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를 비롯한 KAIST·연세대·포항공대 등 국내 주요 대학의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여건이 미국 실리콘밸리 주변의 스탠퍼드대학·버클리대학 등과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같은 결과는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아브론 바 교수팀에 의해 발표된 「한국에서의 소프트웨어 벤처 창업 최종보고서」에 따른 것으로, 한국이 인도·이스라엘에 비해 소프트웨어 벤처에 필요한 인력이 부족한 원인이 대학에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연구는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윌리엄 밀러 교수팀이 지난 94년부터 6년간 진행한 「스탠퍼드 컴퓨터산업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한국 정부와 이종문 회장 재단의 지원을 받아 지난해 2월부터 연구를 시작해 최종 작성된 것이다.
이 보고서에서는 미국내 대학들이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컴퓨터사이언스(CS)나 컴퓨터사이언스공학(CSE)에 대한 학사학위를 전자공학 등 하드웨어 분야와 차별화해 수여하는 데 비해 국내 대학은 이를 공학계열로 통합해 학위를 수여한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통합 공학학위」는 대학들이 가시화된 성과를 내는 직업교육에 교육과정의 중심을 둬 하드웨어 설계·개발 등에 교육여건을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양산한다는 것.
이에 비해 미국 버클리대학은 지난 97년 전자공학으로 편입됐던 CS부문 교육을 따로 분리해 전자공학과 CS의 위상을 동일하게 수정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등 소프트웨어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는 또 버클리대학이 CS관련 교수(강사포함)가 71명, 전자공학 교수가 51명인 데 비해 서울대는 CS 전공 교수들을 찾아보기 어렵고 하드웨어 전공 컴퓨터공학 교수 16명만을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보고서는 『소프트웨어 전공 교수의 결핍은 소프트웨어 교육에서 학부를 서로 결합하는 것을 가로막는다』며 『어떤 수단이 강구되지 않으면 소프트웨어 교육의 질은 학생 수의 증가에 반비례해 더욱 저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스탠퍼드 보고서」는 서울대의 컴퓨터공학부 졸업 필수학점을 분석한 결과 스탠퍼드대학의 경우 소프트웨어 부문이 24.5학점인 데 비해 서울대는 필수과목이 전혀 없는 허점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소프트웨어 벤처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대학들이 △최고급 인력을 소프트웨어 직종으로 유치 △소프트웨어 특허나 교내 벤처의 성공을 전통적인 논문 연구실적과 동등하게 대우 △인도와 같이 소프트웨어 교육에 초점을 맞추는 무역학교(trade school)를 설립할 것 등을 제안했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