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이 각종 대외 업무와 행정지원 사업 등에 치우쳐 심사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올들어 부쩍 늘어난 심사관들의 이직현상으로 심사 공백까지 나타나고 있는데다 실용신안 기술평가제도 도입으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던 기술평가청구건수도 예상을 웃돌면서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심사관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특허청이 올초 세계 최고를 지향하고 지식기반 사회화를 선도하며 국민생활과 함께 하는 내용을 담은 특허행정혁신종합 대책을 마련, 추진하는 방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허청은 특허행정혁신책의 일환으로 심사의 질을 높이기 위한 심사처리물량의 적정화와 심사물량의 축소방침을 세운 바 있다. 심사관 1인당 심사물량건수를 지난해 397건에서 올해는 330건으로 낮추겠다는 방침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정작 특허청의 기대와는 달리 심사관들의 심사업무 물량에 대한 체감지수는 지난해와 별반 달라진 것이 없고, 오히려 각종 행정지원과 대외 업무부담으로 제대로 심사를 하지 못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대부분의 심사관들은 이같은 원인으로 심사의 수준 향상도 당분간 기대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7월 실용신안 기술평가제도 도입 이후 기술평가청구건이 전체 실용신안등록출원의 40% 가까이 됨으로써 심사관들의 원활한 특허출원의 심사처리를 지연케 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들은 심사평가청구건수가 더 늘어날 경우 심사인력을 충원하거나 아웃소싱하는 방법을 취해야만 심사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올들어 전체 심사관의 10분의 1 정도가 대거 변리사업계 등으로 이직함에 따라 생기는 심사공백 현상도 심각하다.
특허청은 지난 10월 신규채용으로 인적 부족 현상을 해소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들이 심사업무에 적응해 제몫을 하기까지 불가피하게 상당한 시일을 요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미 대다수의 부서에서는 이직한 동료의 심사물량을 기존 심사관에게 떠맡김으로써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형편이다.
특허청 모 심사관은 『인력도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청이 대외업무와 행정 지원 등을 유달리 강조해 사실상 심사업무에 소홀해지고 있다』며 『밖으로 보여지는 외관상의 실적에만 치우치지 말고 심사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환경조성을 위해 청에서 모종의 조치를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