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용 숭실대학교 정보과학대학 컴퓨터
우리는 희망의 21세기를 맞이하여 6.15남북 정상회담을 분단의 반 세기 만에 기적적으로 가진 바 있다. 이에 따라 남한과 북한간에 화해협력무드가 조성되고 남북경제협력이 구체화되고 교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남북경협 중에서 정보기술(IT)분야에 거는 기대는 남북이 한결같이 크다.
먼저, 남북IT분야의 경제협력을 보다 현실화하고 효율화시키기 위해 남북 상호간에 공동이해와 협력을 위한 일관성 있는 표준화가 시급히 선행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통일 IT표준화 노력이 미흡할 경우에 상호간의 비효율과 낭비는 민족의 손실이며, 더욱이 남북통일의 큰 난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 IT표준화의 필요성은 남북간의 상호 일관성의 확보와 중복투자를 배제하기 위한 것이다. 이미 북한도 IT분야에 대한 투자는 상당 수준이며, IT 기술력도 우리가 상상하는 수준보다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북한의 대졸 이상 IT인력은 7만∼1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이미 16MD램(조선과학원 부설 전자공학연구소)을 개발하였고 곧 64MD램도 개발한다고 한다. 컴퓨터 분야에서는 지난 79년부터 한글전용 컴퓨터를 생산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였으며, 최근에는 IBM 486급 PC(평양컴퓨터조립공장)를 대량으로 조립 및 생산하고 있다.
북한은 특히 단일 기능의 소프트웨어에 강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예컨대, 평양시 만경대 구역 광복거리 중심에 위치한 조선컴퓨터센터에는 1000여명의 일류대 출신 엔지니어가 근무하고 있으며, 워드프로세서와 문서관리기, 리눅스 등 운용체계, 네트워크 및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 계측제어 및 통신소프트웨어, 의학시스템, 게임소프트웨어, 그래픽처리 소프트웨어 등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을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특히 광명성1호(1998년 8월 발사) 미사일에서 입증되었듯이 군사과학분야의 IT 기술력은 국제 수준급인 분야도 많은 것으로 사료된다.
북한의 IT 기술력은 또한 지난 85년부터 대학은 물론 고등중학교 6학년(남한의 고등학교 1학년에 해당)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basic programming language 등)을 정규교과목으로 채택하여 교육을 해왔다는 사실로 미루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남북이 미래의 통일시대를 대비하고 통일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가능한 범위 내에서부터 IT지식과 정보를 나누어야 한다. 이와 같은 문제를 효과적으로 극복하기 위하여 우리는 먼저 통일 IT표준화 접근전략을 시급히 연구하여 대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북한은 정무원 산하 국가규제위원회에서 관장하고 있는 기술표준제도인 국규를 통하여 IT관련 표준화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정부에서는 IT관련 표준화정책을 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전산원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남북 관계 기관간에 직접적인 교류와 통일IT표준화 협상을 위한 상설기구를 설치 및 운영하여야 한다. 이 상설기구를 통해 통일 IT표준화 협상기구·절차·기준·대상·방법 등을 도출해내야 한다.
남북한의 IT관련 표준화에 대하여 조사·연구하고, 국제적인 IT표준화 동향에 입각하여 남북한의 실정에 적합한 통일IT표준화 정책을 시급히 수립하여야 한다. 이를 통하여 IT분야의 남북협력을 보다 효율화하고 중복투자와 시행착오를 사전에 방지하며, 국제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중요한 것은 통일IT표준화를 통하여 남북간 동질성을 회복하고, 남북간 상호협력의 기반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시대의 물리적인 국경은 의미가 없다. 통일을 위하여 통일 IT표준화를 통한 IT분야의 구체적인 남북경협은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통일비용을 최소화하는 최선의 길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