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기업의 정보시스템 운영 관리자라고 하자.
「사내 IT서비스가 어느 정도 제대로 관리되고 있다고 보는가」라는 물음에 네트워크 관리시스템(NMS)이 깔려있고 서버나 네트워크 장비에 대한 에러 상황이 체크되며 조만간 시스템관리 소프트웨어(SMS)도 도입할 계획이 있다고 답한다면 겨우 낙제점을 면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전자우편 서비스가 오전 시간 현저하게 느려지며 A부서의 전사적자원관리(ERP) 애플리케이션 접속시 지연시간이 지나치게 길다고 말하고 이 원인이 각각 오전 시간 메일 폭주와 A부서에 물려있는 허브시스템의 대역폭이 다른 부서보다 낮기 때문이라고 답한다면 훌륭한 관리자의 자질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전자는 정보시스템 관리를 장비나 서버 등 기술 및 물리적인 관점에서만 파악한 것이고 후자는 기업의 비즈니스를 움직이는 IT서비스 관점에서 파악했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다. 라우터에 문제가 생겼고 서버의 속도가 느려졌다는 것만으로는 어떤 업무에 영향을 미치는지, 어떤 비즈니스가 손실을 입게 되는지 알 수가 없지만 전자우편, ERP 애플리케이션, 콜센터 연결, 인터넷 접속 시간 등 기업의 IT서비스 관점에서 이를 재분석해 들어가면 결과는 물론 원인, 대처방법 등을 보다 효과적으로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처럼 정보시스템 관리를 IT서비스 관점에서 새롭게 파악하고 서비스의 효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운영·관리해주는 서비스 수준 관리(SLM)가 관리시스템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등장하고 있다.
SLM은 우선 각종 비즈니스를 구성하는 IT서비스의 현재 상태와 문제점 등을 한눈에 보여준다. 어떤 장비에 문제가 생겼냐가 아니라 어떤 비즈니스 그룹의 어떤 업무에 문제가 생겼는지 알려준다. 그 다음은 이 서비스에 영향을 미친 구성요소(네트워크, 시스템, 애플리케이션, 데이터베이스)를 보여주고 그 요소들이 어떻게 상호 연결 및 관계돼 있는지, 어떤 지점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를 보여주게 된다. 관리자들은 이를 파악해 신속하게 문제점을 해결하면 그만이다.
기존 NMS나 SMS는 비즈니스 관점보다는 기술적인 관점에서 관리를 파악했기 때문에 문제 지점은 알려주지만 그것이 전체 업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 즉 관리의 패러다임을 비즈니스와 사용자 중심으로 옮겨온 것이 바로 SLM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SLM 개념을 적용하면 물리적인 자원관리는 물론 서비스 효용성 증가, 사용자 생산성 제고, 관리비용 절감 등의 효과가 더욱 극대화된다.
SLM이 최근 들어 각광받는 또 다른 이유는 IT에 대한 활용 패턴이 개별기업이 구매, 설치하는 형태에서 ISP, ASP, MSP, TSP 등의 전문 업체로부터 서비스를 제공받는 방식으로 크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서비스 모델로 나아가면 서비스 업체와 고객사 간의 서비스 수준협약(SLA) 체결이 필수적이다.
SLA 항목은 고객사의 환경이나 요구에 따라 다르며 세부적이고 꼼꼼하며 구체적이다. 서비스 업체가 고객사에 제공하는 각종 IT서비스를 세분화하고 각각의 서비스 수준(접속 시간, 지연 시간, 에러 빈도수 등)을 상호 협의하게 되는데 이것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서비스 업체는 규정에 따라 고객사에 일정한 보상을 해야한다.
따라서 SLA를 제대로 지키려면 SLM과 같은 자동화된 서비스 관리 시스템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SLA에 명시된 항목에 따라 SLM시스템을 설계, 적용하면 SLA 관리를 자동화해줄 뿐만 아니라 이것이 얼마나 제대로 지켜졌는지를 통계자료 및 보고서로 보여준다.
따라서 관리의 효율성 제고는 물론 서비스 업체의 책임선이 분명해져 불필요한 분쟁의 소지가 줄어들고 서비스 만족도를 높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SLM이 기존 NMS나 SMS를 대체하는 개념은 아니지만 기존 관리시스템의 기능과 역할을 확장시켜주고 비즈니스 효용성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내년경이면 독자적인 시장을 형성할것』으로 내다봤다.
이같은 SLM에는 현재 아이티플러스가 공급하는 미국 비주얼네트웍스사의 트리티니를 비롯해 HP의 오픈뷰 제네시스, 컴퓨웨어의 에코스코프 등이 있으며 SMS업체인 IBM티볼리, CA, BMC 등도 인수 및 기능 추가를 통해 SLM 개념을 적용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국내업체로는 스콥정보통신이 네트워크 모니터링 시스템인 「넷킴이」를 개발, SLM 수요 발굴에 나서고 있다. 이들 업체는 서비스 업체들의 사업이 본격화되는 내년경 SLM에 대한 수요가 크게 일어날 것으로 보고 영업력을 크게 강화하고 있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