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소비자가격 "의미없다"

PC가 TV나 세탁기 등 일반가전제품처럼 소비자가격과 실제 판매가격간에 차이가 커 제조업체들이 밝히고 있는 소비자가격이 이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아직까지 오픈프라이스제 대상품목에 해당되지 않고 있는 PC도 오픈프라이스 품목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2일 PC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데스크톱PC와 노트북PC, 모니터 등 컴퓨터 관련제품의 매기가 급격히 위축됨에 따라 유통업체들이 상시 세일체제로 돌입, 이들 품목을 제조업체들이 책정한 소비자가격에 훨씬 못미치는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오프라인 매장보다 더 싸게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종전의 「기준」 역할을 했던 「소비자가격」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부 제조업체들은 아예 소비자가격을 표시하지 않고 있으며 전자랜드21 등 유통업체는 각종 전단지나 매장 판촉홍보물(POP)에 판매가격만을 표시하고 있다.

LGIBM의 경우 자사 카탈로그에 모니터 가격을 「권장소비자가격」으로 기재해 놓고 있으나 실제 시장에서는 이보다 최고 20만원까지 싸게 판매되고 있다. 19인치 「915FT플러스」 모델과 17인치 「776M」 모델의 경우 카탈로그에는 각각 105만원, 45만원으로 돼 있으나 실제로는 81만∼82만원, 29만∼3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카탈로그에 「소비자가격」이라는 용어만 사용하지 않을 뿐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 회사의 데스크톱PC 부문 주력상품인 매직스테이션 「M5316FW004」 모델은 카탈로그에는 부가세를 포함해 152만원으로 기재돼 있으나 전자랜드21에서는 이보다 23만원이 낮은 129만원에 판매하고 있고 각종 인터넷 쇼핑몰은 110만∼121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다른 업체도 비슷해 제조업체가 밝히고 있는 판매가격 또는 소비자가격과 유통업체가 매기는 실제 판매가격은 차이가 크다.

경쟁이 치열한 모니터가 가격차가 가장 크고 그 뒤를 이어 노트북PC·데스크톱PC가 차지했다. 외산 노트북PC는 아예 원가 자체도 표기돼 있지 않아 「부르는 게 값」이다.

이와 관련, PC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평소에 제값을 받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제조업체들은 세일행사를 실시하면 으레 자사가 정한 소비자가격 또는 판매가격을 기준으로 한다』며 『이는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것이므로 전반적으로 PC가격 체계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