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레스와 그로밋」으로 유명한 아드만 스튜디오의 첫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치킨 런」은 겨울을 맞아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영화다. 화려한 캐릭터와 재기 넘치는 대사, 세심하고 정교하게 만들어진 닭들의 위대한 탈출을 그린 이야기는 「월레스와 그로밋」에 이어 클레이 애니메이션의 한계를 다시 한 단계 끌어올리며 빠르고 역동적인 액션과 재미를 선보인다. 컴퓨터그래픽으로 인해 애니메이션에도 많은 기술적 변화가 있었지만 가장 로테크한 애니메이션 방식이라고 할 만한 클레이 애니메이션을 통해 드러나는 아드만 스튜디오의 작업은 여전히 매력을 발산한다. 「치킨 런」은 수용소 탈출을 그린 많은 클래식 영화의 화면구성과 아이디어를 차용하면서 이야기의 극적 재미를 더한다. 이미 단편 애니메이션 작업을 통해 몇 번의 오스카상을 수상했던 닉 파크와 피터 로드 감독의 작업은 미니어처로 만든 라이브 액션이라는 그들의 표현처럼 「치킨 런」을 통해 애니메이션의 환상과 꿈을 실제적인 공간 속에서 멋지게 표현해 내는 데 성공했다.
알을 낳는 능력에 의해 생사가 결정되는 트위디 부인의 끔찍한 닭 농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고 싶어하는 암탉 진저. 철조망과 감시의 눈을 피해 숟가락으로 땅을 파거나 지하동굴을 만들거나 하는 등 탈출에 대한 진저의 노력은 눈물겹다. 하지만 농장의 모든 닭들과 함께 도망가려는 그의 탈출기도는 항상 닭들을 감시하는 트위디 부인이나 사냥개에게 발각돼 독방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그러던 어느날 스스로를 자유롭고 외로운 방랑자라 부르는 미국산 슈퍼치킨 로키가 하늘을 날던 중 부상을 당해 농장으로 들어오게 된다. 하늘을 나는 닭을 보게 된 진저는 나는 법을 배우기 위해 로키의 부상을 치료해주고 닭들은 갖은 방법을 동원해 하늘을 나는 법을 배우지만 항상 제자리에 곤두박질치고 만다. 한편 계란으로는 작은 수익밖에 올리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된 트위디 부인은 치킨 파이를 만들 계획으로 기계를 농장으로 들여온다. 진저를 비롯한 모든 닭들의 목숨은 시시각각 위험에 처하게 된다.
로키의 제안으로 벌어진 댄스파티 장면이나 비행기를 타고 트위디 부인의 추격을 막아내는 장면은 역동적인 클레이 애니메이션의 매력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장면. 「월레스와 그로밋」의 캐릭터나 구성이 개인적인 일상사에서 출발했다면 「치킨 런」은 보다 집단적이며 사회적인 시각으로 로맨스와 모험을 그린다. 알 낳는 수용소에 갇힌 닭들의 사회에서 벌어지는 탈출기는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문제점을 해결, 함께 난관을 극복하려는 암탉 진저에 의해 더욱 빛을 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