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성공한 한민족 벤처기업인이라고 해서 국내 벤처기업들에 대해 호의적인 감정을 갖고 투자나 제휴 등을 추진할 것으로 생각하는 건 오산입니다.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벤처기업인 대부분은 사업가들입니다. 성공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는 한 섣불리 투자나 제휴를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INKE2000(한민족벤처네트워크2000)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3일 한국을 방문한 넷지오의 마이클 양 대표(38)는 이번 행사가 미국에서 기업을 하며 겪었던 성공과 실패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자리 이상의 의미를 갖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충분한 사전 준비와 목적의식 없이 해외 기업인들과의 접촉을 시도한다면 어떤 가시적인 성과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마이클 양의 충고다.
마이클 양은 현재 인터넷접속자의 개인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중인 넷지오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지난 98년 4월 2만5000달러로 마이사이먼닷컴을 설립, 2년 만인 지난해 2월에 시넷에 7억달러에 M&A시키며 일약 벤처스타로 떠올랐다. 이후 인터넷 자동차구매사이트를 오픈했다가 6개월 만에 실패하고 새롭게 설립한 회사가 넷지오다.
이같은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국내 벤처기업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게 마이클 양의 생각이다. 하지만 한국의 벤처기업들은 모방은 잘하지만 창의력이 부족하다고 꼬집는다. 이 때문에 외국 기술을 모방해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것은 비교적 잘 하지만 이런 기술을 가지고 해외시장, 특히 미국시장에 진출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에서 회사를 설립,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지 자본의 투자를 받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즉 미국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벤처캐피털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이들의 투자기준을 파악해야 할 것입니다.』
마이클 양이 내세우는 미국 벤처캐피털의 투자조건은 크게 네가지다. 먼저 해당 기업의 마켓볼륨이다. 그 기업이 성장했을 때 최소한 10억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갖고 있어야 한다. 또 경쟁사들과의 경쟁우위, 해당 비즈니스모델(BM)의 매출이나 수익성 정도, 매니지먼트 팀의 우수성 여부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미국에서 차세대 분야로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통신장비, 무선통신, 소프트웨어, 광통신 등의 분야입니다. 이런 분야의 벤처기업이라면 현재 시점에서
미국 시장진출을 추진해볼 만합니다.』
마이클 양이 지적하는 사업성공 키포인트는 타이밍이다. 산업의 흐름을 읽고 가장 적합한 타이밍을 찾아 내야만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글=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