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반도체시장에 SoC로 도전장

유럽의 대표적인 반도체 회사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T)가 시스템온칩(SoC) 반도체시장을 주도하는 미국과 일본업체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ST는 12일(미국 현지시각) 미국 세도나(Sedona)에서 3일간의 일정으로 개막한 「시스템온칩 청사진(SoC-the Big Picture)에서 내년부터 본격적인 SoC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하고 관련 기술과 플랫폼을 앞세워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선언했다.

ST는 80년대 이후 PC가 반도체 성장을 주도했으나 앞으로 디지털가전제품과 전장부품, 스마트카드 및 유무선통신 등과 관련한 SoC 제품이 반도체시장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ST는 SoC 제품 개발로 올해 분기마다 반도체업계 평균 성장률인 25%의 두배를 넘어서는 성장률을 달성했으며 이같은 성장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딕 피에라눈지(Dick Pieranunzi) ST 미국지역 담당 사장(CEO)은 개막연설을 통해 『최대 반도체업체인 인텔이 연간 18%대로 성장하고 ST가 지금처럼 50% 이상의 성장률을 지속한다고 가정하면 2007년께 업계 순위가 바뀌지 않겠느냐』면서 미국시장을 시작으로 다양한 솔루션을 내세워 세계 SoC시장을 선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세미나는 첫날의 시장전망 및 반도체 설계자동화(EDA), 반도체 공정, 초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상보성금속산화막반도체(CMOS) 이미지 등 기술별 주제발표를 시작으로 SoC 플랫폼, 유럽형이동전화(GSM), 블루투스(Bluetooth), 디지털가입자회선(xDSL) 등의 유무선통신에 대한 발표가 이어질 예정이다.

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퀘스트에 따르면 ST는 8억59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린 87년에 세계 반도체업계 순위 13위에 그쳤으나 99년에는 50억8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려 8위로 올랐다.

<인터뷰>장 필립 더빈(Jean Philippe Dauvin) ST그룹 부사장

장 필립 더빈은 ST그룹의 부사장으로 차세대 주자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반도체시장 비관론에도 불구하고 낙관하는 근거는.

▲이동성(mobility)과 연결성(connectivity)에 대한 욕구증대로 우리가 주장하는 「e사회」로 도래하고 있어 PC용 이외의 신규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또 반도체 기업들의 자본투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99년까지 Y2K로 잠재해 있던 유럽의 PC 수요가 내년께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미래 시장규모를 정확히 예측한다면 노벨상 감이 아니겠는가.

-아시아태평양시장에 대한 전망은.

▲지역별 매출 점유율에서 40%를 넘어 유럽시장에 육박한 아·태 지역은 ST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중국과 한국의 이동통신시장, 디지털가전시장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으로 전체 시장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본다.

-이 지역에 대한 ST의 전략은.

▲ST의 기본전략과 동일하다. 애플리케이션 집중, 각 분야 선두업체와의 협력, SoC같은 모듈러(Modular) 제품 개발, 지속적인 자본 투자다.

-ST의 50% 이상의 급격한 성장세는 언제까지 계속될는지.

▲올해 1분기에 지난해 동기 대비 53% 성장한 데 이어 3분기에는 60.3%까지 성장률이 상승했다. 내년에도 이같은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보지만 언제까지라고 못 박을 수는 없다. 다만 시장의 평균 성장률을 상회하는 성장을 이룰 것으로 기대한다.

-D램 가격폭락을 우려하는 한국 D램업체들은 플래시메모리와 주문형반도체(ASIC)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에 대한 ST의 관점은.

▲한국업체들은 설비중심의 D램 분야에서 큰폭의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D램을 제외한 분야에서 선두업체를 따라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비메모리 분야의 시스템 노하우 등에서 기술적인 벽이 있기 때문이다. 이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 한국의 D램업체들은 지적재산(IP)에 대한 개발을 서두르고 최종소비자시장을 먼저 파악해야 할 것이다.

<애리조나주 세도나(미국)=김인구기자 cl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