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회의 디지털세상 이야기>26회-디지털시대의 CEO

99년 부즈 앨런은 미국 CEO 600명을 대상으로 가장 위협적으로 느끼는 경쟁사가 누구인가를 조사했다. 37%의 CEO가 가장 위협적인 경쟁사는 현재의 경쟁사보다 앞으로 새로 태어날 「신생기업」이라고 답했다. 그만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기존 시스템 유지에 대한 부담 없이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며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 때는 오프라인 기업은 뒤처지고 닷컴기업은 뜨는 것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닷컴(dot com)」이 아니라 「닷건(dot gone)」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신생기업들이 시련을 겪고 있다.

이제는 온라인이냐 오프라인이냐의 논쟁보다 기업이 이미 구축한 기반 위에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도입해 핵심역량을 높일 것이냐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당연히 최고경영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디지털시대에 걸맞은 최고경영자가 되려면 다음의 몇가지를 적용해 디지털 사고와 문화를 익혀야 할 것이다.

첫째, 인터넷을 배우자. 이제 컴맹은 괜찮아도 넷맹은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이다. 다행히도 인터넷은 컴퓨터보다 훨씬 쉽다. 마우스만 조작하면 웬만한 것은 다 찾을 수 있다. 겁먹을 필요가 전혀 없다. 인터넷은 기술이 아닌 라이프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우리 삶 가운데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은 인터넷을 모르면 풍랑에 표류하는 처량한 돛단배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둘째, 사무실과 집에 고속 인터넷을 설치하자. 모뎀의 속도만으로는 동영상이 주도하는 인터넷의 많은 혜택을 제대로 누리기 힘들다. 또 다운로드의 부담없이 되도록 프로그램도 최신 버전을 설치하여 새로운 기술을 항상 접하고 다루는 데 익숙해야 한다.

셋째, 인터넷으로 상품을 사 보자. 여러 상점을 다녀보며 원하는 물건을 찾고 가격도 비교해 보고, 사서 써보고 장단점을 체험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 상점은 생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디지털 문화의 혜택을 제공하는 대표적인 곳이다.

넷째, 동호회나 채팅의 경험을 가져보자. 많은 청소년들이 동호회 활동이나 채팅으로 시간을 보낸다. 디지털 시대의 주역이 될 신세대들을 이해하려면 그들의 문화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나도 한 번 채팅룸에 들어가 본 적이 있었다. 자판에 익숙지 못해 두 손가락만 사용하는 독수리 타법으로 용감히 시작했으나 너무 속도가 느렸던지 상대의 첫 메시지는 「나가!」였다. 곧바로 쫓겨났지만, 적어도 나는 뜨거운 국 맛은 볼 수 있었다.

다섯째, 인터넷 도메인 이름을 가져보자. 좋은 인터넷 도메인 이름이 비싼 값에 팔리는 세상이기도 하지만 경영자 스스로 인터넷이란 사이버 공간에 자기 집 문패를 달아볼 필요가 있다. 일단 자기 주소를 가지면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다. 디지털 세상을 바라보는 적극적이고 또 새로운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여섯째, e메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디지털 시대에는 e메일이 절대적이다. 세계 어디서나 받고 보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즉시 전달된다. 비서를 시켜서 처리하던 시대는 지났다. 최고경영자 스스로 e메일이 생활의 일부가 되도록 활용해야 한다.

일곱째, 젊은 사람에게 귀를 기울이자. 이들이 바로 디지털시대의 고객이요, 주역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기업의 중역들은 인터넷 세대와는 먼 거리에 있는 사람들이다. GE의 잭 웰치 회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젊은 세대 중 한사람을 뽑아 정기적으로 조언을 듣는 「역 멘터링(reverse mentoring)」을 통해 디지털시대의 특성과 흐름을 깨우쳤다. 경험이 많은 사람이 신참을 도와주고 조언하는 멘터링이 아니라 신입사원이 중역에게 거꾸로 멘터링하는 것도 디지털 시대를 이해하고 신세대의 관심과 특성을 파악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 디지털 시대에 성공하려면 최고경영자가 먼저 디지털 시대 안에 살아야 한다. 시대의 감각을 가진 자만이 다가오는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이다.

김형회 (주)바이텍씨스템 회장(hhkim@bite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