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검침(Automatic Meter Reading)시스템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최근 정보화·디지털화가 진척되면서 가정이나 사무실·공장 등에 설치된 디지털 계량기를 이용해 전기·수도·온수·가스·난방의 사용량을 원거리에서 점검해 공급업체에 통보할 수 있도록 한 원격검침시스템이 21세기 신개념 서비스로 부상하고 있다.
60∼70년대만 해도 흔히 볼 수 있었던 검침원들이 전기 사용량을 적던 풍경은 물론 휴대단말기에 사용량을 입력하던 모습도 조만간 과거 속으로 완전히 사라질 전망이다.
검침원들이 일일이 가정을 방문하지 않고도 원거리에서 걷거나 차를 타고 지정 구역을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전기·가스·수도 사용량을 측정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것.
국내 원격검침시스템 시장은 IMF 이후 건설경기 하락으로 침체를 보였으나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신규 건설 물량 증가 및 사이버 아파트 건설을 축으로 한 홈오토메이션(HA) 붐에 힘입은 바 크다.
실제로 사이버 아파트·오피스텔의 광고문구에는 인터넷 등 정보통신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는 설명과 함께 전기·가스·난방 등의 분야에서 원격검침시스템에 대한 자료를 곁들이고 있다. 원격검침시스템이 고급 건물의 상징처럼 여겨지면서 주택건설업체들이 앞다퉈 이를 적용하고 있다.
그만큼 원격검침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는 반증이다. 향후 무인경비 시스템 설치가 의무화되고 있고 주거상황 역시 계속 고급화되는 추세에 있어 업계 관계자들은 이 시장이 성장을 거듭, 올해 2000억원에서 내년에는 2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표1참조
원격검침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정확한 점검이 가능하기 때문에 민원발생 여지가 낮고 검침원이 직접 현장을 방문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한국전력이 원격검침시스템을 전면 도입할 경우 현재 6000명에 달하는 검침인력이 3분의 1로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 전국 1600만호 가운데 검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300만호로 인한 발생비용 100억원이 절감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격검침을 적용할 경우 한전에서만도 실로 막대한 금액의 절감이 가능할 것이란 계산이다.
또 각 가구별 전기·수도·가스·난방 등의 사용량을 통합해 자동으로 검침할 수 있으므로 공급 업체 입장에서도 중복 투자를 피할 수 있다.
이외에 수시로 보내지는 실시간 데이터로 방범·방재·가스 누출 등의 상황을 분석해 대처할 수 있는 등 안전관리시스템에도 적용할 수 있으며 에너지 절약 측면에서도 유용하다.
현재 원격검침은 전력분야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올해 말까지 계약전력 1000㎾ 이상 고압수용가 8만호 가운데 1만800호에 원격검침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미 서울 영등포지역과 강동지역 고압수용가를 대상으로 전화선·CATV망·무선(PCS)방식의 시범 사업운영을 마치고 원격검침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마련해 놓고 있다.
수도 분야에서도 원격검침시스템 사업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국내 6200만개의 수도전 가운데 8% 정도만을 지자체가 관리하고 있고 나머지는 아파트·오피스텔 등 민간이 관리 주체이기 때문에 검침 효율성 및 유수율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들이 모색되면서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 가스 분야에서도 서울도시가스가 지난해 말부터 유선검침 개발에 착수하는 등 환경에 맞는 솔루션을 내세워 다양한 시스템들이 개발되고 있다.
그동안 국내외에서 원격검침시스템은 SCADA 시스템을 활용해 중요시설이나 특정지역을 대상으로 구축돼 왔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서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과 함께 에너지 사용량을 비롯한 각종 데이터를 전화선·전력선·전용선 등 다양한 전송매체에 실어 전송할 수 있게 됐다.
전화선은 별도의 통신선로가 필요치 않고 넓은 지역의 검침이 가능하며 배관·배선비를 절약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통신비용이 들고 데이터 전송속도가 느리다.
전력선 역시 별도의 통신선로가 필요없고 배관·배선비를 절약할 수 있으나 검침범위가 한정돼 있고 통신의 신뢰성이 낮으며 아직까지는 통신장치의 원가부담이 크다.
전용선은 초기배선·배관이 필요하고 검침범위가 넓지 않지만 에러발생이 적고 데이터의 안정성 및 처리속도가 빠르다.
최근 들어서는 이들 방식이 혼재하는 가운데 다양한 유무선 솔루션들이 개발되고 있다.
특히 선진국을 중심으로 무선 휴대형 자동검침 장치들이 선보이고 있으며 인터넷을 통한 웹기반 검침 시스템을 통해 사업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려는 움직임도 각급 검침기관 및 대행사 사이에서 보편화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전화선과 무선 등이 주로 사용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근거리통신망(LAN)을 기반으로 한 인터넷이 자리를 넓혀가고 있다.
인터넷을 원격검침에 활용할 경우 사무환경에서 검침·고지·수납 등 전과정을 원스톱으로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업무효율 증대 및 부대업무 감소 등 고객만족
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단말기 분야에서는 기존 펄스구동형 회전감지식을 벗어난 센싱방식 등 비접촉 방식 제품들이 국내외에서 속속 개발되고 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약 10억개의 계량기가 설치돼 있으며 이중 원격검침이 가능한 자동계량기는 3%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해도 3000만개의 디지털 계량기의 수요가 있는 셈이며 이는 또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세계 원격검침시스템 시장은 당초 전력부문 규제철폐를 계기로 미국·캐나다를 비롯한 북미지역 전기·가스·수도 등 유틸리티 업체들 사이에서 대규모로 형성되기 시작했다. 원격검침시스템의 도입으로 유틸리티 업체들은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동시에 고객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보통신 부문에서 최근의 기술 진보는 서비스의 범위·속도 및 신뢰성에 있어서 보다 품질 좋은 제품을 가능하게 했으며 반도체 부문의 기술 발전으로 부품원가도 많이 떨어졌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새로운 통신기술을 도입한 원격감시용 제품이 속속 등장하면서 시장은 한층 더 활성화되고 있다. 대부분의 원격감시용 제품이 200달러대을 웃돌고 있지만 조만간 100달러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보여 시장은 급격히 팽창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2006년의 북미시장 규모는 10억3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원격검침시스템 산업 역시 제품의 실용화 정도에 따라 시장이 급성장할 전망이다. 유틸리티 업체 입장에서도 원격검침시스템은 검침인력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수작업에 따른 제반 문제를 방지할 수 있는 등 엄청난 비용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들 공급업체는 적절한 단말기 및 시스템 업체를 물색하는 등 내년을 「원격검침 원년」으로 보고 본격 적용에 나서고 있다.
특히 업체들의 참여가 가장 활발하고 시장개화도 가장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 전력 부문은 관수와 민수가 3 대 1 정도로 나눠져 있는 가운데 누리텔레콤이 한국전력공사의 고압시범 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고 옴니시스템이 다양한 원격검침 솔루션을 개발해놓고 있다.
단말기 쪽에서는 LG산전·일진전기공업을 비롯해 금호미터텍·마이크로닉스·에스티에스정보통신·코인테스 등 기존 업체와 에이엠알텍·엠텍코리아 등 신규 업체들의 추격전이 불을 뿜고 있다. 분야별로는 대부분의 업체들이 전력에 주력하고 있는 데 반해 엠텍코리아가 수도 부문에, 에스티에스정보통신 등이 가스 분야로 제품을 특화하고 있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