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원자력발전이 대체에너지원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원전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소 유연해지고 있다. 그러나 경북 고리에 원자력발전소가 첫 가동을 시작한 지 20여년 지나면서 원전폐기물 처리문제가 「발등에 불」이다. 정부는 오는 2006년 포화상태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사용후 핵연료 등 원전폐기물을 처분할 장소를 물색중이지만 후보로 떠오르는 지역마다 주민들의 결사적인 반대운동에 부딪혀 폐기물 처리장을 아직까지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급기야는 지난 6월말 2100억원의 현상금을 내걸고 지방자치단체들을 대상으로 2001년 2월말까지 유치희망지역 공모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오리무중인 상태다. 원전폐기물 처분장을 운영중인 선진국들의 운영실태를 현지취재를 통해 살펴보고 우리나라의 대응방안을 상하로 나눠 알아본다. 편집자
◇프랑스 로브처분장 =프랑스 트로예시 동쪽 약 80㎞ 떨어진 로브처분장에는 지난 91년 이후 프랑스내에서 발생한 방사성폐기물 매립작업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120억프랑(약 1조8000억원)이 투자된 로브처분장은 방사성폐기물 처분부지 30㏊를 포함해 모두 95㏊규모로 200L드럼기준 500만드럼(100만㎥)을 폐기할 수 있는 시설용량을 자랑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방사능폐기물은 특성상 바다밑이나 화강암층에 동굴을 만들어 처분하는 동굴처분방식과 인공적인 콘크리트구조물을 설치한 후 폐기물을 매립하는 천층처분방식으로 나뉜다. 로브처분장에서는 비교적 손쉽게 공사할 수 있는 천층처분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프랑스 전역에서 발생한 중저준위 방사능폐기물은 철드럼통에 채워져 기차편으로 4㎞ 떨어진 역으로 운반돼 특수컨테이너차에 실려 이곳에 도착하면 무인크레인에 의해 이미 만들어진 가로 24m, 세로 21m, 높이 8m인 콘크리트구조물에 차곡차곡 싸이게 된다. 이때 드럼들은 바코드를 이용해 이미 정해진 자리에 자동시스템으로 저장된다.
◇스웨덴 포스마크처분장 =스웨덴 전력수요의 총 47.0%를 공급하고 있는 포스마크원전단지 근교 해저 60m에는 비교적 오염도가 낮은 방사성폐기물을 처분하는 거대한 해저 인공동굴이 자리하고 있다. 11기의 원전에서 쏟아져 나오는 방사성폐기물의 관리는 4개 전력회사가 공동설립한 스웨덴 핵연료 폐기물 관리회사(SKB),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에 대한 안전규제를 담당하는 원자력검사국(SKI), 국립방사선방호연구소(SSI), SKB의 연구개발계획을 감독하고 있는 폐기물기금운용회사(SKN) 등이 맡고 있다. 이 중 SKB는 해저 화강암반층을 고도의 기술로 뚫어 천혜의 자연조건을 이용, 스웨덴 전역에서 발생하는 방사성폐기물을 처분하는 스웨덴 방사성폐기물처분장(SFR)을 운영중이다.
포스마크원전 부지 외곽에 자리잡고 있는 SFR는 수심 15m인 해저 60m 깊이에 만들어진 세계 유일의 바다밑 동굴처분방식을 채택한 것으로 원자로의 운전시 발생한 폐기물, 폐이온 교환수지, 기업·병원·연구소 등에서 나오는 방사성폐기물 등이 처분된다. 이곳의 모든 시설은 중앙집중식 컴퓨터시스템과 제어시스템으로 구성돼 13명이 거대한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 로카쇼 원자연료 순환시설단지 =일본의 본토 맨 북쪽 태평양 연안에 있는 아오모리(靑森)현 가미키타(上北)지방 로카쇼 원자연료 순환시설. 아주 위험한 고준위폐기물들을 보관하는 임시보관장 등 원전의 알파에서부터 오메가까지 모든 시설이 모여 있는 원자력복합단지다.
지난 92년 12월 운영에 들어간 로카쇼무라 핵연료 순환시설의 전체 부지면적은 740만㎡로, 이미 가동중인 우라늄 농축공장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증설공사가 진행중이며 재처리공장은 93년 4월 착공돼 공사가 계속되고 있다.
<술렌뒤이(프랑스), 포스마크(스웨덴), 로카쇼무라(일본 아오모리현) =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