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인기상품>가전시장-디지털 제품으로 불황 이기자

◆올해 가전시장은 상반기까지만 해도 내수 회복세에 힘입어 전 품목에 걸쳐 고른 판매 증가세를 나타냈지만 하반기 들어 내수경기가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시장 상황이 침체 분위기로 완전히 반전됐다. 더욱이 가전 3사가 디지털TV·디지털냉장고·디지털세탁기 등 디지털 관련 신제품을 대거 출시했지만 기술과시형 제품이 대부분으로 값이 워낙 비싸 수요를 활성화하는 데 이렇다할 기여를 하지 못했다. 틈새수요를 겨냥해 출시한 김치냉장고가 주부들로부터 의외로 큰 반응을 얻으면서 업계의 기대주로 떠올랐지만 경기가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기대만큼 수요가 급증하지는 않았다. 한마디로 올해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은 상품은 많았지만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탓에 폭발적인 인기를 끈 제품은 별로 없었다.◆

◇AV기기

올해 컬러TV 시장은 지난해보다 10% 정도 판매량이 증가, 1조원 규모를 겨우 넘어섰지만 IMF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엔 역부족일 것으로 전망된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내수품목 1위를 굳게 지켰던 컬러TV는 97년 이후 수요가 점차 줄어들면서 에어컨과 냉장고에 1위 자리를 내주고 지금은 세탁기와 3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29인치 이상 대형 완전평면TV와 대화면 프로젝션TV 등 고급형TV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데다 디지털 제품으로 수요 패턴이 전환되고 있어 내년 하반기 디지털방송이 시작되면 시장이 다시 활성화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삼성·LG·대우전자 등 가전 3사는 각각 「파브」 「엑스캔버스」 「써버스」 브랜드를 앞세워 디지털TV 초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전개하며 디지털TV 붐 확산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파브」와 LG전자의 「엑스캔버스」가 치열한 격전을 벌이고 있는 프로젝션TV 시장의 경우 지난해 6만대 수준에서 올해는 연말까지 12만대(교단시장 포함) 규모로 배 이상 팽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프로젝션TV 수요가 급증한 것은 LG전자가 48인치 모델을 새로 출시하고 엑스캔버스 브랜드를 런칭하는 등 시장 공세를 본격화한 데다 삼성전자도 파브 전문점을 개설하는 등 판촉활동을 대폭 강화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양문여닫이형 냉장고 시장에 이어 프로젝션TV 시장도 조만간 토종제품이 내수 시장을 완전 장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LG전자와 삼성전자를 필두로 국내외 업체들이 치열한 판매확대 경쟁을 벌이고 있는 완전평면TV 시장도 올해는 50만대를 상회해 지난해 20만대보다 2.5배 이상 급성장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완전평면TV 시장이 급성장한 것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업체별로 29인치 모델을 중심으로 운영모델수가 적었지만 올해는 경쟁적으로 신제품을 대거출시,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판촉활동을 강화하는 등 마케팅력을 집중시킨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오디오 시장은 올해 총 3000억원 규모를 형성, 전년대비 3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수입선다변화가 해제되면서 일산제품 수입이 급증, 소니·파나소닉·아이와 등 일본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이 35∼37% 정도로 지난해에 비해 10% 이상 높아진 반면 국내 업체들의 판매량은 1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업체 가운데는 태광산업만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해태전자와 아남전자가 부도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롯데알미늄 전자사업부(구 롯데전자)도 장기적자에 허덕이면서 이렇다할 투자나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벌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백색가전

올해 냉장고 시장의 경우 일반 냉장고 판매는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약간 줄어들었으나 양문여닫이형 냉장고와 김치냉장고 등 고부가 제품 시장이 큰 폭으로 늘어난 데 힘입어 220만∼230만대 정도의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가운데 김치냉장고는 주부들의 확실한 지지를 받으며 고속성장을 지속, 올해도 전년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총 100만대 정도의 시장을 형성하며 한국형 주방가전 제품으로 자리를 굳힐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해를 기점으로 선두업체인 만도공조를 따라잡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제품군을 대폭 다양화하고 생산량을 크게 늘리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나선데다 대우전자를 비롯해 동양매직·신일산업 등 중견업체들도 대거 가세해 치열한 판매경쟁을 벌이고 있다.

또 양문여닫이형 냉장고 시장은 전년대비 2배 이상 늘어난 총 30만대 규모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LG전자가 500ℓ급 및 600ℓ급 제품을 고루 출시, 다양한 제품군을 확보하면서 삼성전자의 「지펠」과 본격 경쟁을 선언하고 나섬에 따라 이들 양사간의 선두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실제로 LG전자는 올해 이처럼 제품군을 대폭 확대한 데 힘입어 지난해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의 절반에도 못미치던 「디오스」 판매량을 올해는 삼성전자의 「지펠」 판매량에 거의 육박할 정도로 끌어올리는 성과를 올렸다.

에어컨 시장은 LG전자와 삼성전자간의 선두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된 가운데 100만대 규모를 회복할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 달리 지난해보다 15만대 정도가 늘어난 총 82만대 규모를 형성하는 데 그쳤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했던 7월 중순 이후 연이은 태풍과 폭우로 매기가 뚝 떨어지면서 하반기 판매량이 대폭 축소됐기 때문이다.

색다른 점이 있다면 삼성전자·대우전자·만도공조 등이 지난해 국내 에어컨 시장이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 올해는 이렇다할 신제품을 출시하지 않은 반면 LG전자는 에어컨 브랜드를 「휘센」으로 바꾸고 3면 입체냉각방식을 채용한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시장 장악을 위해 의욕적으로 나섰다는 점.

LG전자는 이 같은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바탕으로 올해 국내 시장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세계 제일의 에어컨 공급업체로 부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세탁기의 경우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주력 제품을 인버터세탁기로 전환한 것 이외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LG전자가 「대포물살 터보드럼」 세탁기를 한단계 더 발전시킨 신제품을 출시하고 삼성전자도 인버터세탁기에 전력을 기울이는 가운데서도 대우전자가 기존 공기방울 세탁기에 살균·표백 기능을 가미한 「살균에서 표백까지」라는 일반세탁기로 선전하며 지난 2년여의 기간 동안 겪어온 경영상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건재함을 과시했다.

◇소형가전

소형가전 시장은 올해 총 1조∼1조2000억원 규모를 형성, 전년대비 20% 정도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소형가전 중 매기가 가장 큰 전기압력밥솥 시장은 총 240만대를 넘어서 매출액 기준으로는 3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보다 30% 가까이 신장하는 것으로 전기밥솥의 판매 확대가 최대 견인차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기밥솥 시장에서는 LG전자와 삼성전자 등 대기업보다 성광전자나 대웅전기산업 등 중소기업의 성장률이 두드러졌다.

그러나 믹서·토스터·커피메이커·다리미 등은 예년 수준을 유지하거나 조금 줄어드는 현상을 보였다. 이는 매출신장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신규수요가 크게 발생하지 않으면서 대체수요조차 늘어나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선풍기 등 하절기 상품과 가습기·히터 등 동절기 상품이 가장 인기리에 팔렸다.

선풍기는 제조업체 집계 결과 올해 330만대를 넘어서 총 600억∼800억원의 매출 규모를 형성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20% 이상 성장한 것. 그러나 선풍기 시장은 중국산 저가 수입품의 대량 유입으로 시장가격이 뚝 떨어지면서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

하반기 들어 소형가전 시장에서는 가스·석유히터 등 각종 히터류와 가습기 등 동절기 상품이 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날씨에 따라 사용빈도나 온도를 조절하기 편리한 보조난방기기의 판매가 급신장, 선풍기형 전기히터·전기매트·살로겐형 전기스토브·소형온풍기 등이 불티나게 판매돼 하반기 소형가전 시장을 이끌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소형 난방기기 시장은 매출액이 지난해 대비 40∼50% 이상 신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이·미용기기 시장이 매출액 규모는 작지만 신제품 출시가 늘고 판매대수도 증가해 생활가전 제품의 부진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미용기기 시장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헤어드라이어나 면도기 등이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다양한 헤어스타일링기·여성용면도기·미안기 등이 출시돼 시장 확대에 기여했다.

특히 면도기 시장은 올해 300만대 규모를 형성, 이·미용기기 시장에서 가장 큰 매출규모를 형성했다.

<생활전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