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 신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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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나의 손자 종선이 보거라.
날씨는 점점 쌀쌀해 지는데 옷을 너무 가볍게 입고 다녀서 감기나 걸리지 않을까 걱정이구나. 내가 나이가 나이니 만큼 살 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너의 커가는 모습을 내 눈동자 속에 담아갈 수 있는 힘이 아직은 남아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마음같아선 우리 손자 결혼하는 모습도 보고, 애기 낳는 것도 보고 싶지만 나에게 그러한 시간이 주어질는지, 그러한 건강이 계속될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너와 더 많은 시간을, 더 많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지는 것 같구나.
항상 내가 네 누나만 좋아한다고 툴툴거리던 모습이 생각나서 눈에 밟히는구나. 가장 먼저 그 오해부터 풀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그것 때문이겠지.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속담이 있단다. 너도 내 자랑스런 손자인데 왜 네 누나보다 네가 더 안 예쁘겠니. 넌 남자 아이고 누나는 몸이 안 좋은데다가 할아버지가 예뻐하던 첫 손녀니까 나도 네 누나를 더 챙기게 된 것 같구나. 하지만 넌 우리 장손인데 이 할미가 널 싫어했겠니. 제사상에 술 따라줄 손자 녀석인데….
할머니는 아직 잊지 못하고 있단다. 네가 처음 태어나던 그 순간을 말이다. 물론 네가 외가에서 태어나 내 눈으로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난 전화기 저편에서 네가 태어났다는 소리를 떨리는 두 손으로 받았다.
아들이라는 소리에 얼마나 기뻤던지…, 그 순간의 행복은 말할 수 없었다. 돌아가신 네 할아버지도 무척 기뻐하셨어. 비록 너의 얼굴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네 이름을 지어 놓으시고, 얼마 후에 돌아가셨다.
그때 너의 이름이 강선이었는데, 별로 좋지 않다는 작명소의 말에 따라 종선이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말이야. 난 그 점이 후회가 되는구나. 너희 할아버지의 말에 따라 너의 이름을 짓지 못한 것이 너에게나 할아버지에게나 모두 미안한 생각이 드는구나. 어찌 보면 너를 향한 네 할아버지의 처음이자 마지막 선물이었을지도 모르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또 믿고 싶다. 너는 네 할아버지가 주신 선물이야. 혼자 남을 나 외롭지 말라고 말이야. 그러니 항상 이 할미를 외롭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넌 내가 지상에서 마지막으로 받은 선물이니까 말이다.
내가 너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좀 더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거야. 요즘 공부도 열심히 안 하고, 매일 오락만 한다고 네 엄마가 걱정하더라. 할아버지가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계실거야. 자랑스러운 선물이 되고 싶지 않니?
항상 몸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고…, 항상 웃음이 끊이지 않는 모습이 보기 좋더구나. 할미가 널 많이 생각하고 좋아한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하고 생각해 본단다. 내가 너의 뒤에서 항상 지켜보고 있다는 것도 명심하고 열심히 노력해라.
네 누나가 말해주더구나 사랑이 들어간 요리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고 하더라. 너를 기다리며 맛있는 밥 지어놓을 테니 저녁엔 좀 일찍 들어오려무나. 학원 끝내고 다른 데 가지 말고 말이다.
내가 너무 걱정만 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네 스스로 열심히 할 수 있는데 괜히 잔소리만 늘어놓는 건 아닌지…, 그래도 남의 충고에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훌륭한 사람이 된다.
이것으로 너와 내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이만 줄일까 한다.
항상 감기 조심해라.
추운 겨울날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던 할머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