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제조업체들에 던져진 이 「화두」를 풀기 위해 「맹렬정진」하는 국내 한 제조업체가 있다. 삼성코닝이라는 회사다.
이 회사는 디지털시대를 선도하는 부품소재 업체로서 발돋움하기 위해 최근 IT를 전방위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일반인은 이 회사를 잘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거의 매일 이 회사의 제품을 보며 산다. TV나 모니터 화면을 감싼 유리가 이 회사의 제품이다.
공식 명칭은 유리벌브. TV나 모니터의 핵심 부품이다. 「굴뚝산업」이라며 가치를 폄하하는 사람도 있으나 디지털시대에도 없어서는 안되는 품목이다.
오히려 디지털산업의 발달로 TV와 모니터 수요가 늘어나면서 유리벌브 수요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삼성코닝의 올해 매출은 1조3000억원으로 73년 설립 때에 비해 1000배 정도 늘어났으며 내년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일반인에게 이 회사가 잘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것은 디지털경영이다.
국내 제조업체 가운데 이 회사만큼 디지털경영을 제대로 실천하는 회사를 찾기 힘들다. 굴뚝산업의 대명사격인 회사가 디지털경영에 앞장서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박영구 사장의 설명은 간결하다. 『굴뚝산업은 아무래도 첨단산업에 비해 마진폭이 좁아 수익성을 높이려면 단순한 원가절감 이상의 노력이 필요한데 IT를 축으로 한 디지털경영은 아주 효과적인 수단이다.』
삼성코닝의 디지털경영은 올 들어 본격화하고 있다.
그 축은 크게 세가지다. e비즈니스를 비롯해 △디지털정보시스템의 구축 △지식경영에 기반한 디지털 문화의 정착이다.
이같은 디지털경영이 최근 뿌리를 내렸다는 게 삼성코닝의 자체 분석이다.
먼저 e비즈니스를 보면 이 회사는 이달 1일 유리전문사이트(http://www.glasstopia.com)를 본격 개설했다. 이 사이트는 삼성코닝에서 생산하는 산업용 유리에서부터 일반 가정용 및 장식용 유리는 물론 관련 원자재, 설비에 이르는 모든 유리 관련 제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삼성코닝은 이 사이트를 전세계 기업과 개인을 상대로 하는 유리포털사이트로 육성해 e비즈니스를 적극 활성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체 정보시스템의 구축도 필요하다. 삼성코닝은 지난 95년부터 국내외 사업장을 연결해 생산, 물류, 재무, 관리 등에서 나오는 각종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정보시스템인 「VOIS」를 운영해 왔다. 또 말레이시아 법인은 독자적으로 전사적자원관리(ERP)시스템인 SAP R/3를 구축했다.
지난해부터는 사내 정보망인 「나이스파트너」를 구축해 사내 각종 정보를 모든 임직원이 실시간 공유하고 있다.
삼성코닝은 고객 및 협력사와의 정보 공유에도 적극적이다. 자체 홈페이지(http://www.samsungcorning.com)를 통해 고객과의 연결 고리를 만들었다. 또 구매전용사이트(http://www.e-spin.co.kr)를 구축해 기자재 구매에서부터 공사계약에 이르기까지 업무를 실시간 처리한다.
디지털 정보시스템을 잘 구축해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쓸모가 없다. 이를 위해 삼성코닝은 디지털 문화를 조기에 정착시키려 애쓰고 있다.
우선 최고경영자가 솔선수범해 자체 홈페이지(http://www.parkyoungku.pe.kr)를 구축했으며 사업부별 또는 부서별로 임직원들이 자체 홈페지이를 운영하고 있다.
회사와 사원가족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가종전용 사이트(http://www.samsungcorning.family.com)도 개설했다.
기업 문화자체도 디지털시대에 맞게 뜯어 고치고 있다.
성과연동제를 통해 과감한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했으며 공정한 평가와 디지털리더 양성을 위해 다면평가제도 실시했다.
이 회사가 실시한 복장자율화, 1년간의 해외연수제도, 직무전환 프로그램 등은 다른 기업들에도 전파되고 있다.
특히 삼성코닝은 △정보 △지식공유 △자기개발 △가치창출 △지식리더 등 5개 분야에서 능력이 뛰어난 임직원을 매월 선정해 포상하는 「지식스타」 제도를 도입했다. 이 회사는 단기적으로 300여명, 장기적으로 전임직원의 50% 이상을 신지식인으로 구성해 지식경영을 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박영구 사장은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했느냐보다도 더욱 중요한 게 어떻게 운영하며 어떤 태도를 갖느냐인데 아직 초기 단계임에도 벌써 변화의 모습이 보인다』라면서 지식경영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삼성코닝을 보면 디지털 기업의 기준을 사업품목에만 두려는 시각이 얼마나 그릇됐는지 알 수 있다. 바로 이 점이 국내 제조업체 경영자들이 삼성코닝의 디지털경영을 눈여겨 보기 시작한 이유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