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과는 불가분의 관계라는 벤처캐피털산업이 벤처기업 위기로 인해 함께 흔들리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벤처캐피털산업의 역사가 짧고 벤처붐 조성이 너무 단기간에 급등락을 거듭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벤처산업의 제도적인 문제점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에 따라 본지와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회장 김영수)가 공동 주관하는 벤처지원포럼(회장 오해석)은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 5층 소회의실에서 「벤처캐피털산업의 법적·제도적 개선 방향」이란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 이날 포럼에는 최준영 중기청 벤처기업국장, 곽성신 우리기술투자 사장, 배재광 벤처네트워크그룹 사장, 고정석 일신창투 사장, 정기성 지오창투 사장, 정성인 인터베스트 부사장, 박기석 시공테크 사장, 홍순영 기협중앙회 상무 등이 참석했다. 홍순영 상무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를 정리한다. 편집자
△사회(홍순영 기협중앙회 상무) =벤처캐피털은 벤처산업이 성장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로 벤처캐피털업계가 상당히 위축돼 다양한 생존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점에서 이번 포럼은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주제에 맞게 벤처캐피털의 최근 동향과 문제점, 향후 발전 방향을 중심으로 자유롭게 토론을 진행하겠습니다. 먼저 곽성신 우리기술투자 사장의 주제발표를 토대로 벤처캐피털정책을 주관하는 최준영 중기청 벤처기업국장부터 말씀을 하시지요.
△최준영(중기청 벤처기업국장) =벤처산업은 벤처기업-벤처캐피털-코스닥시장 등에 시스템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물론 가장 기본은 벤처기업이지만 벤처캐피털이 벤처기업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따라서 그동안 기술지원 정책을 우선시한 데서 벗어나 향후 코스닥시장이 벤처의 자금조달 통로이자 벤처캐피털에 적절한 투자회수 방안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종합적인 시각을 가지고 이 문제에 접근할 것입니다.
△정성인(인터베스트 부사장) =곽 사장께서 말씀하신 정부부처간 인식의 공유문제와 최 국장께서 강조하신 시스템적 사고에 대한 얘기에 공감합니다. 그러나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벤처캐피털의 활성화로 이젠 기존의 간접금융방식에서 직접금융방식으로 전환했다는 부분입니다. 기업 자금조달이 론(loan)위주에서 투자위주로 전환돼 전체 경제 시스템이 변했다는 것만으로도 일단 벤처캐피털의 역할이 컸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배재광(벤처네트워크그룹 사장) =현재 벤처캐피털의 문제는 금융적인 관점에서 벤처캐피털을 금융기관으로 보는 마인드가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일부 벤처캐피털의 인력이 캐피털리스트가 아닌 금융전문가들로 채워져 이들이 각종 금융사건을 유발한 것입니다. 정부가 벤처캐피털을 금융기관으로 간주해 특수관계인 제도 등 공적 규제를 도입함으써 벤처캐피털과 벤처시스템의 성장을 저해하고 있습니다.
△사회 =벤처캐피털과 일반 금융기관은 성격이 다른 것이지요. 예, 그럼 이번엔
실제로 벤처캐피털로부터 지원을 받는 기업의 얘기를 들어볼까요.
△박기석(시공테크 사장) =결국 벤처캐피털도 벤처기업의 성공이 전제돼야 성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상당수 벤처기업들이 매출 및 수익과는 무관하게 자금만 조달하면 벤처로 포장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여기에 일정정도 벤처캐피털의 책임이 있습니다. 국제경쟁력을 가진 벤처를 육성하기 위해 캐피털도 자금 외에 전문정보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마케팅 및 경영지원에 나서야 합니다.
△정성인 =벤처기업은 창업초기기업에서 코스닥등록기업에 이르기까지 여러 성장단계가 있지만 벤처캐피털은 대개 코스닥등록 이전의 기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벤처캐피털은 유통시장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발행시장에서 기업가치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발행시기와 벤처기업의 성장단계별로 차별화된 록업(lock up)제도를 시행해야 하지만 우리는 주식 보유자에 따른 록업제도를 실시하는 점이 문제입니다.
△배재광 =코스닥 퇴출제도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코스닥 입출 기업수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코스닥에서 어떻게든 버티면 나중에 득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많습니다. 따라서 코스닥의 관리감독 기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고 이들을 확실히 퇴출시킬 방안을 구상해야 합니다.
△정기성(IMM창투 사장) =코스닥 활성화부분에 공감합니다. 그러나 우리 주식시
장은 단기투자 행태로 완만한 곡선을 그리지 못하고 급격한 변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장외시장에서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근본문제는 금융기관의 신뢰도에 있습니다. 창투사도 신뢰성이 부족해 펀드구성이 어려워 이들에 직접 맡기기보다는 스스로 펀드를 조성하는 사례가 많아진 것입니다. 자생력을 가질 때까지는 연기금을 통한 토양 만들기가 필요하고 장외시장에 묶여 있는 음성적 자금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합니다.
△배재광 =벤처캐피털의 수익률을 평가한다면 오히려 단기성향의 투자가 더 늘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정기성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결국 장기적인 수익성과가 축적되면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고정석(일신창투 사장) =창투사를 하나의 펀드매니저로 보는 시각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가 부채위주에서 자산위주의 마켓으로 전환하는 것은 공감합니다. 이제는 자산(에셋) 매니지먼트가 시작된 것이죠. 하지만 지금까지는 단지 벤처기업의 지원기관으로 인식돼온 것이 사실입니다.
△배재광 =그 점은 저도 공감합니다. 즉 현재 100억원으로 규정된 벤처캐피털 최저자본금 제도를 없애고 창투 등록이 아닌 펀드로도 등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미국은 주식회사·유한회사·조합으로 할 것인지는 캐피털리스트가 스스로 선택하고 있습니다.
△사회=저도 산업자원부가 벤처캐피털을 기업에서 유한회사로의 전환을 유도하려고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곽성신 =벤처캐피털을 자본회사로 보기보다는 인적회사로 보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벤처캐피털 설립기준인 자본금 100억원의 규정을 이중적으로 설정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합니다. 가령 자본위주의 캐피털은 300억원 이상으로, 전문인력 중심의 캐피털은 30억원 이상으로 함으로써 그 성격을 달리하는 것이죠. 물론 정부도 이들의 실무능력에 대한 실질적 판단 및 결정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창투사의 코스닥 등록도 일반인들이 창투를 펀드의 성격으로 바라보고 일종의 뮤추얼 펀드개념으로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고정석 =우리나라는 콜베이스만 허용되지만 한국에 100% 투자하려는 역외펀드 유입을 위한 제도적 지원도 필요합니다.
△정성인 =외국펀드의 경우 수익과 동시에 부과되는 세금이 중요한 문제입니다. 해외의 경우 거의 모든 기업금융이 펀드레이징에 의한 것으로, 매니지먼트 요금을 회사로 돌려 운용과 직접 관련없는 사람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시스템은 문
제가 있습니다.
△고정석 =우리나라는 경제규모에 비해 펀드마켓이 작은 편입니다. 국내시장도 펀드시장이 커져야 하며 또 외국 펀드가 국내 유입될 수 있는 인프라 구축도 필요합니다. 지난 99년 아시아 시장에 몰린 돈이 약 160억달러 정도로 98년의 2배에 해당합니다. 이 중 80억달러 정도가 투자되고 나머지는 아직도 한국·대만·인도·일본 등 아시아 시장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사회 =이무튼 일부에서 벤처캐피털이 자본이익에 급급하다고 오해를 해 건전한 벤처기업과 캐피털 모두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정확하고 객관적 정보와 시각을 공유해야 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자율성을 확보하는 대신 현재 받고 있는 혜택과 관리감독 기능 등에 대한 고민도 병행돼야 합니다. 향후 선진 벤처캐피털시스템의 장점을 수용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정책입안에 수렴해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른 시간에 토론에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