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통신업체 버라이존커뮤니케이션스(http : //www.verizon.com)의 사장 겸 CEO 이반 자이덴베르그에게 21세기의 첫 페이지인 2000년은 절대로 잊을 수 없는 한 해다. 지난 30년간 통신업계에 종사하면서 올해처럼 많은 시련을 겪고 또한 많은 성공을 이뤄낸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98년 버라이존의 전신인 벨애틀랜틱의 CEO였던 자이덴베르그는 경쟁업체인 GTE와 합병을 성사시키면서 미 최대 지역전화회사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잡았지만 독점을 우려한 당국의 승인 보류 때문에 샴페인을 터뜨리지 못하고 속만 태워왔다. 하지만 그는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해 결국 합병 합의 1년 11개월 만인 지난 6월 최종 승인을 얻어냈다.
승인이 내려지기 두 달 전에는 영국의 보다폰과 이동통신합작사 설립을 완료해 미 최대 이동통신사업자라는 자격도 얻었기 때문에 자이덴베르그의 기쁨은 더욱 컸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지난 여름 종업원들의 파업이 시작되면서 자이덴베르그는 다시 위기를 맞았다. 경고성에 그칠 것으로 보이던 파업이 2주가 넘게 계속되자 그는 노조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는 결단을 내려 사태를 진정시켰다.
다행히 파업에도 불구하고 3분기 이동통신 가입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5% 증가했고 실적도 개선돼 자이덴베르그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이제는 앞만 보고 달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GTE의 CEO였던 찰스 리와의 공동 CEO체제에서 벗어나 2002년부터는 단독으로 CEO를 수행하게 될 자이덴베르그가 자신의 통신제국을 이끌어가기 위한 토대를 어떻게 마련할지 내년 그의 활약상이 더욱 기대된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