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은 시장개방과 기술발달로 나날이 경쟁이 치열해지는 산업환경속에서 소비자들로부터 우수한 평가를 받은 제품을 선정함으로써 기업에는 우수 제품의 개발의욕을 고취시키고 소비자들에게는 질 좋은 제품정보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매년 한해동안의 인기상품을 선정해오고 있다.
제조업체와 소비자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으로 탄생하는 올해의 인기상품 대열에 전자·정보통신업종에서는 어떤 제품들이 올랐을까.
전자신문이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 초까지 국내의 가전업체와 컴퓨터·정보통신업체, 그리고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전자·정보통신 관련 소비자 인기상품을 조사한 결과 34개 상품이 올해의 인기상품으로 선정됐다.
기업 구조조정과 디지털시대 개막 등 급변하는 시장환경속에서 인기상품으로 선정된 제품들은 소비자들의 구매심리를 정확히 꿰뚫은 제품이거나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시장을 주도한 제품, 그리고 품질과 서비스가 돋보이는 것들이다.
이번에 인기상품으로 선정된 34개 제품의 면면을 살펴보면 역시 새천년의 화두인 「인터넷」 「디지털」 경향이 두드러졌다.◆
디지털TV와 디지털카메라·완전평면모니터·홈네트워크에 대비한 PC·모바일인터넷 시대를 겨냥한 노트북컴퓨터 등 첨단제품이 인기상품에 선정됨으로써 소비자들의 수요가 점차 디지털제품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전제품의 경우 LG전자·삼성전자·대우전자가 각각 디지털시대를 겨냥한 엑스캔버스·파브·써머스 등을 응모해 TV부문에서 치열한 경합을 벌였으며 해를 거듭할수록 인기를 끌고 있는 김치냉장고는 선발주자인 만도공조 외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응모해 수위다툼을 벌였다. 특히 가전제품은 지난 2∼3년 동안 대형화가 이슈였으나 올해에는 대형화에다 디지털바람이 거셌다.
삼성전자의 프로젝션TV인 파브는 차별화된 마케팅과 서비스로 삼성이라는 브랜드 대신에 「파브」라는 독자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됐고 만도공조의 「딤채」는 삼성전자의 「다맛」과 LG전자의 「김장독」의 끈질긴 추격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선호도가 압도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VCR를 대체할 새로운 미디어로 각광받고 있는 DVD플레이어에도 업체들의 관심이 집중됐으며 인터넷 확산과 함께 수요가 늘고 있는 디지털카메라와 프로젝터에도 관련업체들의 관심이 높았다. 디지털카메라는 코닥을 비롯해 후지필름·소니·삼성테크윈 등이 제품을 내놓고 시장선점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으나 한국코닥 제품이 소비자들과 상가의 상인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전자레인지와 VCR·카메라·카세트·시스템키친 부문에서는 한 업체도 응모하지 않아 가전제품 제조업체들도 디지털부문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컴퓨터 부문에서는 경기가 그나마 좋았던 상반기까지의 실적이 올해 성적을 좌우했다. 데스크톱컴퓨터는 삼보컴퓨터가 삼성전자 못지않은 성장률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점유율과 판매량에서 앞선 삼성전자의 매직스테이션 시리즈가 인기상품에 선정됐다.
주기판은 인텔i820 주기판 리콜로 인텔 계열 주기판은 후보에서 아예 제외됐으며 인텔 계열 주기판의 약세를 틈타 상대적으로 점유율이 높아진 비아694X 칩세트 탑재 주기판이 순위다툼을 벌였다. 일반 유통시장만 놓고 보면 업체마다 비슷 비슷한 수준이지만 PC제조업체(OEM업체) 납품실적과 소비자만족도·AS 등을 종합한 결과 유니텍전자의 제품이 선정됐다.
그래픽카드도 경쟁이 어느 제품 못지않게 치열했던 제품이다. 올해 저가시장에서는 리바TNT2M64 칩세트를 장착한 제품이 많이 판매된 반면, 중고가시장에서는 엔비디아의 지포스2MX 칩세트를 장착한 제품이 주류를 이뤄 최종적으로 지포스2MX 제품이 뽑혔다.
정보통신부문의 경우 이동전화단말기는 효과적인 마케팅으로 유통시장을 주도한 LG전자 사이버폴더, 서비스에서는 무선인터넷시장에서 가장 많은 가입자를 유치한 SK텔레콤의 엔탑이 각각 인기상품의 대열에 들었다.
이밖에 한빛소프트의 디아블로2가 지난해의 스타크래프트를 제치고 1위에 뽑혔으며 온라인게임으로는 엔씨소프트의 국산게임인 리니지가 선정됐다.
<생활전자부>
◆어떻해 뽑았나◆
어떤 상품이 많이 판매됐다고 해서 모두 인기상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제조 및 유통업체의 매출은 밀어내기 영업전략으로 특정상품의 시장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을 수도 있고, 양판점의 매출자료 역시 효율화 차원에서 주로 활용하는 「기획상품」이 다수 포함돼 있어 객관적인 선정기준은 될 수 없다. 보편성이 결여된 매출만 가지고 인기상품을 선정하는 것은 일면으로 전체를 판단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매출자료를 바탕으로 품질에서 마케팅·AS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측면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본지는 지난달 22일 본지 사고와 인터넷을 통해 「올해의 인기상품 공모」를 고지하고 30일까지 각 제조업체와 유통업체로부터 가전부문 20개 품목, 컴퓨터부문 12개 품목, 정보통신·인터넷부문 각각 4개 품목 등 모두 40개 품목을 대상으로 후보상품을 접수했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하고 있어 사실상 경쟁체제가 아닌 품목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지난달 30일까지 신청서를 접수한 결과 34개 품목에 80개 업체가 모두 143개 상품을 응모했다. 이들 응모작을 대상으로 서류심사를 거쳐 1차로 43개 업체 70개 상품을 가려냈다. 2차 심사에서는 온라인 전문 쇼핑몰의 매출자료와 본지 전문기자의 취재자료,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최종 인기상품을 선정했다.
특히 본지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선정을 위해 가전양판점의 매출자료는 물론 가전전문 온라인쇼핑몰 매출자료, 컴퓨터 전문 쇼핑몰의 매출자료 등 다양한 자료들을 활용했다. 가전부문은 전자랜드21(http://www.etland.co.kr)과 하이마트(http://www.e-himart.co.kr)로부터 협조를 받았다. 또 컴퓨터부문은 전자랜드21과 역경매사이트인 예쓰월드(http://www.yess.co.kr), 종합 전자제품 쇼핑몰인 프로라인(http://www.proline.co.kr), 베스트바이어(http://www.bestbuyer.co.kr) 그리고 벤치마크 전문 사이트인 케이벤치(http://www.kbench.com)의 도움을 받았다.
여기에 일선 현장에서 뛰는 전문기자들의 취재자료를 반영했다.
도·소매 매출을 합산한 제조업체의 매출보다는 대소비자 판매실적을 우선시했다. 특히 PC주변기기는 특성상 소비자의 의지와는 별개로 제조업체가 임의로 선택해 장착하는 사례가 많은 점을 감안해 일선시장에서의 판매실적에 가중치를 뒀다. 시장에서의 유통과정이나 소비자들 사이에서 품질·마케팅과 관련해 잡음을 빚었던 상품은 심사에서 통과됐다 하더라도 최종 선정에서는 제외했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