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종합상사의 비전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
이같은 문제의식은 국내 모든 종합상사에 해당되지만 현대종합상사(대표 정재관)에는 특히 남다르게 와닿는 때다. 8일로 창립 24주년을 맞는 현대상사의 올 매출은 약 4조2000억원, 수출만 300억달러로 사상 최고의 사업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현대상사 임직원의 마음은 가볍지 않다. 그룹 계열분리가 진행되면서 계열사간의 의존도가 높은 업종 특성상 생존전략을 새롭게 수립해야 한다는 당면과제에 직면해있기 때문이다.
현대상사의 가장 큰 매출 비중은 35% 정도를 차지하는 자동차에 이어 전자, 중공업 순이다. 현대전자는 몽헌(MH)의 같은 우산속이라 문제될 것 없지만 자동차와 중공업은 떼어내야 한다. 이미 중공업은 모두 이관됐으며 자동차를 떼어내는 수순을 밟고 있다. 자동차나 중공업 수출을 완전히 포기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이 예견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새로운 대안을 만들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현대상사가 기업 구조조정의 한 대안으로 삼고 있는 사업영역은 인터넷 비즈니스다. 현대종합상사의 e비즈니스를 총괄하고 있는 미래사업본부 김봉관 본부장은 『구조조정의 해결책으로 e비즈니스는 유효하다』며 『계열분리라는 큰 변화에 직면한 상사의 정체성은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찾게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김 본부장은 『종합상사의 무기 중 하나는 해외 네트워크』라며 『올 5월 만든 인터넷해외팀을 「글로벌전략팀」으로 개편하고, 올해보다 사업을 보다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미래사업본부 소속 벤처사업팀이 투자 이익에 초점을 맞춰 벤처를 발굴하고 있다면, 인터넷해외팀은 인큐베이팅과 해외 자본 투자 유치를 통한 현지 합작사 설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지난 5월 일본에 개인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엔토크를 합작사 설립했으며, 인포웹·세인트미디어·홈TV인터넷 등 이미 투자한 12개 벤처기업의 해외진출도 서두르고 있다.
인터넷 비즈니스에 거는 기대는 지난 8월 정보통신사업분야를 미래사업본부로 편입시킨 데서도 알 수 있다. 온오프라인, 기업간상거래(B2B EC), 기업대개인간상거래(B2C EC) 분야에 걸쳐 다양하게 펼쳐온 인터넷 사업과 정보통신사업이 결합돼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기대다. 2001년부터 인터넷과 직접 관련된 데이터 장비 수출에 본격 나설 예정이다.
현대상사가 올 한해동안 벌인 인터넷 사업은 켐라운드·스틸앤메탈·엔투비 등 6개 B2B 부문에 투자, 분사했으며 B2C 부문에서는 IHM코리아를 분사했다. 또 올 한해 투자규모는 46개 기업에 299억6000만원이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