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저명문>수학은 질서와 법칙을 직관하고, 그 내용을 이성적으로 체계화시키는 것이

김용운 저, 「인간학으로서의 수학」 중

『수학자들의 연구 태도는 크게 나누어 철학적인 것과 장인적인 것의 두 가지 면이 있다. 그러나 분명한 일은 수학의 위업은 거의 전자의 유에 속한다는 사실이다. 가령 20세기 최고 수준의 업적을 보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리」는 공간관의 문제와 깊은 연관이 있으며, 괴델과 코헨의 수학 기초론상의 업적은 「인간 이성의 한계」라는 심각한 문제를 불러일으켰다. 또 사이버네틱스 이론을 개척한 위너의 주제는 「신과 인간」의 문제였다. 러셀의 수학은 철학적 통찰로 뒷받침돼 있다는 것은 너무도 유명하다. 또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수학자로 지목되는 그로덴다이크는 그 학파의 기관지 「서바이벌(생존)」을 통해 인간의 미래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키고 있다.

이들 일련의 위대한 수학활동에서 곧 알 수 있는 일은, 수학자가 아무리 자신이 만든 지적인 개념만을 사유대상으로 삼는다 해도 그것은 단순한 관념의 놀음이 아니라 투철한 세계관, 인간관에 관한 통찰이 따르지 않는 한 큰 의미가 없음을 시사하고 있다.』

메모:언젠가 들은 얘기다. 「우리나라에는 세계적인 연주자는 많은데 왜 세계적인 작곡가는 없는가?」 혹시 우리나라 수학 교육이 잘못돼 있는 것과 같은 맥락에 있는 것은 아닐까? 초등학교 때 세계 1위였던 과학실력이 중학교가 되면 5위로 밀려나는 것이, 본질을 가르치지 않고 단순 기술만 가르쳐서 당장 써먹어야 한다는,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천박한 자본주의적 가치관의 당연한 결과는 아닐까? 초등학교 때가 아니라 30대, 40대가 되어서 1위의 과학실력을 갖게 만드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고은미기획조사부장 emk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