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IT산업 총결산>4회-인터넷(상)

◆전자상거래 분야

전자상거래(EC) 분야는 올해 양적으로는 가장 비약적인 성장을 했지만 질적으로는 크게 진전되지 못하는 양상을 보였다. 올해 EC 분야는 본격적인 발전을 위한 기반다지기 및 워밍업 단계로 요약된다.

기업간(B2B) EC에서는 사이버장터인 e마켓플레이스의 폭발적인 증가가 가장 눈에 띄었다. 정부주도하의 9개 업종 e마켓플레이스 추진은 민간 분야의 사이버장터 개설을 촉발, 올 한해에만 200여개의 e마켓플레이스가 탄생했다.

마켓플레이스의 등장은 관련산업의 발전을 유도해 전자결제·인증·매매보호·보험 등 다양한 지원사업이 생겨났으며 이는 e마켓플레이스의 기능을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 e마켓플레이스는 올해 장터를 통한 상거래에 필요한 각종 지원업무를 구비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e마켓플레이스 중에서는 기업에 필요한 소모성자재(MRO) 조달을 위한 분야가 가장 눈에 띈 성장세를 보였다. MRO는 EC에 가장 손쉬운 대상인데다 공동구매를 통한 구매비 절감이라는 기업들의 공통된 이해가 합쳐져 수에서나 실질적인 거래면에서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룩했다.

전통산업의 e비즈니스화는 신종 e마켓플레이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각 기업들이 기존의 오프라인 유통채널에 여전히 의존하는 경향이 강해 온라인 EC에 미온적이었기 때문이다. 전통산업의 e비즈니스화에 가장 앞선 부문은 MRO였다. 각 기업들은 MRO e마켓플레이스와 온라인으로 연동시켜 실질적인 전자구매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품·원자재의 조달이나 완제품의 판매 등 기업본연의 비즈니스에서는 여전히 EC가 도입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대소비자간(B2C) 분야인 쇼핑몰에서는 실질적인 상거래규모의 확대보다는 안전한 상거래를 위한 기반다지기에서 큰 성과를 이룩했다. 쇼핑몰은 종합업체들 외에 다양한 전문몰이 등장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또한 상거래에 필수적인 개인정보보호 문제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 질적인 향상이 이루어졌으며 e트러스트 인증제도가 도입돼 소비자들이 불안감을 덜고 제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소비자대소비자간(C2C)·기업간·기업대소비자간 등 다양한 상거래형태를 지닌 경매·역경매는 EC 분야 중에서 가장 독보적인 발전을 이뤘다. 옥션·이쎄일 등 종합 경매업체들은 많은 회원을 확보, 상거래가 활발해졌으며 실제로 영업이익을 내는 수준까지 발전했고 특정 분야나 제품만을 취급하는 전문 경매업체도 소비자들의 눈길을 끄는 데 성공했다.

역경매 분야도 MRO를 중심으로 상당한 진전이 이루어졌다. 종합경매업체를 비롯, MRO e마켓플레이스들은 대부분 경매·역경매 방식의 구매형태를 도입해 판매자나 구매자들 모두에게 이익을 제공하며 존립과 성장 기반을 다지는 데 진일보했다.

물류 부문에서도 EC를 지원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했다. 사이버물류사업체들이 잇따라 등장했는가 하면 쇼핑몰을 위한 택배사업도 사이버물류시스템과 연동되는 추세다.

◆과제

EC 분야는 아직도 많은 과제를 안고 있어 내년에도 걸림돌을 제거하는 데 상당한 힘을 소비해야 하는 운명이다. 상거래의 필수인 지불과 결제장치가 시스템적으로는 마련됐지만 금융파트의 실질적인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아 아직도 반쪽의 EC에 머물고 있다. 지불결제는 어음거래가 관행화돼 있어 이를 어떻게 전자적으로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적절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민간부문의 EC가 결제문제로 벽에 부닥치고 있다면 공공부문은 법적·제도적 여건 미비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정부시책으로 조달청을 비롯한 주요부처나 공기업들이 일제히 전자조달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조달의 핵심인 경매·역경매를 제도적인 제약으로 이용할 수 없는 지경이 됐기 때문이다. 현재 개정 중인 국가계약법은 전자적으로 입찰서를 제출하는 수준으로만 돼 있어 사실상 경매·역경매가 이루어질 수 없도록 돼 있는 상황이다.

전자무역과 관련된 문제도 산적해 있다. 국가간 EC가 이루어질 수 있는 온라인신용장 개설이나 사이버물류 등 무역에 필요한 온라인 환경이 아직도 열악한 실정이다. 이밖에도 수출입이나 물류 등에 반드시 필요한 웹EDI의 도입과 서비스가 제도나 관행의 문제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

◆서비스

닷컴 기업에게 올해는 결코 잊을 수 없는 한해로 기억될 전망이다. 천당과 지옥을 오고 갈 정도로 큰 기복을 보인 한해였기 때문이다. 가장 각광받는 정보기술(IT) 분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는가 하면, 자금 시장이 크게 경색돼 사상초유의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어느 해보다도 수익모델이 화두로 떠 올랐고 경기침체와 옥석가리기 붐과 맞물려 살아남기 위한 생존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올해 인터넷 서비스와 콘텐츠 기업의 키워드는 단연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 이른바 수익모델 논쟁이었다. 수익을 위해 새롭게 비즈니스나 사업모델을 재개발하고 그 동안 무료로 제공하던 콘텐츠를 잇따라 유료로 전환했다. 콘텐츠 유료화는 교육· 엔터테인먼트· 증권· 성인정보 등 전문 콘텐츠를 중심으로 활발히 이뤄졌다. 「인터넷=무료」라는 등식에 금이 간 첫해로 기록될 것이다. 콘텐츠가 무기인 전문 업체는 물론 그 동안 무료 서비스가 대세였던 포털업체도 분야별로 유료화를 시도했다. 또 유료화가 여의치 않은 닷컴 기업은 프로그램 제공 사업, 솔루션 판매, 오프라인 기업과 연계를 통해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는 등 매출과 수익을 올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닷컴의 간판 격인 포털업체는 춘추전국시대가 열리고 전면전을 선언한 한해였다. 검색과 커뮤니티 중심의 포털업체가 종합 포털을 선언하고 두루넷·새롬기술 등 굴지의 인터넷 업체가 포털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또 「준비된 포털」이라 불리는 유니텔·나우콤·넷츠고 등 PC통신업체도 인터넷 환경으로 모든 콘텐츠를 단계적으로 전환해 포털시장 경쟁에 불을 지폈다.

시장의 침체는 닷컴 기업의 인수합병(M&A)을 부채질했다. 이 때문에 대표적인 인터넷 기업은 끊이지 않는 M&A루머에 시달려야 했다. 다음과 네이버컴, 야후와 아이러브스쿨, 옥션과 e베이 등 그동안 소문으로 떠 돌던 메머드 인수합병설은 아직도 불씨가 사그러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유료 콘텐츠가 큰 흐름으로 자리잡으면서 가장 주목을 받은 분야는 인터넷 교육이다. 닷컴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교육의 성장세가 예상됨에 따라 해외 자본의 유입이 크게 늘어나고 대기업도 속속 진출하는 등 인터넷 교육 시장이 급팽창했다. 이는 연간 수 조원에 달하는 사교육, 기업교육, 2001년부터 시행하는 사이버대학과 맞물려 유료화 모델로 적합하고 콘텐츠를 확보하면 오프라인을 통해 시너지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어느 해보다 새로운 인터넷 비즈니스가 출현, 큰 관심을 모은 점도 눈길을 끌었다. 대표적인 분야가 웹 에이전시와 P2P(Peer to Peer)다. 컨설팅에서 웹 디자인, 솔루션 구축까지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웹 에이전시는 종합 e서비스라 불리며 본격적인 시장 몰이에 나섰다. 연말 경기불황으로 다소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주요 웹 에이전시는 지난해에 비해 200∼300%정도의 성장세를 구가했다. 오픈타이드· 홍익인터넷· 클릭· 드림원 등은 그 동안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서비스 사업자의 서버를 거치지 않고 개인끼리 파일이나 각종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는 P2P서비스 역시 솔루션과 서비스 업체가 잇따라 등장, 차세대 인터넷 비즈니스 분야로 자리잡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과제

닷컴 기업의 옥석가리기는 여전히 숙제다. 닷컴위기론으로 옥석가리기가 아니라 모두가 석이돼버린 형국을 하루속히 탈피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올바른 기업가치 평가와 가치제고전략 등 제반산업의 발전이 필수적이다.

또항 글로벌 시장을 노크한 닷컴 기업들이 과연 어떻게 해외에서 결실을 거둘 것인지도 풀어야 할 숙제다. 그리고 M&A냐 생존 또는 도퇴냐 놓고 어떻게 무리없이 수순을 밟느냐도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료 콘텐츠가 대세로 자리를 잡으면서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닷컴 기업의 새로운 평가 잣대로 부상할 조짐이다. 유료화를 위한 프리미엄 급 서비스 개발을 위해 닷컴 기업이 본격 나서고 날로 까다로워지는 네티즌의 구미에 맞게 콘텐츠 역시 점차 동영상과 음성을 결합한 멀티미디어 콘텐츠로 방향을 잡아 나갈 것으로 보인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