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 공화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사실상 확정됨으로써 공산품 부문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미국의 통상 압력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시는 대외통상에서 철저히 미국 중심의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여 특히 대미 교역량이 많은 국가들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통상정책의 최고 목표로 미국의 리더십 회복을 꼽는 부시는 시장 개방을 단일 의제로 한 새로운 다자협상 출범, 미 공산품에 대한 외국 수입관세 인하 협상 등의 계획을 갖고 있다.
또한 현재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 출신인 부시가 실패한 「신속처리권한(fast-track authority)」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 미국의 대외통상 압력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신속처리권한은 대외무역협상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 협상 결과를 수정 없이 승인·거부할 수 있는 제도로 이 권한이 확보될 경우 우리나라도 미국의 개방 압력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시는 고어와 달리 환경·노동과 무역을 연계시키지 않는다는 방침이어서 이에 대한 조건을 갖추지 못한 국내 업체들의 부담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부시의 당선이 사실상 확정되자 관련부처와 전문기관들은 부시 진영이 그동안 주창해온 미국의 만성적인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정책이 외국에 대한 통상 압력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고 대응책 마련에 부산하다.
외교통상부는 부시 진영이 자유무역을 지지하지만 공산품 부문의 수출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왔다는 점을 감안, 외국에 대해 수입 개방을 촉구할 것으로 전망하고 대책을 마련중이다.
산업자원부는 미국이 원칙적으로 자유무역정책을 표방하고 있지만 부시 진영이 전반적으로 통상문제와 관련해 클린턴 행정부보다는 다소 완화된 노선을 견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부시 진영의 통상정책은 비교적 정치적 요소가 많이 감안된다는 점에서 대북관계 등 한반도 정책 기류 등에 따라 통상마찰의 강도가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전자와 자동차 등 주요 부문에서의 통상 압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대응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무역협회나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미 산업계의 수입 규제 및 외국시장 개방 요구 압력이 높아져왔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대한 통상문제도 예외일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이들 기관은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이 기본적으로 미국의 통상정책과 미국의 호황·불황이라는 두 가지 요소에 좌우된다는 점에 주목, 양국간 교역에서 크게 균형을 잃고 있는 품목들에 대해 통상 압력이 강화될 것이지만 상대적으로 교역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 전자 및 기계 제품에 대해서는 통상 압력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또 미국에 진출한 우리 지·상사나 바이어, 마케팅 전문회사들이 부시의 당선 확정에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부시 진영이 세금 감면을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미국 기업의 대외 경쟁력이 높아지면 상대적으로 우리 기업들에겐 악영향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의료기기 부문은 부시 진영의 의료지원정책에 힘입어 대미 수출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