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태평양 지역이 그동안 IMT2000시장을 주도하던 유럽 국가들을 견제할 수 있는 강력한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지역의 이러한 발전은 한국·홍콩·싱가포르·대만·중국·일본 등의 국가가 주도하고 있으며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도 이에 가세하고 있다. 또 소프트웨어 강국인 인도도 이동통신시장의 오랜 동면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펴고 있다. 다음은 정부와 민간 기업들이 참가해 전세계 통신 네트워크와 서비스를 조율하는 기구인 국제통신연합(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 http://www.itu.int)이 발행한 「아시아의 이동통신(모바일) 보고서」를 요약한 것이다.◆
빠르게 성장하는 모바일 통신 시장에서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업체들은 지금까지 서유럽이 대부분이었다. 서유럽은 디지털 GSM(Global System for Mobile communications) 표준을 조기에 정착시켜 세계 모바일 통신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일례로 일부 북유럽 국가와 남유럽 국가에서는 이미 모바일 가입자 수가 유선전화 가입자 수를 넘어서고 있다. 또 유럽의 다른 국가들도 곧 이런 상황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은 벤더 및 서비스 사업자 수준에서 이런 주도권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회원국들에 3G(3세대) 네트워크의 사업권을 빨리 인가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 많은 유럽 국가들은 이미 주파수 경매를 마쳤으며, 2002년에는 3G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아시아가 유럽을 누르고 진정한 모바일 통신 분야의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아시아가 유럽보다 잠재력이 높다는 증거는 많다.
첫째, 지역적 다양성이다. 아시아는 시장 규모가 거대하고 시장 잠재력이 클 뿐 아니라 기술의 확산 속도가 빠르다. 가입자 수에서 세계적 수준인 차이나모바일(중국이동통신집단공사)과 NTT도코모가 바로 아시아업체들이다.
둘째, 다양한 모바일 시스템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아시아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은 한두 종류의 핵심 모바일 기술이 표준화돼 있다. 유럽의 경우 디지털 GSM 표준이 사용되며, 미국은 디지털 AMPS와 CDMA가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6개 이상의 모바일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
또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CDMA 사용자가 가장 많이 집중돼 있을 뿐 아니라 세계 2위 규모의 GSM 사용 지역이기도 하다.
셋째, NTT도코모의 성공을 들 수 있다. 이 회사의 i모드 무선 인터넷 서비스는 시작 후 18개월 만에 약 1100만명의 가입자를 모집하는 등 크게 히트했다. 반대로 유럽의 i모드라고 할 수 있는 WAP(Wireless Application Protocol)는 NTT도코모의 성공에 비하면 실망스러운 것이다.
또 지난 1997년 발생한 아시아 경제 위기는 많은 동아시아 국가에 충격을 주었지만 모바일 시장에 대한 영향은 미미했다. 결국 1999년이 되자 거의 모든 국가가 정상을 회복했고, 모바일 시장 성장률은 경제 위기 이전으로 다시 높아졌다.
경제 위기로 심각한 상황에 빠졌던 인도네시아를 예로 들어 보자. 인도네시아는 인종적, 사회적 혼란까지 가중돼 경제위기가 충격이 컸다. 1998년에 인도네시아의 모바일 시장은 간신히 성장을 기록해 15만명 정도의 가입자가 증가했을 뿐이다.
하지만 경제위기가 마무리돼가던 1999년에는 모바일 성장률이 무려 100%이상 상승해 약 100만명의 신규 가입자를 보였다. 이런 추세는 이후에도 수그러들지 않고 지속돼 올해에도 100만명이 추가 가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었던 인도네시아의 모바일 시장이 이렇게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경제위기가 상대적으로 덜 심각했던 국가들의 잠재력은 어떨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이런 잠재력은 한국·홍콩·싱가포르·대만 같은 신흥공업국가와 일본에서 가장 먼저 실현되고 있다. 위의 5개국에서는 이미 작년에 이동전화 가입자 수가 고정전화 가입자 수를 초과했다. 이런 결과는 호주나 뉴질랜드 같은 영국연방 국가에서는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다.
위의 5개국은 앞으로 계속 발전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보다 더 흥미로운 발전은 다른 국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바로 중국이다. 중국을 인도와 비교 설명해 보자.
중국 시장은 급속한 발전을 이뤄 올해 아시아 최대의 모바일 시장이 됐으며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이에 비해 인도 시장은 아직 미진하다. 다른 아시아 시장과 달리 인도 시장은 사업권이 지역에 따라 분할돼 있다. 이런 방식은 사업자들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도시 지역에서 얻는 수익으로 시골 지역을 보조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이에 비해 중국은 차이나모바일, 차이나유니콤(중국연합통신공사) 등 2개 사업자가 전국을 양분하고 있으며 이들 각각은 전국의 성에 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인도 시장의 발전을 저해하는 또 다른 문제들은 △휴대폰 수입 관세가 높고(중국의 경우 많은 휴대폰이 중국 국내에서 제조되고 있다) △사업자는 높은 사업권 이용료를 지불하고 △이용자가 이용하는 서비스의 이용료가 높다는 것이다.
이밖에 인도 시장은 사업자, 규제당국, 기존 업체간 법적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런 분쟁으로 말미암아 CPP(Calling Party Pays:송신자부담방식)의 도입이 지연되고 있다. 인도가 현재 채택하고 있는 RPP(Receiving Party Pays:수신자부담방식) 방식은 가입자와 통화량의 성장률을 더디게 하는 원인중 하나다.
그 결과 중국은 인도에서 일년에 발생하는 가입자의 수보다 더 많은 가입자를 단 2주 만에 유치함으로써 인도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인도가 최근 문제를 인식, 처리하려고 노력함에 따라 향후 성장률이 높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좀더 철저한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
아시아에 빠른 성장을 보이는 또 다른 시장은 필리핀으로서 1999년 아세안(ASEAN) 회원국 중 최대 모바일 시장으로 부상했다. 필리핀은 역내 최대의 선불 시장으로서 모바일 셀룰러 가입자의 80% 이상이 에어타임 전화 카드를 사용하고 있다.
글로브텔레콤(Globe Telecom)은 선불 및 다른 서비스를 조기에 정착시켜 1999년 자사의 핸디폰(Handyphone) 브랜드를 자국내 제2위의 상표로 자리매김 시켰다. 이 회사는 WAP 서비스를 최초로 개시한 회사이기도 하다.
말레이시아에서도 합병이 활발히 진행중이다. 말레이시아의 일부 사업자들은 시장 규모에 비해 모바일 사업자가 너무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존 고정전화 사업자인 텔레콤말레이시아(Telecom Malaysia)는 GSM 사업자인 에마텔(Ematel)을 인수했고, 모비콤(Mobikom)은 기존 아날로그 NMT 네트워크를 추가할 예정으로 있다.
텔레노르(Telenor)는 디지(DiGi)의 투자자를 스위스콤(SwissCom)으로 교체했고, 영국의 브리티시텔레콤은 막시스(Maxis)에 지분을 갖고 있으며 타임(Time)은 투자자를 찾고 있다.
태국은 인도네시아와 마찬가지로 1998년 경제 위기와 함께 모바일 가입자 감소 사태를 경험했다. 모바일 시장은 가입자가 경제 위기전 수준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정상을 회복하고 있는 중이다. 태국 시장의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다른 지역에서 성공을 거두었던 선불방식이 맥을 못추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마케팅 및 가격 혁신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태국의 기존 고정전화 회사인 TOT(Telephone Organization of Thailand)는 지난 24년간 정부에 명령에 의해 전화요금 가격을 변경하지 못했기 때문에 기존 있던 서비스 패키지나 새로운 서비스 패키지를 막론하고 가격 정책을 수행한 경험을 갖지 못했다.
캄보디아는 고정전화 통신에 대한 대안으로서 모바일의 잠재력이 세계 최초로 확인되었던 국가로서 1993년에 모바일 가입자가 고정전화 가입자보다 더 많았다. 하지만 이런 잠재력은 라오스와 미얀마 같은 신규 ASEAN 회원국에까지 확대되지 못했다.
라오스와 미얀마 두 국가는 모두 단 한개의 사업자가 존재하며 성장률도 미미한 형편이다. 베트남의 경우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 2개의 GSM 사업자는 1999년 아시아 태평양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모바일 가입자는 30만명 이상에 이른다.
<정리=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