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처리장치(CPU)와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시장에 공식대리점을 거치지 않은 일명 그레이 제품유통이 현저하게 감소하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환율상승과 제조업체들의 정품 알리기 마케팅으로 인해 공식 대리점이 아닌 일반 유통업체가 수입해 판매하는 그레이 CPU와 HDD 유입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그레이 제품에 가격경쟁력이 밀려 활발한 영업을 펼치지 못했던 공식 대리점 업체들이 앞으로 적극적으로 영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CPU의 경우 지난 3·4분기 석영인텍·삼테크·제이씨현 등 인텔 대리점 3사가 판매한 정품 물량은 31만여개인 데 반해 그레이 제품이 11만여개로 무려 30%를 차지했다.
하지만 4·4분기에는 정품 물량과 그레이 물량이 각각 28만여개, 7만여개로 정품 대비 그레이 비율이 25%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와 함께 그레이 제품 수입업체도 3·4분기에는 12∼15개에 달했지만 현재는 8∼10개 정도만이 활동하고 있다.
HDD는 지난 3·4분기에 월평균 3만5000여개가 수입, 판매됐으나 4·4분기 들어서 3만대 이하로 감소했다. 지난 10월 4만6000여개로 증가하는 듯 했으나 11월에는 2만∼2만3000여개로 낮아졌으며 이달에도 대단위로 수입되지는 않고 있다.
그레이 제품 취급업체도 총 30여개 업체 가운데 3·4분기에는 평균 20여개 업체가 HDD를 수입, 판매했으나 4·4분기 들어서는 10∼15개 업체만이 영업을 활발히 펼쳤다.
반면 정품을 취급하는 대리점들은 겨울철 특수를 겨냥해 이달까지 공급물량을 점점 늘리고 있다.
이처럼 CPU와 HDD 시장에 그레이 제품이 감소하고 있는 것은 환율변동으로 정품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낮아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CPU는 최근 인텔이 대리점을 통하지 않은 제품에 대해서는 AS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힘에 따라 시장에서도 그레이 제품 수요가 급격히 줄고 있다.
인텔 CPU 대리점인 석영인텍은 자사가 공급하고 있는 IBM 및 후지쯔 HDD에 대해서도 정품 마크를 부착하는 방안에 대해 IBM 및 후지쯔측과 협의중이다.
이와함께 웨스턴디지털 HDD를 공급하는 키펙스도 제품 박스에 정품 마크를 부착하는 등 제품차별화를 시도할 계획이어서 앞으로 그레이 제품의 유입량은 훨씬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