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인기상품>컴퓨터·주변기기 시장

◆PC시장 동향

올해 국내 PC시장 규모는 연말까지 330만대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시장 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무려 60% 정도 성장한 것으로 역대 최대다.

올 1·4분기에 월 평균 40만대로 급팽창하면서 시장 규모면에서 최대정점에 달했으며 4월 이후 다소 감소추세를 보였으나 전체시장 규모면에서 지난해를 크게 앞질렀다.

PC시장의 이같은 팽창은 인터넷의 급속한 확산과 PC가격 하락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국내 인터넷 사용인구는 초고속정보통신 확대에 힘입어 이미 1000만명을 넘어섰으며 이에 따른 PC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말 등장한 인터넷PC는 대기업을 포함한 전체 PC가격을 크게 하락시켰다.

펜티엄Ⅲ 600㎒급 표준사양을 갖춘 제품의 경우 올해 초 180만원대에서 최근 13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상반기 PC시장 규모가 무려 190만대를 형성한 것도 인터넷PC의 등장에 따른 가격하락 폭이 컸기 때문이다.

시장별로는 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의 지배력이 70%를 넘어서면서 과점체제가 굳어졌다. 이에 따라 3∼5위권 업체들의 시장판도가 크게 변했다.

대우통신이 구조조정의 여파속에서 기반을 크게 잃었으며 LGIBM도 삼성과 삼보의 양강체제 강화속에서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두자릿수에서 올해 한자릿수로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다.

중소 PC업체들의 입지도 크게 약화돼 세진컴퓨터랜드를 포함한 일부 업체들의 부도로 이어졌다. 특히 용산 등 전자상가업체의 경우 존폐위기까지 몰렸다.

중견업체 가운데에는 현대멀티캡과 현주컴퓨터만이 양강체제에서도 입지를 크게 강화했을 뿐이다.

국내 중소업체들의 기반약화 이후 외국 컴퓨터업체들의 국내시장 공략은 더욱 거세졌다.

컴팩코리아가 국내 가정용 컴퓨터시장에 진출하는가 하면 현대멀티캡과 공동으로 인터넷PC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한국후지쯔·NEC컴퓨터코리아 등도 노트북컴퓨터를 기반으로 국내에 신제품을 대거 출시하고 시장점유율을 크게 늘렸다.

PC시장과 별도로 제품기능 및 사양은 크게 좋아졌다.

펜티엄Ⅲ급 제품이 셀러론을 제치고 주력으로 부상했으며 하반기에는 1㎓급 제품이 선보이면서 새로운 주력자리를 노리고 있다. 기본메모리도 최소 64∼128MB 수준으로 향상됐으며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용량도 40GB 이상으로 높아졌다.

올해에는 또 기존 대리점 일변도의 판매방식에서 벗어나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판매방식이 크게 늘어났으며, 이프리넷·푸른나래 등 전문업체들의 등장과 인텔 중앙처리장치(CPU)의 결함문제가 볼거지면서 AMD PC가 시장기반을 크게 넓힌 것도 주목할 만하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

◆서버 및 스토리지 시장 동향

올해 서버·스토리지 시장은 닷컴기업의 특수를 만끽한 한해였다.

한국IBM·한국HP·컴팩코리아·한국썬·한국후지쯔 등 대부분의 서버업체들이 30∼60% 고성장세를 구가했으며 한국썬은 특히 국내 서버시장의 1인자로 뛰어오르는 비약적인 「신분상승」을 일구어냈다. 유닉스서버시장에서 한국썬의 괄목할 만한 성장은 역으로 한국IBM과 한국HP이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두 회사의 「부진」은 상대적이란 꼬리표가 붙는다. 이들 회사 역시 30% 이상의 고성장세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PC서버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컴팩코리아와 끝까지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였다. 삼성전자와 컴팩코리아의 선두다툼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올해는 특히 LGIBM·한국HP 등의 중간그룹의 선전도 눈부신 한해였다. 게다가 올해에는 게이트웨이라는 미국계 거대기업도 국내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으며 자이온리눅스·클루닉스·딥브레인스시스템스 등 소규모 신규 서버업체들의 도전도 거셌다.

스토리지업체들 역시 올해를 기점으로 당당하게 서버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시장쟁탈전을 벌였다. 지금까지 스토리지시장을 주도해온 한국EMC에 맞서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LG히다찌 등 전문기업들이 라이벌로 우뚝 섰으며 한국IBM·한국HP 등의 스토리지사업 강화도 눈에 띄는 변화였다.

특히 지금까지 서버시장의 자리매김에 온힘을 쏟아온 컴팩코리아와 한국후지쯔·한국썬·한국델컴퓨터 등도 스토리지시장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서버시장에서의 우위를 내세워 향후 급속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스토리지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도다. 유니와이드테크놀로지·넷컴스토리지 등 국산 업체들의 선전도 눈이 부실 정도였다.

스토리지온넷은 특히 스토리지 호스팅이라는 개념을 국내에 처음으로 들여와 영업을 개시한 데 이어 싱가포르에까지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오이네트는 자체 백업솔루션과 노하우를 앞세워 국내 백업시장의 선두주자로 뛰어올랐다.

◆주변기기 시장 동향

「상반기 맑음, 하반기 때때로 흐림」.

올해 주변기기시장의 기상도다. 작년 하반기부터 상승세를 그려온 주변기기시장은 올해 들어서도 상반기중에는 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그러나 하반기에 접어들어 PC 수요의 위축과 맞물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 중에서도 서서히 포화상태에 접어든 프린터나 PC의 판매동향과 밀접한 그래픽카드 등의 시장은 성수기인 4·4분기 들어서도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반면 광저장장치·스캐너 등 올해 들어 수요가 급증한 분야의 경우 하반기에도 상반기의 상승세를 이어가는 뒷심을 보였다.

프린터 중 잉크젯프린터시장은 분기별로 급격한 등락을 거듭했다. 작년 100%에 가까운 급성장을 보인 잉크젯프린터시장은 올해 1·4분기에도 그 기세가 이어져 3월 한달에만 36만대의 시장을 형성하는 등 상반기 170만대가 넘는 호조를 보였다.

그러나 PC시장의 위축과 함께 하반기 들어 수요가 감소, 성수기인 4·4분기 들어서도 상황은 반전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 레이저프린터는 잉크젯프린터만큼 급격한 등락은 없었지만 역시 하반기 들어 주춤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올해 급성장한 광저장장치시장은 CD롬과 CDRW가 주도했다. CD롬은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수출물량이 늘어나면서 시장이 50% 가량 성장했다.

CDRW는 초고속 인터넷의 대중화로 대용량 파일을 저장해야 하는 필요성이 생기면서 시장이 크게 확대됐다. LG전자는 올해 IBM·컴팩 등 세계적인 PC업체와 700만대 규모의 CDRW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 40만대를 판매한 지난해보다 600% 이상 판매량이 늘어 세계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캐너도 광저장장치와 마찬가지로 100%에 가까운 시장성장을 일궈냈다. 작년 14만대 규모였던 스캐너시장은 멀티미디어 홈페이지 제작 붐과 PC 번들물량이 크게 늘면서 30만대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한국HP·한국엡손·롯데캐논이 주도하던 스캐너시장에 올해 3월부터 삼성전자가 뛰어들면서 내년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물량이 전체 시장의 70%를 상회하기 때문에 PC 수요와 가장 밀접한 그래픽카드시장은 하반기에 접어들어 PC시장이 주춤하면서 동반하락 경향을 보이고 있다. 또 제품 경향은 천하통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엔비디어 칩세트를 사용한 제품이 주류를 이뤘다. 엔비디어는 저가형인 「M64」와 「리바TNT2」, 중가형인 「지포스2MX」, 고가형인 「지포스2GTS」를 앞세워 당분간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마우스와 키보드·PC카메라 등 입력장치시장은 중국·대만산 저가형 제품의 저가공세에서도 틈새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으며 케이스시장은 주요 업체들의 연쇄부도속에 아직 명확한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