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성 일
◇91년 서강대학교 물리학과 졸업(경영학 부전공)
◇한글과컴퓨터 마케팅기획
◇프리인포 대표이사
◇현재 아이투소프트 CEO, 대표이사, IPv6포럼한국워킹그룹의장
현재 인터넷이 가진 근본적인 취약점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폭발적인 사용자 증가에 비해 인터넷의 체감속도는 갈수록 느려지고 있으며 한국·중국·일본·유럽 등지에서는 자국 내에 할당된 인터넷 주소의 고갈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지난 96년부터 연방정부·산업계·학계가 협력해 차세대인터넷 구축을 목적으로 차세대인터넷(NGI:Next Generation Internet)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는 현재 인터넷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과 프로토콜 표준 작업을 통해 신뢰성·경제성·보안성을 부여하며 현재보다 100∼1000배의 데이터 전송속도를 갖도록 하고 있다.
차세대인터넷을 구성하는 초고속광통신망은 32비트인 현재의 인터넷 주소 체계(IPv4)와 달리 128비트 주소 체계를 가진 IPv6(Internet Protocol version 6)를 사용하게 된다. IPv6로 구성된 차세대인터넷은 인터넷의 속도 저하, 멀티미디어 서비스 부족, 보안 문제, 인터넷 주소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다.
국내에서는 「IPv6 포럼 코리아」가 올 3월, 국제 IPv6 포럼의 국내 카운터 파트로 결성되어 관련 기업 및 대학 등 현재 39개 기관을 회원으로 확보하고 있다. 「IPv6 포럼 코리아」의 설립 목적은 △국내 IPv6 조기 도입을 위한 IPv6 기술의 보급과 교육 △IPv6 도입의 타당성 검증 및 시기 조정 △IPv6 관련 시장 활성화 △IPv4에서 IPv6으로의 전환을 위한 환경 조성 등을 들 수 있다.
「IPv6 포럼 코리아」는 현재 국내 IPv6 도입 방안, ICANN으로부터 IPv6 주소 확보, IMT2000과 정보가전 환경에서의 IPv6 도입 가능성에 대한 연구와 국내 IPv6 교환노드 구축 등에 관한 연구를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 6월 「2000 IPv6 포럼 코리아 서울 워크숍」을 통해 차세대인터넷과 IPv6에 대한 기술 현황 및 서비스, 적용 분야 등을 발표해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였는데, 320여명이 참가하고 「국제 IPv6 포럼」 의장인 라티프 라디드를 초청, 호평을 받는 등 시작부터 성공적인 포럼을 운영하여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워크숍 강연자들은 인터넷 주소 고갈의 문제 해결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기술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IPv6의 조기 도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워크숍의 발표 자료는 IPv6 포럼 코리아의 홈페이지(http://www.ipv6.or.kr)에서 얻을 수 있다.
「국제 IPv6 포럼」은 IPv6 관련 지식 및 경험을 공유하고자 구성된 전세계적인 회원제 협의체로 현재 시스코시스템스·마이크로소프트·컴팩·일본NTT 등 80개의 주요 인터넷 관련 기업이 가입되어 있다. 한국에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한국통신이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다.
IPv6는 기존의 IP 체계인 IPv4의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94년부터 IETF에서 표준화 작업을 거쳐 만든 차세대인터넷 프로토콜이다. IPv4는 32비트 체계로 약 40억개의 IP 주소를 할당할 수 있는데 인터넷 초기에 무분별하게 클래스(A, B, C) 단위를 할당해 실제 사용가능한 IP수가 이보다 적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인터넷의 활성화로 인해 수년 내에 IPv4 주소가 고갈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IPv6는 128비트 체계로 3.4×1038라는 천문학적인 숫자의 주소 할당이 가능해 주소 고갈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다. 이 숫자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모래알의 개수보다 최소 십억배 이상 많은 숫자로서 이 주소 체계가 도입될 경우 앞으로 영원히 IP 고갈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IPv6는 그 외에도 보안, 서비스 품질 보장, 이동성, 망 관리비용 절감, 높은 신규서비스 제공성 등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IPv6 핵심 기술들은 이미 표준화가 되어 있는 상태다. 따라서 IPv4가 IPv6로 전환되는 것은 시기상의 문제로 보인다. IPv6로 한 번에 바뀌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비용 문제가 발생하므로 IPv4/IPv6 변환 기술을 토대로 점차 IPv6 환경으로 발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상당기간 IPv4와 IPv6는 공존할 것이며 변환 기술이 중요한 문제로 부각될 것이다.
실제로 IPv4용 소스 코드를 IPv6로 변환한 사례가 있다. 캐나다에 위치한 버지니아의 기술진이 퀘이크 게임의 소스를 수정해 IPv6용으로의 변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IPv4/IPv6 변환 API가 개발되면 의외로 변환 작업은 손쉽게 끝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주소 체계가 변함에 따라 소스 코드 중 변환이 필요한 부분은 소켓 프로그래밍 부분이다. 소켓 자체의 구성은 매우 간단하므로 적은 노력만으로도 IPv6용으로 소스를 변환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인터넷을 지원하는 문제뿐 아니라 IPv6에서 제공하는 멀티캐스트나 보안 기술 등을 응용하기 위해서는 이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윈도 플랫폼같은 경우 소켓 프로그래밍에서 버클리 소켓과 차이를 보이고 있으므로 이 점도 소홀히 생각할 수 없다.
이제는 다양한 운용체계에서 IPv6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SUN의 솔라리스8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2000, 리눅스, FreeBSD 등에서 이미 지원을 하고 있거나 지원을 약속하고 있기 때문에 멀티 플랫폼 환경에서도 쉽게 IPv6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2000에 IPv6 스택을 제공하기로 발표했고 일부 구현됐으나 아직 개발 환경면에서 지원이 부족하므로 리눅스나 FreeBSD가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IPv6는 네트워크내 지연시간이나 데이터 손실률 등을 자동 체크해주는 전송 품질서비스를 도입, 고속회선을 사용하는 가입자와 저속모뎀을 사용하는 가입자 사이에도 전송되는 패킷을 특수 처리함으로써 영상회의와 같은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처리할 수 있다.
IMT2000 단말기는 동영상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멀티미디어가 가능하도록 QoS(Quality of Service)가 지원돼야 한다. IPv6는 QoS 지원과 함께 IPsec(Internet Protocol security)이라는 보안관련 프로토콜을 내장하고 있어 메시지의 발신지 확인, 암호화, 데이터 보존, 인증서비스를 쉽게 구현
할 수 있다.
IPv6은 표준화 과정에서 이동통신(mobile) 환경을 지원하고 있으므로 위치에 상관없이 인터넷 주소를 자동 인식(plug and play), 자동 설정(auto-configuration), 변환(renumbering)시킬 수 있다. 이처럼 이동통신 환경에도 잘 어울리므로 이동통신서비스나 무선 네트워크 환경에 적합하다.
현재 인터넷의 프로토콜인 IPv4에서는 모든 옵션을 라우터가 일일이 검사하고 있다. IPv6용 확장 헤더 중의 옵션들은 패킷들이 목적지에 도달할 때까지 라우터들에 의해 검사받거나 조작되지 않는다. 이것이 라우터들의 처리속도 향상을 가능하게 하므로 속도 개선 효과가 발생한다.
현재 국내 IPv6 연구는 IPv4 선로를 이용한 터널링(tunneling) 방식으로 쉽게 테스트베드를 구축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터널링 방식에서는 IPv4 내부에 IPv6 데이터가 캡슐화돼 들어간다. 하지만 IPv4/IPv6가 공존하기 위해서는 점차 듀얼스택(dual stack) 방식 연구가 진행돼야 할 것이며 현재 이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순수 IPv6 테스트베드는 미국을 제외하고는 구성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고 보면 IPv6 연구를 위해 미국의 대학 등과 협력이 필요하며 현재의 선도시험망 구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초고속통신망 구성을 위해 우리나라를 비롯해 태평양 연안의 여러 국가들이 참여하는 「6Bone」이라는 백본망이 구성돼 있으며 이 망을 이용해 현재 IPv6와 관련된 많은 테스트들이 이뤄지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올해 2월부터 선도기반기술개발사업 중 하나로 차세대인터넷 관련 과제를 선정, 진행 중이다. IPv4/IPv6 주소 변환기 개발과 고속 라우터 개발 등이 그것인데 특히 주소 변환기 과제는 라우터 등 기존 네트워크 장비 등을 적은 비용으로 IPv6 환경에서 구현하는 방법을 열어준다는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라고 본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컨소시엄 형태로 SK텔레콤·오피콤·아이투소프트가 공동연구 개발 중에 있다.
한국통신을 비롯한 국내 통신사업자들이 10기가(Gbps) 전송장비와 10기가 전송용량을 제공하는 차세대인터넷 교환기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고 한다. 한국네트워크연구조합과 ETRI, LG정보통신, 다산인터네트, 성지인터넷 등에서 2002년 상용화를 목표로 차세대인터넷 관련 과제 중의 하나인 고속 라우터 개발을 추진중이므로 통신장비 분야에서 장기적으로 수입 대체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인터넷은 초고속통신망의 빠른 패킷 처리에 적합하기 때문에 기가 전송장비의 표준화와 상용화가 시급하며 인터넷 속도와 가장 민접한 차세대 라우터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하지만 한번에 IPv4를 모두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부분적인 대체로 시작할 전망이다. 따라서 기존 IPv4망과 IPv6망 연동을 위해 장비와 관련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첫 적용 분야는 신규 분야인 IMT2000과 같은 이동통신서비스나 냉장고·텔레비전·세탁기·전자레인지 등 인터넷과 접목될 정보가전이 될 것이다. 차세대인터넷이 멀티미디어서비스나 이동통신에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주소가 새로 할당돼야 하는 신흥 대도시나 아파트 지역에 우선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IPv6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는 단점도 존재하므로 국가적인 계획에 따라 안정적으로 기존의 인터넷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몇년 후 실제로 인터넷 주소 고갈 문제와 멀티미디어서비스의 품질에 대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두르기보다는 지금부터 조금씩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좋다. IPv6 환경 완성을 위해서는 통신망 인프라가 뒷받침되어야 하며 다양한 응용서비스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IPv6는 전세계적으로 2002년에서 2005년 사이에 IMT2000과 정보가전 분야에서 먼저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서는 IPv6의 원활한 도입과 활성화를 위해서 정부와 연구소, ISP, 산업체, 기관별로 적절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IBM은 「IBM 솔루션 2000」 행사에서 차세대인터넷을 가장 중요한 화두로 다루었다. 차세대인터넷은 지금의 인터넷보다 △더 빠르고(fast) △모바일 환경으로 언제 어디서나 사용가능하고(always on, everywhere) △정보가전과 연계됨으로써 생활에 자연스럽고(natural) △프로토콜 차원에서 기술적인 우위에 있기 때문에 지능적이고(intelligent) △보안이 강화되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trusted)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차세대인터넷의 특징을 아주 잘 표현하고 있다. 차세대인터넷은 물론 IPv6망으로 구성된다.
<관련 홈페이지>
i2soft 홈페이지 http://www.i2soft.net
국제 IPv6 포럼 http://www.ipv6forum.org
IPv6 포럼 코리아 http://www.ipv6.or.kr
차세대인터넷 http://www.ngi.gov
인터넷2 http://www.internet2.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