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았다. 월척, 월척이다!』
강이나 바다가 아니라 게임장에서 터져 나오는 함성이다.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낚시광」.
이 게임은 실제 강이나 바다에서 낚시를 하는 것 같은 생생한 3D화면에 낚싯대를 잡은 손 끝으로 짜릿하고 묵직한 물고기의 느낌까지 전해줌으로써 낚시꾼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다.
지난 95년 처음 선보인 「낚시광」은 현재까지 4종의 시리즈가 나와 국내에서만 40만개가 판매됐다. 통상 1만개 이상을 판매하면 성공작으로 평가받는 국내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말 그대로 엄청난 성공이다. 이 게임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달의 우수게임」과 「대한민국게임대상」이 자리를 잡고 있다.
『96년 당시 업계에서는 타프시스템이라는 회사는 물론 「낚시광」이라는 게임이 있다는 사실조차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어렵게 제품을 만들었는데 시장과 업계의 반응이 신통치 않았습니다. 개발비용도 빠듯한 벤처기업 입장에서 마케팅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하기도 힘들어 고민하던 중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게임대상에 출품을 했습니다.』
「낚시광」을 개발한 타프시스템 정재영 사장(38)의 회고담이다.
「낚시광 스페셜」이라는 이름으로 출품된 이 작품은 96년 연말에 PC게임 부문 우수상을 차지했다. 업체나 작품의 지명도는 낮지만 당시로서는 드문 기술이었던 3D 제작기법을 낚시라는 소재에 휼륭히 접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타프시스템의 성공사례는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96년 국산게임 발굴을 위해 처음 제정된 대한민국게임대상은 올해 11월까지 총 60개 게임에 「이달의 우수게임과 게임대상」의 메달을 걸어주면서 숱한 화제와 성공담을 낳았다.
98년 말 대한민국게임대상에서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의 「리니지」가 영예의 대상을 수상한 것은 지금도 화제다. 물론 지금은 엔씨소프트의 리지니가 가입자 8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세계 최대의 온라인게임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당시에는 서비스를 개시한 지 3개월밖에 되지 않는 신생 서비스였음에도 불구하고 쟁쟁한 업체들을 물리치고 대상을 거머쥠으로써 업계를 놀라게 했다. 김택진 사장(34)은 『베타서비스 기간에 무료 서비스를 하다가 98년 9월 상용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운영서버도 한 대였고 회원 가입자수가 10만명을 넘지 못한 상태였는데 그해 최고게임으로 선정된 것은 의외였다』고 회고했다.
PC게임 중에는 코룸시리즈(98년 연말 우수상, 99년 3월), 퇴마전설(99년 10월), 리틀아이다(99년 9월) 삼국지천명(2000년 6월), 임진록2(2000년 4월), 창세기전3(2000년 1월) 등 대작들이 한결같이 이달의 우수게임이나 연말대상을 수상했다. 아케이드 게임으로는 어뮤즈월드(대표 이상철)의 「EZ2DJ」가 「포스트 DDR시대」를 열어젖힌 창의성 때문에 99년 연말대상을 차지했다. 이후 아케이드 업계에서는 체감형 게임기를 비롯한 탈DDR 제품들이 잇따라 개발돼 현재 업계의 주된 흐름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판타지오브피싱(99년 연말 우수상), 난타2000(2000년 8월), 컴온베이비(2000년 7월)와 같은 국산 아케이드 히트작들이 모두 게임대상을 받았다.
이밖에도 휴대형 게임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명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지오골프」는 98년 공로상과 2000년 3월 이달의 우수게임상을 수상했으며 온라인게임의 맹주로 자리잡고 있는 바람의 나라(98년 2월), 퀴즈퀴즈(99년 연말 우수상), 포트리스2(2000년 7월) 등도 모두 상을 받았다.
2000년 대미를 장식할 「대한민국게임대상 2000」은 오는 16일 열릴 예정이다. 이번 게임대전에는 지난 1월부터 11월까지 이달의 우수게임으로 선정된 13개 작품을 포함해 총 52종의 「게임왕좌」를 놓고 경합을 벌이게 된다. 새로운 신화와 함께 어떤 스타가 탄생할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