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간상거래(B2B EC) 사업방향이 e마켓플레이스에서 내부 시스템 강화로 그 무게중심이 이동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3일 SK, 삼성, 현대, 코오롱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올 한해 e마켓플레이스 구축에 집중했던 B2B EC 사업을 2001년에는 공급망관리(SCM)를 비롯한 e프로큐어먼트 구축 등 「내부 인프라 고도화」로 방향을 잡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황 = 올 한해 철강, 건설, 섬유분야 등에 걸쳐 e마켓플레이스 구축을 추진해온 SK글로벌은 LG상사, 쌍용 등과 공동으로 삼성물산이 단독으로 추진한 화학분야 e마켓플레이스 켐크로스에 대응해 켐라운드를 만든 것 외에 B2B 분야에서 특별한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SK글로벌 관계자는 『사업본부별로 동종업계와 공동으로 e마켓플레이스 구축을 검토했으나 현실적으로 성공확률이 낮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내년 B2B는 SCM 등 내부 업무 프로세스를 효율화하는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학, 전자, 수산물 등의 분야에서 e마켓플레이스 구축을 추진한 삼성물산도 글로벌 e마켓을 겨냥, 초기부터 외국계기업과 공동으로 추진한 사업 외에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하다는 자체 평가를 하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각 디비전별로 SCM에 대한 인식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은 MRO와 건설분야 e마켓플레이스 추진과 관련, 그룹 단독 추진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데서 나아가 아예 그룹 관계사간의 공동 인프라를 활용, 구매효율화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사업을 수정했다.
국내 그룹사들이 모여 만든 수평적 e마켓플레이스 코리아e플랫폼에 참가한 것 외에 별도의 B2B 사업을 벌이지 않은 코오롱 역시 내년부터 그룹차원의 전사자원관리(ERP) 시스템 구축에 본격 나서며 그룹내부 정보시스템 인프라 확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계열사에 대한 투자 오류로 구조조정을 시행중인 제일제당도 EC 인프라로 작용할 전 계열사 대상의 「디지털신경망(DNS)」 프로젝트는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
◇배경 = 이런 변화는 각 기업이 올해 설립하려던 e마켓플레이스 구축 작업이 눈에 띄는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는 1차적인 이유도 있지만 기업의 업무시스템이 뒷받침돼야 제대로 된 e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할 수 있다는 인식이 사업자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e마켓플레이스의 수익모델에 대한 회의론도 이런 변화를 거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e프로큐어먼트 구축에 대한 업계의 관심은 온라인 구매 효과를 살릴 수 있는 품목이 업종과 직결된 전략품목이라는 점에서 기인한다. SK글로벌 한 관계자는 『MRO와 같은 비전략품목에 대한 e마켓플레이스는 구매대행 서비스를 통한 간접비용 절감이나 공동구매를 통한 단가절감으로 승부할 수 있지만 전략품목에 대한 구매는 자체 조달시스템으로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한다. 이 관계자는 『결국 e마켓플레이스에서 전략품목을 구매할 경우 실질적인 효과를 보기 위해선 내부 업무 시스템과 연동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직까지 내부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기업은 기업대로 e프로큐어먼트 구축 필요성에 직면하게 됐으며 자체 조달시스템을 갖고 있는 기업은 e마켓플레이스 연동이 중요한 문제로 다가선다는 것이다.
◇전망 = e프로큐어먼트를 축으로 한 기업의 내부 업무 시스템 효율화 추세는 e마켓플레이스 사업자나 솔루션사업자의 영업전략과 맞물려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MRO로 시작해 업종별 e마켓플레이스 운영을 염두에 두고 있는 대형 e마켓플레이스들이 수익성을 올리는 차원에서 ASP나 e프로큐어먼트 구축 영업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이고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자체 전자카탈로그 구축이 확산될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어 내년도 B2B 시장은 「EC를 위한 기업내부 인프라 확충」으로 집중화될 전망이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용어해설 eProcurement 시스템
eProcurement(전자구매)는 기존 오프라인으로 행해지던 기업의 구매행위를 인터넷으로 옮겨 신속하고 투명한 구매업무 처리를 구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구매 프로세스를 명확히 파악해 온라인으로 접목시키는 것이 중요하며 기본적인 상거래 기능 지원은 물론 기존 레가시시스템과의 연동 기능 지원도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