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검침 시스템>국내시장 동향

우리나라의 원격검침(AMR)시스템은 지난 88년에 시작됐다. 사업의 주체는 한국전력이 아닌 한국통신. 서울 염창동 등 강서지역에 480세대, 대구지역 160세대를 기점으로 전화선 방식의 원격검침이 시범 운용됐다. LG를 비롯해 대한전선·풍성전기·태원전기 등이 계량기를 납품했다.

최근 들어 가장 활발하게 원격검침시스템 사업을 벌이고 있는 한국전력이 본격적으로 원격검침사업에 뛰어든 것은 지난 94년. 이때 한전은 계약전력 5000㎾ 이상의 대규모 수용가를 중심으로 원격검침을 개시했다. 한전은 당시로서는 첨단 제품인 전자식 전력량계를 설치할 계획이었으나 국내에 제품이 없어 미국 GE사로부터 수입해 설치했다.

반면에 한국통신이 주관하던 전화선 방식 원격검침은 지리멸렬한 상황에 부딪치게 됐다. 초기 투자비가 과다했던 데 반해 전화선 사용요금의 징수가 어려워 영업이 힘든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무엇보다 국내 수요자들이 원격검침에 대한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않고 있었고 따라서 한국통신의 원격검침은 세월 속으로 묻히게 됐다.

그러나 기술 분야는 상황이 달랐다. 선진각국의 원격검침 사례들이 국내에 알려지면서 각사간 기술개발이 빠르게 진행돼 이 때부터 전용선·전력선 등 다양한 통신방식의 제품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96년에는 LG산전에 의해 국내에서도 최초로 전자식 전력량계가 국산화됐다. 이 해에는 또 한국전력이 배전자동화시스템(DAS) 사업과 연계해 전력선 방식의 원격검침시스템을 서울 강동지점에 시범 적용하기도 했다.

이어 97년에는 한전 영업처 주관으로 무선방식의 원격검침시스템의 시범적용이 있었다. 미국 아이트론사의 검침용 핸디터미널이 도입됐고 이 때 최초로 저압 부문에서 전자식 전력량계의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99년에는 무선검침용, OMR방식의 핸디터미널 도입을 위해 국내 입찰이 시작됐고

국내 업체인 삼지전자가 공급을 담당하게 됐다.

한국전력은 현재 고압수용가와 저압수용가를 구분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계약전력 1000㎾를 기준으로 볼 때 국내 고압수용가는 8만호 정도. 이 가운데 8000호를 대상으로 올해 무선검침이 가능한 전자식 계기를 이용한 원격검침 서비스를 개시했다. 고압사업은 올해 말을 기점으로 본격 확대돼 오는 2003년까지는 완료될 예정이다.

저압 부문에서는 2000∼3000호를 대상으로 무선방식 및 전력선통신(PLC)방식을 이용한 시범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는 내년이 원격검침 원년이 될 전망이다.

한편 국내 전력 중 고압수용가가 국내 총 수요의 65%를 담당한다. 그러나 수용가 수는 저압이 1600만호로 압도적으로 많다. 여기에 들어가게 될 전력량계만 해도 300만개 이상. 이 가운데 매년 10 %가까이 교체되고 있다. 따라서 시장규모는 저압 부문이 훨씬 큰 셈이다.

또 관수시장과 민수시장 규모는 5대1 정도로 파악되는데, 공장 등 고압수용가는 물론 일반 단독주택용 전력량계는 한전의 검침을 받아야 하고 아파트 등 집단주거 시설의 각 세대에 공급되는 제품은 민수로 분류된다.

원격검침과 관련한 기술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결코 뒤처져 있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80년대 후반 원격검침이 시작된 이래 검침원이 각 가구의 에너지 사용량을 휴대단말기를 이용해 입력하는 EMR(Electronic Meter Reading) 방식에서부터 단계를 밟아 현재는 서울 영등포지역에서 실시중인 고정네트워크 방식 및 무선방식을 이용한 방식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갖는 원격검침이 시도되고 있다.

미국·일본 등 각국은 현재 센서를 이용한 방식, 차량을 이용한 무선검침 등 환경에 맞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인터넷 인프라의 신속한 구축과 함께 향후에는 인터넷을 이용한 원격검침이 가장 유망한 분야로 대두되고 있기도 하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