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 통신업체들의 CEO 대부분이 차세대 이동통신(3G) 서비스를 위한 과다 출혈로 고생하는 상황에서 조용하게 실속을 챙기는 CEO가 있다.
이탈리아 최대 이동통신업체 텔레콤이탈리아모바일(TIM)의 CEO 마르코 드 베네데티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베네데티는 유럽 각국의 3G사업권이 걸린 주파수 경매가 한창이던 지난 상반기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다른 통신업체들이 영국·독일 등지의 사업권 확보를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부으며 열을 올릴 때도 그는 그저 조용히 지켜보기만 했다.
자국내 가입자만 2000만명에 달하고 해외 계열사까지 합치면 총 가입자가 4000만명이 넘는 대형 통신업체로서는 너무 몸을 사린다는 지적이 나왔고 베네데티에게는 사업 비전이 없다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요즈음 베네데티를 비난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다른 업체가 무리한 지출로 인한 자금난으로 주가가 폭락하고 있는 것과 달리 TIM은 올해 주가가 12% 상승했고 자금난과도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또 3G사업에서도 서류심사로 사업자를 선정한 자국 이탈리아와 스페인에 조용히 「무혈 입성」함으로써 향후 3G시장 공략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베네데티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과 가진 회견에서 『지금까지 이동통신사업에 대한 투자는 항상 「홈런」이 보장됐지만 이제는 다르다』며 『패자가 아닌 승자가 되기 위해 보다 치밀한 준비를 통해 사업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탈리아 최대종합기업이자 TIM의 모회사 올리베티의 전 회장 카를로 드 베네데티의 아들이기도 한 그가 치열한 통신시장에서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