사Ⅰ」 중
『아테네 시민은 가족을 돌봐야 한다는 이유로 나라에 등을 돌리지 않습니다. 장사를 하는 사람도 정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압니다. 공공의 일에 관심이 없는 사람을 무해한 인물이 아니라 무익한 인물로 간주합니다.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은 우리 중에서도 극소수지만 우리는 누구든지 정책의 건전한 심판자가 될 수 있습니다.
행동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은 토론이 아니라 행동에 앞서 토론으로 얻을 수 있는 지식이 부족한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는 행동하기 전에 생각하고 행동하는 남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무지에서 나오는 용기는 있어도 성찰이 필요한 자리에서는 머뭇거립니다. 삶의 고통과 즐거움을 모두 명철하게 인식하는 가운데 위험에서 물러서지 않는 사람의 용감한 정신은 존경받아 마땅합니다.』
메모: 아테네의 황금기, 민주주의의 꽃을 피웠던 시대, 싸움터에서 죽은 아테네 청년들의 장례식에서 페리클레스가 행한 추도사의 한 구절이다. 이 유명한 연설은 2500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그 신선함과 감동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그만큼의 반작용으로, 세상의 민주주의와 삶의 질과 인간성의 품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는 느낌을 준다. 셀 수도 없는 문명의 이기와 생활의 편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기원전 460년경의 아테네 사람을 부럽게 생각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창조한 정신의 규율에 따랐던 인간이었다. 이 시대 우리가 창조하여 인류에 기여하는 도덕과 정신은 있는가.
<고은미기획조사부장 emk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