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격검침(AMR)시스템이 세계 유틸리티업계의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전력·가스 등 에너지의 판매 못지 않게 여기에서 얻어지는 검침 데이터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사회의 패러다임이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전환되고 있다는 반증으로, 단순한 소비량보다는 소비패턴이 더 중요시되고 있다는 말이다.
전기·가스 등을 공급하는 유틸리티업체들은 사용자들의 에너지 수요에 대한 요구와 아울러 에너지 수요의 패턴에 관심을 갖게 됐고 원격검침시스템은 이를 만족시키는 가장 적절한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여기에다 컴퓨터·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원격검침시스템 기술은 한층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게 됐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향후 3∼5년 안에 원격검침시스템 시장이 급팽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 유틸리티업계에서는 오는 2006년에는 검침업체들이 한때 인터넷 업체들이 누렸던 영광을 갖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의 경우에도 아직까지 주별로 규제의 정도가 다르며 일부 주에서는 독점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급격한 시장팽창은 기대하기 이르다. 실제 미국의 유틸리티업체들은 30년 이상 원격검침시스템에 대해 관심을 보이면서도 정작 이의 도입을 활발히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 원격검침시스템이 완전히 개화하지 못하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아직까지 경제성을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수동검침의 평균비용이 계기당 연간 9∼15달러로, 10년 정도 활용하면 70∼90달러 선에서 진행될 수 있는 데 반해 원격검침 비용은 아직 그 정도 수준으로까지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외에 신기술의 변화에 대한 불안감과 수용가 및 정년퇴직자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수동검침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원격검침이 활발히 도입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에서 가스·전력 등에 대한 규제완화로 틈새시장이 열리고 있다. 유틸리티 산업에서 원격검침은 급성장하기 시작했으며 원격검침시스템을 이용해 유틸리티업체들은 원가를 절감할 수 있고 동시에 고객을 유지할 수 있었다.
원격검침시스템은 최근에 생겨난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96년에 북미에서 22개의 주요 업체(시스템 및 서비스)가 거의 2억5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또 올해 전체 미국내 출시된 계량기 중 10%가 원격검침기능을 갖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원격검침 장비의 가격이 100달러 이하로 떨어지면 시장은 급팽창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프로스트앤드설리번은 오는 2006년 북미 원격검침 시장규모를 10억3000만달러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의 개화에 따라 기술적 진보도 거듭돼 범위·속도·신뢰성에 있어서 보다 품질 좋은 원격제품들이 속속 등장했다.
대표적인 예가 아이트론사의 휴대형 자동검침기인 데이터팩(DataPac). 무선 원격검침 기술을 활용, 차량을 이용해 운전중에도 전기·가스·수도 등의 사용량을 검침할 수 있다.
제품의 크기는 불과 서류가방 정도로 별도의 장비 없이 터치스크린을 통해 검침을 할 수 있으며 8시간 이동하면서 4000∼5000가구의 검침이 가능, 매달 8만∼10만가구를 검침할 수 있는 등 효율성이 높다.
이외에 인터내셔널텔데이터사에서 개발한 광학검출모듈식 원격검침장비는 가격이 저렴하고 기능이 뛰어나 주목을 받고 있다.
원격검침시스템은 유틸리티업체와 중간판매업체에 많은 기회를 가져다 주었다. 예를 들어 시스템이 보급되면서 고속 인터넷 접속, 화재감지 모니터링, 의료장비 모니터링, 정전예고, 원격제어 및 주택환경 제어 등에 응용됐다.
원격검침시스템이 유익한 점은 원가절감에도 있다. 현재 장착돼 있는 많은 계량기들은 매월 또는 3개월마다 검침하는 대신에 매일 검침된다.
이러한 검침수치는 사람의 노력과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고객은 실시간 과금정보로 수시로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 실시간 과금제도는 계기와 인터페이스 장비가 건물제어시스템으로 하여금 피크타임, 심야시간, 준피크타임 요율을 구분, 체계적인 에너지 소모 계획을 실행하게 한다.
이렇듯 미국에서 원격검침은 빠르게 자리를 잡고 있으며 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업체간 경쟁도 격렬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아이트론 외에 헌트·셀넷·슐럼버제 등이 이처럼 연평균 50% 가까이 성장하는 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빠르게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업체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이런 가운데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인 채트웰은 유틸리티업체들의 유무선 솔루션 사용양상을 분석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올해 현재 일반 전화와 무선방식이 각각 47%와 23% 정도로 주류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단지 7%의 유틸리티업체만이 전력선통신(PLC) 방식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화방식 가운데는 인바운드 콜방식의 이용률이 다소 떨어진 가운데 25%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아웃바운드 콜이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