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리리리….」
지난 6일 오전 10시 20분. 텔레콤아시아2000이 열린 홍콩 컨벤션센터 한가운데서 기자의 휴대폰 벨이 울렸다. 전화한 사람은 서울의 노텔네트웍스 홍보대행사 관계자였다.
내용은 『10시로 예정됐던 존 지아마테오 아태지역 부사장과의 인터뷰 약속을 잊으셨나요』라는 것. 이미 20분이 지나 있었다. 부랴부랴 존 지아마테오와 얼굴을 마주한 시각은 10시 30분. 그는 본지와 10시부터 30분간 회견한 후 10시 30분∼11시까지 연속미팅이 예정돼 있었다. 본지와의 인터뷰를 취소할 상황이었지만 그는 기다렸다. 그뿐인가. 노텔의 장 뤼크 즈수앙 이동통신 솔루션 부사장과 노텔네트웍스코리아 정수진 사장까지 배석했다. 미안했지만 인터뷰는 11시 10분까
지 이어졌다.
그러나 귀가 솔식한 얘기는 없었다. 그저 『밝힐 수 없는 단계다』 『고려중이다』라는 대답만 허공에 흩뿌려졌다. 인터뷰가 끝나자 허망한 느낌과 함께 「이 사람들이 왜 일정까지 변경해가며 한국 기자를 기다린 거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존과 장 부사장이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는 『삼성전자와 cdma2000 1x 마케팅 협약을 맺었다』고 핵심을 밝혔다. 이 같은 태도는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인정한 때문인 듯했다.
한국 통신산업의 위용이 달라졌다. 지난해 매출 213억달러의 거대 통신기업인 노텔이 한국을 「가고픈 섬」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월 「아셈 서울 2000」의 뒤꼍. 당시 에릭슨의 움직임이 남달랐음이 밝혀졌다. 텔레콤아시아2000에 참가한 에릭슨코리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아셈 당시 한국 정부에 유럽형이동전화(GSM) 로밍을 위한 시험망 무료설치를 제의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김포에 2곳, 주요 호텔 12곳, 올림픽대로 등에 GSM 망을 포설해 로밍을 구현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는 곧 한국 시장에 대한 에릭슨의 적극적인 시장개척 의지로 해석된다.
이밖에도 루슨트테크놀로지스·모토로라 등 굴지의 통신회사들이 한국에 대한 시각을 바꾸는 모습이다. 통신 거인들에게 시장을 고스란히 내줄 것인지, 아니면 다윗의 지혜를 발휘할 것인지 고민할 때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