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봇물을 이루던 디지털영상저장장치(DVR)의 수출 발표가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이전투구식 경쟁을 벌이던 업체들간에 새로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그동안 DVR 생산업체들은 회사홍보와 외부자본유치 등을 위해 현실성이 크게 떨어지는 수출계약서 한 장을 근거로 「대량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하는 사례가 많았다.
또 이를 지켜보는 경쟁업체들은 「과장 허위발표로 언론 및 투자자를 현혹한다」고 반발하는 구태가 반복되는 악순환을 보여왔다.
하지만 「DVR 수출」이 과대포장됐다는 지적이 많아지면서 그동안 경쟁적으로 DVR 수출계약 체결을 발표해온 업체들이 수출계약에 대한 홍보를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 이로 인해 업체간 상호비방도 없어지고 있다.
한 DVR업체의 L 사장은 『사실 그동안 경쟁업체의 잇단 대량수출계약 발표 기사를 보면서 우리 회사도 수출계약건을 발표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유혹을 느꼈다』며 『최근 들어 DVR업계가 자숙하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어 유혹을 참아내고 무리수를 두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물론 한편에서는 「DVR 수출에 허수가 많다」라는 지적 때문에 일부 DVR업체에 대한 투자가 크게 줄어들어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국내 DVR 생산업체들이 외부자본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상황이 어렵다고 해서 정도가 아닌 편법을 동원하는 것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일 뿐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한동안 과열경쟁 및 상호비방으로 얼룩졌던 DVR업계가 최근 공존공생을 모색하기 위해 자숙하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은 업계와 DVR업계에 애정을 갖고 있는 투자자들에게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비록 때늦은 감은 있지만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DVR업체들은 이를 계기로 심기일전해 다시는 수출을 둘러싼 잡음이 나오지 않도록 체계적인 마케팅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만 유망 수출품목으로 떠오르고 있는 DVR 세계시장을 주도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산업전자부·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