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사와 전자부품연구원(KETI)은 지난 6개월간 게재된 기획시리즈 「전자부품·소재산업 르네상스를 위해」를 정리·결산하고 국내 전자부품·소재산업의 현재를 조명하며 향후 기술경쟁력 강화방안 등을 모색하기 위해 각계 전문가들이 참석한 좌담회를 마련했다. 이번 좌담회의 내용을 요약·소개한다. 편집자◆
-참석자
△사회 임재봉 국민대 교수
△김호원 산업자원부 디지털전자과장
△박항구 현대전자 부사장
△김상면 자화전자 사장
△김춘호 전자부품연구원장
△원철린 전자신문 산업전자부장
◇임재봉 국민대 교수(사회) =연말을 맞아 바쁘신 가운데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급변하는 21세기를 맞아 전자산업의 근간인 부품·소재산업의 육성방안을 모색하는 일은 무엇보다 시급한 일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런 점에서 볼때 전자신문사와 KETI가 공동 기획한 「전자부품·소재산업 르네상스를 위해」란 기사는 상당히 시기적절하고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이 자리는 산적한 문제를 안고 있는 국내 부품산업의 발전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기술이 취약한 중소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전문기관의 육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 문제를 먼저 이야기해봤으면 합니다.
◇김춘호 전자부품연구원장 =부품업체들이 급변하는 산업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KETI 등 연구기관이 협조해 부품관련 업체들이 사업정책을 수립·추진할 수 있는 로드맵을 작성,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부품업체에 대한 효율적인 기술지원 및 해외진출 방안을 모색하고 중소 부품업체를 위한 집적화단지 조성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각 연구기관들은 단기과제가 아닌 핵심원천기술 개발에 주력할 수 있는 지원체제 구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호원 산업자원부 디지털전자과장 =앞으로 기술개발정책을 정부 주도가 아닌 산학연 중심으로 전환하고 국내 대기업과 부품업체·연구기관은 물론 외국 업체와의 제휴·협력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입니다. 특히 KETI를 연구거점으로 삼아 중장기 프로젝트가 원활히 수행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
할 생각입니다.
◇사회 =최근 연구기관에 대한 자금지원에도 경쟁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연구기관들이 사업화기술에만 매달리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부품관련 핵심원천기술 개발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업과 대학·연구원 등의 역할이 다르다는 점을 인식, 중장기 프로젝트도 수행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할 것입니다. 중소업체의 기술개발 못지 않게 앞서 김 과장의 이야기처럼 정부의 지원책도 뒤따라주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원철린 전자신문 산업전자부장 =부품·소재업체에 대한 지원정책이 효율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우선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과학기술부 등 관련부처의 정책중복 문제가 해소돼야 합니다.
이같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정부가 부품산업 육성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다 해도 효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울러 낙후된 국내 부품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대기업인 세트업체와 부품업체간의 수직적인 기업구조의 개선이 필요합니다.
부품업체가 세트업체의 이익창출에 기여하는 하부구조의 역할을 하는 산업구조
에 혁신이 없다면 TDK와 무라타 등 일본 부품업체처럼 세계시장에서 인정받는 부품대기업이 우리나라에도 나타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김호원 과장 =적절한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국가경제에서 전자산업이 차지하는 비중 및 역할이 갈수록 커지면서 전자부품산업이 핵심산업분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품 국산화율이 낮아 부품수입의 증가추세는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디지털산업과 IMT2000 등 차세대 신규산업이 본격화되기 전에 부품 국산화를 서둘러 발전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산자부는 최근에 마련된 부품·소재 전문기업 육성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기반으로 부품·소재 국산화사업을 적극 추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번에 제정된 특별조치법은 부처간 업무중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무총리가 주관하는 심의회를 설치, 부처별 역할조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특히 이번 특별조치법의 핵심은 부품기업의 전문화 및 대형화를 정책적으로 유도하고 세트업체의 국산부품 구매비율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부품의 신뢰성 평가를 지원하고 공용화 사업을 추진한다는 데 있습니다.
◇김상면 자화전자 사장 =특별조치법의 제정은 시기적으로 다소 늦은 감은 있으나 부품업체의 지원 및 발전에는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정책의 지원에 앞서 부품소재의 국산화가 원활히 추진되기 위해서는 세트업체 오너들의 의식변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부품을 국산화해도 대기업이 이를 구매해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인센티브제 도입 등을 통해 국산부품에 대한 구매촉진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사회 =요즘은 부품 국산화를 얘기해도 온통 IMT2000과 디지털TV 등 일부 분야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좀더 시야를 넓게 보고 4세대 이동통신과 특수영역 등에 대한 관심과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박항구 현대전자 부사장 =TDX교환기 개발당시 부품 국산화율에는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다보니 제품개발 이후 부품 국산화율이 20%도 안되더군요. 이를 계기로 시스템개발과 더불어 부품개발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 CDMA 개발당시에는 부품 국산개발을 병행 추진했습니다. 그 결과 기지국의 경우 부품 국산화율이 70%에 달했고 단말기의 경우에는 40%의 부품 국산화율을 이루는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4세대 이동통신 등 차세대 제품 및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있어서도 부품 국산개발 전략을 병행 추진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원철린 부장 =부품개발에 있어서는 금형과 장비 분야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특히 부품개발 능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낙후된 금형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고 대기업들이 자체개발해 사용하고 있는 우수장비를 중소 장비업체에 기술이전하는 경우 세제지원을 실시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최근 들어 첨단만을 강조하다보니 일반 범용부품에 대해서는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부문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회 =부품 국산화에 대한 여러가지 제도와 지원책이 있습니다. 과연 이러한 일들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있다면.
◇박항구 부사장 =부품 국산화를 위해선 1∼2년 이후가 아닌 5∼10년 앞을 내다보고 시스템·부품 개발을 추진하는 중장기 전략 및 추진이 필요합니다.
또 국산부품의 채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세트업체와 부품업체가 제품개발단계부터 공조체제를 구축, 업무를 통해 상호간에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상면 사장 =기술개발 및 사업화 자금을 신청하다보면 사업화·생산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는데도 서류상으로는 개발이 완료된 것으로 돼있어 자금지원이 거절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개발과 생산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는 만큼 지원이 개발에만 그치지 않고 사업화까지 이루어질 수 있는 지속적인 지원책 마련이 아쉽습니다. 지방에 있는 부품업체들은 우수 연구인력을 확보하는 데도 어려움이 많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 수요가 몰리는 고주파 및 IT분야 인력은 더더욱 구할 수가 없습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지방대학교의 기술관련 학과의 인력증원이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김춘호 원장 =기술사업화 지원방안과 더불어 중장기 프로젝트의 원활한 수행을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합니다. 실제로 KETI의 경우에도 성과 위주의 운영시스템으로 인해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장기 프로젝트보다는 단기간에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는 단기 프로젝트 위주로 연구가 진행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원철린 부장 =기술사업화 및 원천기술 개발에 대한 지원과 함께 연구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일례로 인건비가 비교적 적게 드는 신진 연구인력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지 않
나 싶습니다.
◇사회 =바쁘신 가운데 여러가지 말씀 고맙습니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여러가지 당면문제와 부품산업 발전방향에 대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앞으로 산학연 공조체제를 강화, 단기 과제보다는 중장기 과제를 발굴해 국내 부품산업의 발전방향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핵심산업분야로 성장한 전자산업의 발전과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전자부품산업의 육성 및 발전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전자부품산업의 발전방향을 모색할 수 있는 이같은 자리가 앞으로 더욱 많아지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정리=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