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PC사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사업발표와 함께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던 인터넷PC판매가 올 초부터 계속적인 감소추세를 보이면서 지난달 12개 인터넷PC업체의 총 판매량은 4300여대에 그쳤다. 11월 한 달 동안 PC판매량이 26만대라고 할 때 인터넷PC 점유율은 2% 수준에 불과하다. 수량면에서 보면 인터넷PC사업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정부 및 민간업체의 특단의 조치 없이는 조만간 시장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더우기 인터넷PC업체들이 사업에 대한 회의론을 보이고 있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 업체들은 인터넷PC와 별도의 브랜드제품을 내놓고 이에 경영력을 집중하는 등 독자적으로 살 길을 찾아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기업 PC의 가격내리기가 심화되면서 그동안 인터넷PC사업을 지탱해주던 「저가」 메리트까지 사라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대한 이해당사자들의 입장도 미묘하다.
◇정통부 입장 〓올 초부터 인터넷PC사업의 민간이양을 추진해오던 정통부로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이 사업을 민간업체에 넘겨 이들이 스펙이나 가격을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해놓았다가 이제와서 어떻게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사실 인터넷PC업체들이 독자 브랜드를 내놓고 제 갈길을 찾고 있고 내수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조치를 내리더라도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동안 인터넷PC사업이 「시장논리를 위배했다」는 비난(?)을 받아왔기 때문에 새로운 전략을 마련할 경우 「관주도의 사업」이라는 논쟁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고 점차 약화되고 있는 인터넷PC를 그대로 방치할 수도 없는 입장이라 고민이 많다.
◇인터넷업체 입장 〓대부분의 업체들이 인터넷PC에 대한 장점이 사라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업체별로 다소 차이가 있으나 업체들의 인터넷PC와 독자브랜드PC의 판매비율은 1 대 9 정도다. 인터넷PC 사업비중은 극히 미미하다. 정부가 의욕을 갖고 추진한 인터넷PC사업은 명목상으로 하고 있을 뿐 독자브랜드 위주의 사업전략이 주가 되고 있다. 실제 이들 업체의 판촉전이나 팸플릿에서도 인터넷PC에 대한 내용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인터넷PC협회와 일부 회원사가 시장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신제품 출시나 공동판촉전을 기획하고 있으나 시장상황이 워낙 나빠 이렇다할 대책마련이 어려운 실정이다.
◇대안 〓정부와 민간업체로선 당장 획기적인 대책을 세울 수는 없다. 중소업체를 위한 우체국판매·공동브랜드·공동AS 등 장점을 내세워 어렵게 이룩한 「인터넷PC의 성공」을 단기적인 대책으로 회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반 PC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가 2강체제를 구축하고 그 위세를 떨치고 있는 상황에서 단기적인 대책으로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그만두기는 어렵다. 중장기 차원에서 인터넷PC의 민간이양을 마무리짓고 각 회원사들이 원가절감을 통한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체계적인 AS를 구축해 소비자의 신뢰회복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중론이다.
또 업체들이 자발적이고 효율적인 공동마케팅을 펼칠 때 대기업의 막강한 마케팅과 저가공세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