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래프트3 판권 경쟁 새국면 돌입

내년도 최대 히트작으로 꼽히는 「워크래프트3」의 판권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온 삼성전자가 돌연 판권 구매를 포기함에 따라 「워크래프트3」를 둘러싼 판권 경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국내 게임 배급사인 한빛소프트(대표 김영만)측에 공동 구매를 제안하는 등 워크래프트3의 판권 확보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타진해왔다. 그간 업계에서는 삼성측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달리 워크래프트3의 판권 확보를 위해 삼성이 과도한 라이선스료를 아바스측에 제안하는 등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워크래프트3」 어떤 작품인가=「워크래프트3」는 블리자드사가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2 이후 게임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PC게임이다. 스타크래프트의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과 「디아블로2」의 롤플레잉게임(RPG)적인 요소를 가미함으로써 전세계적으로 「스타크래프트」에 버금가는 히트작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내에서 이 작품이 출시될 경우 최소 50만 카피는 팔릴 것으로 보고 관련 업체들이 판권 확보에 눈독을 들여 왔다. 특히 이 작품의 전세계 배급을 맡고 있는 아바스가 국내에 총판을 두지 않고 작품별로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판권료의 과당 경쟁이 예견돼 왔다.

◇업체간 치열한 판권 확보 경쟁=지난달 중순부터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코스닥 등록업체인 B사가 워크래프트3의 판권 확보에 나섰으며 아바스측에 판권료로 100억원, 60억원 등을 제안했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국내 게임의 적정 로열티가 개당 6∼8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30억원 정도로 추정되는 판권료의 2∼3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제까지 블리자드사의 제품(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2)을 판매해온 한빛소프트측에 공동으로 판권을 확보하는 방안을 제안했다는 시나리오까지 등장했다. 최근들어 게임 사업을 대대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내년도 PC게임 시장을 석권하기 위한 전략 제품으로 워크래프트3를 정해 놓고 자금력으로 밀어 붙이는 한편 한빛소프트와의 공조도 추진하는 이중 전략을 세워 놓았다는 것. 다급해진 한빛소프트 역시 최악의 경우 워크래프트의 판권을 놓치는 것보다는 삼성전자와의 공조를 통해 절반이라도 확보하자는 계산에서 협상에 응했다. 물론 삼성전자와 한빛소프트 양사가 모두 공식적으로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실무자선에서 공동 구매를 위한 협상이 이루어진 것은 사실인 것 같다.

하지만 기득권에 대한 고려와 투자 이익의 배분 문제 등에 있어 양사가 쉽사리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한데다 비난 여론을 의식한 삼성전자가 돌연 입장을 바꿔 실무자 이상의 논의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삼성전자의 공식적인 입장=삼성전자 미디어콘텐츠센터의 서병문 전무는 『삼성전자가 아바스측에 수십억원대의 판권료를 제안했다는 소문이 있는데 내부적으로 판권 구매를 검토한 적은 있지만 이를 위해 아바스측 관계자를 만난 적은 없다』며 『워크래프트3의 판권을 공동으로 구매하는 문제를 실무자선에서 논의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러가지 상황을 감안할 때 대기업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서 전무는 『이 기회에 삼성전자는 워크래프트3의 판권 구매 계획 자체를 백지화했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덧붙였다.

◇향후 전망=아바스의 공식적인 입장은 알려진 바 없다. 다만 아바스는 12월 초 현재까지 「워크래프트3」를 구매하겠다고 제안을 해온 업체는 삼성전자가 아닌 또 다른 S사 하나뿐이며 워크래프트의 판권 협상은 내년초에나 시작할 것이라는 비공식적인 입장만을 알리고 있다.

한빛소프트의 관계자는 『아바스의 CEO인 우베로 졸리나 한국 담당 매니저인 우베로 라랜로디로부터 삼성전자나 코스닥 등록업체인 B사와 접촉한 적이 없으며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한빛소프트가 워크래프트3의 판권을 갖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도 워크래프트3가 내년 11월께 출시될 예정이며 통상적으로 대작의 경우 판권 협상에서 계약 체결까지 6개월 정도 걸린다는 점을 들어 내년 4월 이후에나 본격적인 협상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국내업계의 소식을 늘 모니터링하는 아바스가 최근의 사태를 모르지는 않을 것이며 일부 업체가 제안했다는 판권료 금액까지 훤히 알고 있어 작품 수급을 위한 판권료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