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중국어·일본어 등 3개국어 최상위 다국어도메인의 편법선점 논란이 가실 줄 모르고 있는 가운데 최상위도메인 관리기구인 베리사인측이 여전히 책임인정과 문제의 원만한 해결보다 책임을 회피하는 데 급급해 국내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국내 도메인 관계자들은 도메인 편법선점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야기시킨 베리사인측이 편법선점의 책임을 자사의 실수로 인정하기보다 각국 이용자의 양식 탓으로 돌리고 있는데다 문제해결의 책임마저 국제도메인관리기구(ICANN)로 떠넘기는 등 무책임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관계자들은 국가도메인관리기구보다 상위개념의 최상위도메인을 관장하고 있는 베리사인이 이처럼 공익성보다는 상업성에만 치중하고 있는 것과 관련, 최상위도메인관리기구의 역할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방한한 베리사인의 스트래튼 스클래보스 사장은 11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있은 기자간담회에서 다국어도메인 편법선점 대책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ICANN으로부터 편법선점당한 다국어도메인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지침을 전달받지 못한 상태』라고 대답했다.
그는 또 『다국어도메인 편법선점은 일부 영리한 사람들의 리버스엔지니어링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라며 문제의 책임을 편법선점자들에게 돌리고 『지금까지 선점당한 다국어도메인네임은 전체 다국어도메인네임의 2%도 안되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나머지 98%의 도메인을 이용해도 충분하다』고 밝혔다.
스클래보스 사장은 특히 편법선점당한 도메인을 무효화하고 재등록을 받는 등의 구체적인 대책을 묻는 질문에 『우리 권한 밖의 일』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하며 『다만 ICANN과 함께 선등록된 도메인에 대한 공식 입장을 준비하고 있으며 최종대책은 다국어도메인 서비스가 상용화되기 전까지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내 도메인 관계자들은 『베리사인측이 시험기간동안 일부에 공개한 다국어코드를 정식 등록시에도 변경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각국의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리버스엔지니어링을 통해 도메인을 편법선점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또한 『인터넷상에서 도메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만큼 베리사인측은 솔직히 과실을 인정하고 피해당사국들에 사죄해야 마땅한데도 문제의 본질을 떠넘기기에만 급급하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도메인 관계자들은 『최상위도메인은 국가도메인의 상위개념에 있는 세계공통의 도메인』이라고 전제, 『특히 영리에만 치우치고 있는 최상위도메인관리기구의 올바른 위상정립을 위해 수익을 각국에 공평하게 분배하는 동시에 다른 국가처럼 미국국가도메인도 최상위도메인과 분리해 운영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편 국내 도메인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ICANN회의시 각국 국가도메인관리기구들과 협의해 최상위도메인 관리기구의 역할 재정립을 촉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
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