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벤처투자시장에 봄은 오는가.」 코스닥침체와 벤처위기론에 따라 10개월 가까이 얼어붙은 벤처투자시장이 연말을 고비로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동안 위축됐던 벤처캐피털업계의 벤처펀드 조성이 최근 다시 활기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벤처육성과 벤처붐 재조성을 위해 펀드결성을 강력히 유도하고 있는데다 벤처캐피털업계가 정부자금·연기금·외자유치 등을 통한 대형 펀드조성을 잇따라 추진, 돈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벤처업계에 단비를 내려줄 것으로 보인다.
◇추진현황=지난 10월 이후 거의 끊겼던 벤처펀드 결성이 이달들어 활기를 띠기 시작한 것은 무엇보다 정통부·중기청 등 정부의 역할이 컸다. 우선 정통부의 경우 정보화촉진기금을 바탕으로 500억원을 10개 민간 벤처캐피털에 각각 50억원씩 지원, 업체당 최소 150억원 규모의 정보통신 전문펀드 결성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KTB네트워크·산은캐피탈·스틱IT벤처 등 해당 벤처캐피털들은 내년초까지 펀드결성을 마무리, 총 1500여억원의 IT벤처 투자재원이 마련된다.
여기에 중기청은 올해 중소기업창업자금 2000억원을 투입, 민간 창투사들과 공동으로 조성해온 매칭펀드조성이 하반기들어 주춤해지자 최근 지원비중을 총 펀드규모의 40%로 높이고 투자제한·업체선정 기준 등을 대거 풀어 창투사들의 펀드결성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특히 이 예산은 가능한 한 올해안에 모두 소진해야 하기 때문에 창투사들의 펀드결성을 적극 독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배경=벤처캐피털업계가 연말로 접어들면서 벤처펀드 결성에 적극 나서고 있는 근본 원인은 「자금확보」 때문이다. 현재 벤처기업과 마찬가지로 벤처캐피털업계의 자금난은 심각한 상황이다. 이는 벤처붐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상반기에 자금을 쏟아부었으나 코스닥시장이 침체를 거듭하면서 투자기업의 코스닥등록이 지연되고 코스닥에 올라도 주가가 낮아 투자회수가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이에 따라 최근엔 투자를 하고 싶어도 자금이 없어 못하는 벤처캐피털이 속출하고 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올해보다는 내년초가 벤처투자의 적기라고 판단, 투자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전반적으로 내년 경기전망도 어두운 편이지만 하반기부터는 살아날 것으로 보여 적어도 1·4분기말께부터는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한미열린기술투자의 오태승 사장은 『경기는 더 어려워지겠지만 벤처기업의 평가가치는 이제 어느정도 바닥권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부터 본격 투자를 준비중인 업체가 많다』고 전했다.
◇벤처업계에 미치는 영향=벤처펀드는 운용기간이 보통 5년이며 상황에 따라 투자시기를 조절할 수 있다. 따라서 펀드조성이 활기를 띤다고 해서 당장에 벤처투자가 활성화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로 현재 펀드만 만들어 놓고 거의 투자를 하지 않는 곳도 적지 않다. 그러나 지난 4월 이후 자본시장이 냉각되면서 벤처기업의 거품이 상당히 줄어들어 이젠 「바닥권」에 근접하고 있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적어도 내년초부터는 벤처투자시장이 되살아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특히 벤처투자시장 활성화의 열쇠인 코스닥시장과 침체된 경기가 내년 3·4분기부터는 좋아질 것이란 전망이 대두되고 있고 벤처투자가 최소한 1∼2년 앞을 내다보는 비즈니스란 점에 비춰 「지금이 바로 투자의 적기」라고 판단하는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란 점에서 벤처투자가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란 전망이다.
◇변수는 무엇인가=벤처캐피털은 벤처투자그룹의 리딩 컴퍼니로서의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에 비춰 볼 때 최근 벤처펀드 결성 활기는 개인투자가들은 물론 은행·투신·증권·종금·일반법인 등 그동안 벤처에서 등을 돌린 기관들을 다시 벤처로 끌어들이는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그렇지만 변수는 많다. 우선 우리나라 안팎의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길어져 코스닥침체가 더욱 장기화될 경우 아무리 벤처펀드가 많이 조성돼도 바로 투자활성화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내년엔 펀드조성을 위한 재정지원이 다소 축소된다는 점과 기업 및 금융권 구조조정 문제, 미국 경기위축, 유가 및 환율불안, 정치불안 등이 벤처투자 활성화의 변수로 간주되고 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