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보통신 산업을 움직이는 사람들>42회-가전산업(2); 중소가전업계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 가전업체들도 디지털 정보가전 기기로의 전환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인터넷 열풍을 배경으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벤처기업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들이 많다.

국내 오디오 산업을 좌우하는 인물로는 한국은행 출신이면서도 현재 해태전자를 이끌고 있는 남기호 사장과 태광산업의 전자사업부를 맡고 있는 이종선 상무, 해외영업통으로 알려진 아남전자의 유근복 상무 등이 꼽힌다.

남기호 사장은 올초 허진호 사장과 함께 공동 법정관리인으로 해태전자에 참여한 데 이어 지난 11월 법정관리 최종 결정이 나온 이후 단독 대표이사로서 해태전자의 정상화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종선 상무는 지난 83년부터 태광산업의 오디오 사업과 같이한 인물로 현재 태광산업 전자사업부 공장장을 맡으면서 이 회사의 오디오관련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이밖에 해태전자의 연구소장직을 맡고 있는 조윤식 상무는 지난 76년 인켈에 공채 1기로 입사한 이래 지금까지 무려 25년 동안 오디오 연구에만 몰두하면서 오디오의 음향을 좌우하는 핵심제품인 앰프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전문가로 통하는 인물이다.

인켈 신화를 일구어냈던 조동식 회장도 아직 건재하다. 조 회장은 현재 3남인 조순구 사장과 함께 대중방송(PA)용 오디오 전문업체인 인터엠을 이끌고 있다.

지난 97년말 세계 최초로 MP3플레이어를 상품화한 엠피맨닷컴의 문광수 사장은 한국이 MP3플레이어 종주국이 되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벤처기업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문 사장은 새한정보시스템의 대표이사를 역임하면서 그동안 PC상에서만 즐길 수 있었던 MP3음악을 들고다니며 들을 수 있도록 한 것. 이는 세계 음반산업과 휴대형 오디오 시장을 뒤흔들기에 충분한 혁명과도 같은 일이었다.

문 사장이 휴대형 디지털 오디오기기인 MP3플레이어를 처음으로 상품화한 선구자였다면 넥스트웨이의 범재룡 사장은 이를 응용한 차세대 제품 개발의 선봉장이

되고 있는 인물이다.

범 사장은 지난 98년 현재 국내 MP3플레이어 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생산량을 기록하고 있는 디지탈웨이를 공동창업, 안정궤도에 올려놓았다. 그는 특히 디지탈웨이를 퇴사한 이후에는 넥스트웨이와 임팩트라를 설립해 인터넷 토이 및 동영상플레이어·스탠드형 MP3플레이어 등 다양한 응용제품으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이밖에 MP3플레이어 업계를 이끌고 있는 인물로는 카세트테이프형 MP3플레이어를 처음으로 선보인 히트정보의 이두열 사장과 디지탈웨이의 우중구 사장, MP3플레이어 벤처기업 모임인 케이팩(KPAC) 회장을 맡고 있는 아이앤씨의 김천국 사장 등을 꼽을 수 있다.

위성 및 디지털 방송 시대로 접어들면서 필수품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세트톱박스 업계에서는 휴맥스의 변대규 사장을 비롯해 대륭정밀의 이병무 사장 및 기륭전자의 권혁준 사장이 트로이카로 꼽힌다.

이 가운데 변대규 사장은 유럽 및 중동지역의 자체브랜드 시장에서 필립스·노키아 등 세계적인 기업들을 물리치고 휴맥스를 세계 유통시장 점유율 1위의 기업으로 등극시켰다. 변 사장은 다양한 수신제한장치(CAS) 기술을 확보하고 영국과 독일·중동지역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미국에도 삼성전자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등 휴맥스를 글로벌 벤처기업으로 육성해 나가고 있다.

또 대륭정밀의 이병무 사장은 82년부터 세트톱박스 사업에 나서 우리나라 세트톱박스 업계의 산증인이다. 이 사장은 대륭정밀을 세계 1위의 아날로그 위성방송수신기 업체로 성장시킨 데 이어 최근에는 제2의 도약을 위해 디지털 위성방송수신기를 전략품목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기륭전자의 권혁준 사장은 세계 최초로 MPEGⅡ 방식을 이용한 디지털위성방송 수신기를 개발, 디지털 위성방송시대를 개척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밖에 프로칩스의 유길수 사장과 현대디지털테크의 정규철 사장, 한단정보통신의 이용국 사장 등도 국내 세트톱박스 업계에서는 나름대로의 위치를 확고히 구축해 놓고 있다.

세트톱박스 업체 가운데 최근에는 TV와 PC 및 인터넷을 통합한 복합제품인 인터넷TV 업체들이 크게 늘고 있다.

이 가운데 인터넷TV네트웍스의 김명환 사장은 지난 98년 국내에 인터넷TV를 처음으로 도입한 인물. IMF 당시에는 심각한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올해초 H&Q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국내 인터넷TV 산업을 이끌고 있다. 김 사장은 특히 최근 설립한 인터넷TV산업협의회 회장직을 맡아 그동안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거치면서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 시장 활성화를 위한 업체

간 협력방안 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인터넷TV네트웍스와 함께 국내 인터넷TV 업계의 양대산맥을 형성하고 있는 클릭TV의 정용빈 사장도 국내 인터넷TV 산업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는 인물. 정 사장은 삼성전자 재직시절 삼성내에서도 손에 꼽히던 마케팅 전문가로 알려져 있을 정도로 마케팅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중견 가전업체에서는 동양매직의 윤홍구 사장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윤 사장은 지난 85년부터 「매직」 브랜드의 가스오븐레인지와 식기세척기 등으로 국내 주방가전의 고급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대표적인 소형가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전기압력밥솥 업계에서는 성광전자의 구자신 사장과 대웅전기산업의 김용진 사장이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성광전자 구자신 사장은 지난 76년 회사 설립후 LG전자 OEM으로 기술력과 사세를 키워오다 지난 98년 3월 자사 브랜드로 전기압력밥솥 판매를 개시했다. 지난해 수입선다변화제도 해제 이후 국내시장을 침투하고 있는 일본 밥솥업체들의 파상공세를 막아낸 수훈장으로 손꼽힌다. 지난 10월에는 쿠쿠 브랜드 제품의 판매 100만대를 돌파했고 이달초에는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2000년 기업혁신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대웅전기산업 김용진 사장은 최근 2000년 대한민국 특허 기술대전에서 홍삼중탕기로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소형가전업계의 체면을 살렸다. 사실 전기밥솥에 대해 아는 사람들은 지난 92년 대웅이 개발한 전기압력밥솥을 압력밥솥의 시초로 꼽기도 한다. 85년 회사 창립후 전기약탕기와 젖병소독기 등으로 가전사업을 시작한 김 사장은 대부분의 중소가전업체 사장들이 대기업 OEM에 매진하던 때 홀로 기술개발과 자체 브랜드 사업을 꾸준히 벌여온 몇 안되는 기업인이다.

소형가전 시장에서 가장 큰 매출비중을 차지하는 제품은 전기밥솥을 제외하면 선풍기와 난방기를 꼽게 된다. 계절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선풍기와 난방기 사업은 전통적으로 이 사업을 영위해 온 중견 기업들이 시장을 리드해 오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가 신일산업. 59년 김덕현 회장이 창업한 신일산업은 선풍기와 히터 등 각종 냉난방기기를 생산하고 있는 중소가전업계의 거두로 지난 75년부터 김 회장의 아들인 김영 사장이 사업을 물려받아 경영을 해오고 있다. 김영 사장과 함께 박문학 전무가 신일산업의 신규품목 개발과 국내외영업을 관할하고 있다.

난방기 업계에는 파세코의 유병진 사장이 알차고 내실있게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인으로 정평이 나있다. 지난 68년 우신상사 설립 후 우신전자라는 이름으로 석유형 히터를 꾸준히 생산, 전세계적으로 이 제품공급 일인자로 명성이 드높다. 세계 20여개국으로 석유형 히터를 수출해 연매출이 800억원을 넘을 정도.

또 부방테크론의 가전사업부문을 이끌고 있는 손문호 부사장도 빼놓을 수 없다. 부방테크론은 정보통신용 제품에 핵심적인 부품인 수정진동자를 생산하는 업체로 중소가전업체중 드물게 코스닥에 등록된 기업. 때문에 그 빛에 가려 국제전열이란 이름으로 오랫동안 영위해온 가전사업이 일반인에게 덜 알려졌다. 올들어 부방테크론으로 사명을 바꾸고 리빙테크라는 가전브랜드를 만들어 사업확대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그 진두지휘역을 맡고 있는 이가 바로 손문학 부사장이다. 지난 봄 전기압력밥솥 시장에 신규로 진출, 최근에는 리빙사업부에 대한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가전시장에서 무서운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소형가전 시장에서 또 한 축을 담당하는 것이 이·미용기기. 이미용기 부문에선 유닉스전자가 업계의 큰형님 역할을 도맡고 있다. 올해로 설립 22주년을 맞은 유닉스전자의 이충구 회장은 헤어드라이기로 시장을 완전히 평정한 데 이어 이제는 전기면도기 시장 평정에 나서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또한 이·미용기에서 다진 기술력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가정용 의료기 생산에 돌입, 해외시장 개척에

앞장서고 있기도 하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