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올해 국내 PC시장은 지난해에 이어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아직 한달이 남아 있어 정확하게 집계되지 않고 있으나 약 330만대로 추정된다. 지난해에 비해 약 60% 성장한 것이다.
국내 PC시장은 이같은 외형적인 성장의 이면에, 지난해에 버금가는 다양한 지각변동 요인이 발생한 것이 특징이다.
올해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1·4분기에 190만대로 사상 최대의 호황을 구가했다가 2·4분기 이후 지속적으로 시장이 위축됐다는 점이다.
특히 겨울철 성수기에 돌입했음에도 불구하고 PC시장은 예전의 호황 국면에는 돌아서지 못했다. 이같은 현상은 경기침체와 불안심리가 겹쳐 내년도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올해 PC시장 팽창은 소비자들이 인터넷 확산과 학교 컴퓨터 교육과정의 신설에 따른 대규모 실구매가 발생한데다 인터넷PC의 등장으로 가격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시장별 특성으로는 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의 2강체제가 가속화되면서 두 업체가 70% 이상의 시장지배력을 확보하게 됐다.
반면 LGIBM·대우통신 등 3∼4위권 업체들은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두 자릿수에서 한 자릿수로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다. 인터넷PC 업체로 대표되는 조립PC 업체의 기반은 더욱 약화됐다.
특히 전자상가업체의 경우 사실상 시장서 퇴출위기에 몰린 상황이다.
이와 함께 외국 컴퓨터업체들의 공세는 크게 강화됐다. 컴팩코리아가 홈PC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한국후지쯔·한국HP 등이 노트북컴퓨터를 주력으로 내세우면서 시장기반을 크게 넓혔다.
올해에는 제품 판매방식도 기존 대리점체제 위주에서 탈피, 온라인방식이 새롭게 부상했다.
나래앤컴퍼니·티지랜드·미래닷컴 등 컴퓨터 전문 쇼핑몰 업체가 설립됐으며 각 PC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쇼핑몰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제품별 특성으로는 PC 사양이 높아진 반면 가격은 크게 하락했다. 펜티엄Ⅲ급이 셀러론을 제치고 주력으로 떠오른 가운데 1㎓급 고속 제품과 펜티엄4가 등장하는 등 PC의 고기능화가 가속화됐다.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용량은 40GB, 기본 메모리는 64MB 등으로 상향 조정됐다.
또 PC에 DVD롬드라이브 장착이 일반화되고 평면모니터와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모니터가 PC용으로 대거 채택됐다. 아울러 홈PNA·인터넷전화·무선모뎀 등 무선통신 및 네트워크가 보강된 신개념의 제품도 대거 출시됐다.
가격의 경우 인터넷PC의 등장으로 큰 폭으로 하락을 거듭, 펜티엄Ⅲ 표준사양을 기준으로 올해 초 100만원대 후반에서 최근 100만원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또 AMD칩을 장착한 PC시장 기반이 크게 넓어진 것도 올해 두드러진 특징의 하나.
인텔 1㎓급 중앙처리장치(CPU)가 리콜에 따른 이미지가 크게 훼손된 반면 AMD CPU가격이 크게 하락하고 1㎓급 제품이 조기에 출시돼 인지도가 크게 높아지면서 AMD PC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주변기기
올해 주변기기 시장은 지난해와 같은 폭발적 확대는 없었지만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특히 품목별로 큰 폭의 성장을 가져온 분야와 평년작에 그친 분야가 혼재돼 희비가 엇갈리는 양상을 나타냈다.
전반적으로 주변기기 시장은 상반기 지난해 PC 시장의 급성장과 맞물려 호조를 보였으며 특히 1·4분기에는 모든 분야에 걸쳐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리는 현상까지 보였다. 하지만 여름 비수기를 거치며 주춤한 성장세는 성수기에 접어드는 3·4분기 말에도 크게 호전되지 않아 일각에서는 내년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의견이 제기될 정도다.
품목별로는 서서히 포화상태에 접어든 프린터나 PC 판매 동향과 밀접한 그래픽카드 등이 고전을 하고 있으며 하드디스크는 PC뿐 아니라 디지털 가전으로 수요가 확대되면서 몇 년간 이어온 불황을 타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광저장장치·스캐너 등 올해 들어 수요가 급증한 분야는 하반기에도 상반기의 상승세를 꾸준히 이어갔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잉크젯프린터 시장은 각 분기마다 널뛰기 실적을 보였다. 작년 100%에 가까운 급성장을 보인 잉크젯프린터 시장은 올해 1·4분기에도 그 기세가 이어져 3월 한달에만 36만대의 시장을 형성하는 등 상반기 170만대가 넘는 호조를 보였지만 하반기 들어 수요가 감소, 성수기인 4·4분기 들어서도 좀처럼 상황이 반전될 기미를 나타내지 않고 있다. 제품 동향은 저가형에 치우쳤던 경향을 벗어나 출력 품질을 높이는 포토프린터가 각광을 받았다.
레이저프린터는 잉크젯프린터만큼 급격한 등락은 없었으며 기업 시장을 중심으로 수요가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네트워크 기능을 갖춰 공동 작업에 적합한 제품의 출시가 줄을 이었다.
CD롬과 CDRW 등 올해 급성장한 광저장장치 시장은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수출 물량이 늘어나면서 50% 이상 성장했다. 특히 CDRW는 초고속인터넷의 대중화로 대용량 파일을 저장해야 하는 필요성이 생기면서 시장이 크게 확대됐다. 반면 DVD롬은 수출에 활기를 띠었지만 내수는 타이틀 부족 등의 이유로 여전히 도입 단계에 그치고 있다.
주변기기 중 가장 호황을 맞은 스캐너 시장은 100%에 가깝게 성장했다. 작년 14만대 규모였던 스캐너 시장은 멀티미디어 홈페이지 제작 붐과 PC 번들 물량이 크게 늘면서 30만대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한국HP·한국엡손·롯데캐논 등 기존 업체에 올해 3월부터 삼성전자가 출사표를 던지면서 막대한 번들 물량을 앞세워 점유율 확대를 꾀하고 있어 내년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하드디스크는 맥스터와 퀀텀의 합병이라는 사건이 터진 가운데 디지털비디오리코더(DVR)나 퍼스널비디오리코더(PVR) 등 가전 및 영상 분야로 수요가 확대되면서 고용량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공급 물량의 축소로 가격이 상승해 업체들의 수익 구조가 개선될 움직임이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물량이 전체 시장의 70%를 상회하기 때문에 PC 수요와 가장 밀접한 그래픽카드 시장은 하반기에 접어들어 PC 시장이 주춤하면서 동반하락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제품 경향은 천하통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엔비디어 칩세트를 사용한 제품이 주류를 이뤘다.
이밖에 마우스·키보드·PC카메라 등 입력장치 시장은 중국, 대만산 제품의 저가 공세가 강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업체들이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등 활로를 모색하고 있으며 케이스 시장은 주요 업체들의 연쇄부도 속에 시장 재편이 이뤄질 전망이다.
★서버및 스토리지
올해 서버 시장은 국제통화기금(IMF) 이후 불어닥친 정보화 투자 열기에 힘입어 고도의 성장세를 구가했다. 게다가 닷컴기업들의 정보시스템 도입 열기에 힘입어 서버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특수를 누렸다.
올해 국내 서버 시장은 45% 정도 성장한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한국IBM·한국HP·컴팩코리아·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한국후지쯔·한국유니시스 등 대부분의 서버 업체들이 30∼60% 가량의 고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한국썬은 지난해에 비해 두배가 훌쩍 뛰어넘는 성장세를 보이며 유닉스서버 시장의 수위업체로 올라섰다.
한국IBM과 한국HP도 이전의 성장세를 되찾으며 서버 시장의 고성장세를 견인했으며 한국후지쯔·한국유지시스·SGI코리아 등 다른 서버 업체들도 예년의 성장세를 뛰어넘는 매출 신장세를 보였다. 컴팩코리아 역시 PC서버 부문의 강세는 지속하면서 유닉스서버의 매출확대가 이뤄져 이전의 한국디지털 시절의 영업력을 회복했다.
삼성전자는 기존의 PC서버 사업에 이어 OEM 방식으로 선으로부터 공급받아 판매하는 유닉스서버시장 공략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LG전자 역시 선 제품을 OEM으로 공급받아 유닉스서버 사업을 다시 시작해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큐컴 역시 선의 울트라스파크와 솔라리스 운용체계(OS)를 탑재한 유닉스서버사업을 활발하게 펼쳤다.
PC서버 분야 역시 삼성전자와 컴팩코리아의 선두 쟁탈전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삼성전자와 컴팩코리아의 선두권 경쟁과 함께 한국HP·LGIBM 등 중위권 업체의 선전도 눈부셨다. 특히 이들 PC서버 업체들은 인터넷데이터센터(IDC)의 붐으로 500대에서 2000대 정도의 시스템을 한번에 공급하는 등 대량 공급이 이어지면서 유례없는 성장세를 보였다.
한국델컴퓨터·한국후지쯔·SGI코리아 등 PC서버 업체들 또한 선전에 선전을 거듭했다. 한국유니시스는 특히 유니시스 본사에서 컴팩컴퓨터·후지쯔ICL·HP·델컴퓨터 등에 자사의 32웨이 PC서버를 OEM으로 공급한다는 사실을 앞세우면서 고성능 PC서버 시장의 문을 거세게 두드렸다. 물론 국내 서버업체인 유니와이드테크놀로지도 몇 천대 규모의 서버를 IDC에 공급하는 등 공급호조에 힘입어 전년보다 두배 이상의 대폭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말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조립서버 업체들의 선전도 눈부셨다. 자이온리눅스·클루닉스·딥브레인즈시스템 등의 업체들은 인텔의 「화이트박스」 위에 리눅스 OS 및 자사의 솔루션을 얹어 닷컴기업이나 연구소·학교·국방 등 틈새시장을 공략한 결과 당당히 서버업계의 일원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이들 업체는 클러스터링 기술을 이용해 슈퍼컴퓨터를 제조하는 등 국내 슈퍼컴퓨팅 업체로서의 자리매김을 시도해 눈길을 모았다.
올해에는 또한 연구개발정보센터(KORDIC)의 슈퍼컴퓨터 도입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아직 스칼라 기종의 최종 공급자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 분야 슈퍼컴퓨터 공급권을 따내기 위한 한국IBM·한국HP 등 주요 업체들과 크레이코리아 등 전문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했다.
스토리지 시장의 급성장도 올해의 핫 이슈였다. 지난해부터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한 스토리지 시장은 3∼4배 가량 급성장세를 보이며 서버 시장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에는 스토리지 호스팅이란 개념도 선보였으며 위험관리에 대한 인식확산으로 백업 시장의 급성장도 눈에 띄었다. 스토리지온넷은 특히 스토리지 호스팅이라는 개념을 국내에 처음으로 들여와 영업을 개시한 데 이어 싱가포르에까지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오이네트는 자체 백업솔루션과 노하우를 앞세워 국내 백업 시장의 선두주자로 뛰어올랐다.
스토리지 관련 시장의 확대에 따라 지금까지 스토리지 시장을 주도해 온 한국EMC에 맞서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LG히다찌 등 기업들이 라이벌 전문기업으로 부상한 것도 변화였다. 또한 한국IBM·한국HP 등 서버 업체들도 스토리지 사업을 강화하고 나서 관심을 모았다.
특히 지금까지 서버 시장에서 뿌리내리기 위해 온 힘을 쏟아온 컴팩코리아·한국후지쯔·한국썬·한국델컴퓨터 등 업체들도 스토리지 시장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서버 시장에서의 우위를 내세워 향후 급속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스토리지 시장을 전문 업체에 내주지 않겠다는 의도다. 넷컴스토리지·유니와이드테크놀로지 등 국산 업체들의 선전도 눈부실 정도였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